증여세는 누구에게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엇을 무상으로 주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판매를 했다거나 돈을 어떤 댓가와 교환을 하였다면 부가세나 소득세 등을 부과하겠지만, 무상이기에 세금은 오히려 더욱 비싸다.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상속이고 이에도 상속세가 부과된다. 부모가 돌아가시는 것이 아니고 생전에 재산을 물려주거나 친척으로부터 장애인에게 재산을 물려준다면 이것은 증여에 해당한다.

장애인이 그의 직계 존비속과 친족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고 그 재산을 모두 신탁회사에 맡기는 경우, 그리고 평생 신탁에 맡긴 것을 해지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만 5억원의 한도 내에서 증여세를 면세해 주고 있다.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 52조의 2에 의한 것이다.

증여받은 것을 일부 신탁에 맡기면 증여세 면세를 받지 못한다. 일부를 맡기면 일부라도 세금을 면세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일부 중 5억원이 면세가 아니라 전액을 맡겨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이 사망 이전에 신탁을 해지하면 모든 증여세를 그 소급하여 즉시 내어 놓아야 한다.

이 제도가 시작된 98년 이후 2012년 현재까지 증여세 면세를 받은 장애인 즉, 신탁회사에 맡긴 경우가 총 14건에 재산총액은 62억 5천만원이 고작이다. 그리고 그렇게 재산을 신탁하여 연간 수익금 배당을 받은 것을 보면 평균 4.67%로, 대한생명보험에 신탁한 경우는 6.1%, 신한 은행 4.2%, 하나은행 3.7% 등 총 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부동산을 신탁한 것으로 배당금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을 신탁한 경우는 단지 팔아먹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기능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 부모가 지적장애 등 장애인에게 무엇인가 생계를 위하여 물려주고 싶은 재산이 있을 경우, 부모나 친척이(혈족이 아니면 안됨) 생전에 증여로 주고자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부동산이라면 재산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고 지키는 역할만 하는 것이지, 장애인이 그 재산으로 무엇도 할 수 없다.

장애인을 둔 부모가 사후에 장애인인 자녀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러한 걱정에 대한 건의로서 증여세 면세 제도를 만들었지만 사실상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1년에 단 한 명이 있을까 말까 한 제도인 것이다.

상속으로 물려주면 굳이 신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신탁에 맡겨서 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만 면세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재산을 지키게 하려면 알아서 신탁을 하든지를 결정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이 제도를 개선하면 활성화될 수 있을까? 아니, 정부는 장애인의 혜택은 많이 늘어놓지만, 실제로 종류는 많아도 이용자가 적은 것이 의도된 정책인지도 모르겠다.

먼저 1998년에 정한 한도액 5억원은 상향될 필요가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물가의 상승도 심하였고, 부동산도 많이 올랐다.

부동산을 그것도 신탁하여 평생 찾지도 못하는 것을 한도액을 5억원 이하로만 한정하는 것은 기준이 너무 낮다. 최소한 8억원 이상으로 인상시켜야 한다. 현재 기준이 아니라 앞으로 정한 기준을 한 동안 적용해야 하므로 앞으로의 물가까지 감안하여 인상을 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증여 금액이 많으면 정한 기준은 면세하고 초과 금액은 과세를 하면 되는 것을 전액을 신탁하야 하고, 전액이 5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은 세상에 장애인 제도 외에는 없다. 큰 돈은 부자이니 무엇도 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다음으로 죽을 때까지는 절대 신탁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 죽어서는 해지해도 되고 살기 위해 해지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은 증여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학교를 다닌다거나, 수술 등 의료비가 갑자기 필요하게 되었다거나, 살기 위한 집을 마련한다거나 등의 몫돈이 필요한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해지는 생전에 가능해야 한다. 명의를 신탁한 집에서 살고 있다면 평생 이사도 못간다. 헌법의 '이주의 자유'가 장애인에게는 없다.

신탁 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연장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성년후견제도가 생겼는데, 굳이 신탁 회사에 평생을 맡길 필요는 없다. 단지, 재경부 입장에서 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하여 차명 은닉 재산으로 사용되거나, 탈세용으로 사용할 것을 우려하는데, 이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차별금지법과 장애인복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 얼마 절약하자고 장애인의 명의로 신탁할 것을 상상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고 정부만이다. 왜냐 하면 장애인에게 맡겨 놓고 다시 다른 사람이 이용하려면 증여세는 그때 다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금이라면 조금씩 신고 없이 얼마든지 야금야금 흔적 없이 증여해 탈세가 가능하므로 굳이 장애인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동산의 경우 본인이 탈세를 위하여 장애인에게 맡길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상상은 억척에 불과한 것이 본인이 생전에 증여하는 것이므로 그냥 가지고 있으면 되지 굳이 장애인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재산은 손실을 볼 수도 있어서 평생 지키기 위해 신탁조건을 평생으로 만들었다면 유가증권 등으로 신탁된 자산은 신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것이고, 부동산 등은 후견제가 있으므로 법적 권한과 재산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막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근로 소득에 대하여 장애인 공제를 해 주는데, 다른 소득, 즉 사업소득이나 자산소득에 대하여는 왜 공제가 없는가도 문제다.

장애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지원하고 자립을 지원한다면서 꼭 근로소득만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말이 신탁은행 이자 4%라지만, 15.4% 이자가 무조건 발생하고 나면 실제로 소득은 3%에 불과하다. 월 100만원을 받아 살려면 최소한 5억원은 맡겨야 한다.

신탁한 재산은 그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으므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고자 신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자 소득은 소득이므로 역시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장애인의 신탁을 전제로 한 증여에 대하여 이자소득에도 감면혜택은 주어져야 한다.

사실 상속은 본인에게 아무런 조건이 없으면서 증여만 신탁을 전제로 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신탁을 하는 것은 신탁사와 맡기는 자와의 계약에 의한 문제이고, 누가 증여한 재산을 손대지 않을까 의심이 된다면 증여자가 알아서 평생 신탁을 시키면 되는 것이고, 신탁하지 않고도 증여받아서 그 자산으로 자립을 하고자 한다면 후견인에게 맡기거나, 장애인에게 알아서 살도록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비장애인의 경우 신고하지 않는 증여를 통하여 결혼하는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거나, 집을 사 주거나 전세를 얻어주는 등 얼마든지 증여세 없이 증여가 가능한데, 굳이 세금을 내지 않고자 살아서는 재산권 행사조차 할 수 없는 신탁을 할 것인가?

신탁회사에 맡겨진 총 자산은 650조인데 그 중에서 장애인의 신탁은 60억원이고 장애인 1인당 5억씩, 그것도 소득도 없는 부동산이 10명이고, 불과 동산으로 이자라도 받는 것은 4명, 20억에 불과하다.

복지제도가 그림의 떡이란 정말 이런 경우가 아닐까? 금융계 종사자에게 업무를 익힐 때에 장애인 소리 한번 듣도록 인식개선 차원에서 만든 제도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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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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