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 ⓒ전윤선

큰 물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 두 개의 강이 만나는 그곳에는 늘 생명이 속삭인다. 생명은 서로 상생하며 조화를 이룬다. 자연은 오늘 또 다른 삶을 선물하고 생명의 강을 품은 양평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양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곳 두물머리다 두물머리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리는 북한강과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남원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다.

두물머리에는 여인의 긴 머리를 곱게 빗은 듯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사백 살이 된 장대한 느티나무는 마을사람들에게는 신령스러운 존재다. 해마다 구월이면 느티나무 아래서 도당재가 열린다.

이른아침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강가마을 특유의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이 곳은 드라마와 영화 속 배경으로 수없이 많이 등장했다.

강물 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너무 고요하여 산 밑 그림자가 물속에 또 하나의 산을 그려놓는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두물머리는 3대가 덕을 쌓아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진작가의 말이 있을 정도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만들어지는 모습이 유독 아름다워 누구나 이 곳에 푹 빠져든다. 고즈넉하고 어딘가 애잔한 아름다움이 깃든 두물머리는 사십 년 전만해도 꽤 큰 나루터였다고 한다.

최근 두물머리는 일대에 산책로가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 두물머리에서는 아직도 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부들의 쪽배가 강물 따라 흘러간다.

길 한 쪽엔 염소가 풀을 뜯는 모습이 연꽃과 잘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 놓는다. 강변에 띄워진 나룻배는 이 곳을 찾는 이들에게 운치를 더하고 느티나무 아래에서 휴식하며 강변과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시원한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언제쯤이엇을까? 아득한 기억 속에 이야기는 흐른다.

“우리 두물머리 갈래?”

그 곳에 가기위해 여러 번 날짜를 잡았지만 번번이 지켜지지 못했다. 예전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 팔당까지 전철이 개통되던 날, 지도를 펼쳐들었다.

“팔당역에서 내려 두물머리까지 몇 키로나 될까?”

꽤 먼 길이었다. 예전엔 기차를 타고 그 곳으로 가려 했지만 가까운 기차역에서 걸어가기엔 너무 먼 거리였고, 보도가 조성돼 있지 않아 가는 길이 위험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이젠 두 물줄기가 만나는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됐다.

두물머리 건너편 세미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세미원은 환경이 재생산이 되어 문화가 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소다.

아름다운 연꽃을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세미원은 수중식물 중 환경 정화 능력을 실험하며 부처의 마음을 담은 연꽃 전시장이 여행객을 맞는다. 진흙에서 깨끗함을 피우는 연꽃은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의미하는 소중한 꽃이다. 2층 전시실엔 연꽃과 관련된 작품들로 가득하고 너른 잔디밭은 여행객에게 투우 놀이를 제공한다.

세미원을 나서 북한강 철교로 발길을 돌린다. 가는 길은 1키로 남짓. 작은 오솔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다리를 건너자 넓은 저수지 같은, 물결은 흐르지 않은 듯 흐르고, 멈춘 듯 서서히 한강으로 달리고 있다. 북한강 철교는 4대강 자전전 길 정비로 잘 조성돼 있다.

옛 기찻길은 자전거길로 변했지만 서슬퍼런 북한강은 여전히 철교 밑을 흐르고 있다. 자전거길 곳곳에 간간히 쉼터가 만들어져 있고 화장실도 제법 잘 갖춰져 있다.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마니아들에겐 인기 만점인 곳이다. 자전거가 달리면 휠체어도 달릴수 있다. 잘 생긴 북한강 철교를 따라 걸어가니 어느 듯 어둑어둑 어둠이 찾아든다

가슴에 응어리진 일 있거든

미사리 지나 양수리로 오시게

청정한 공기

확 트인 강변에

소박한 인심이 반기는 고장

신 양수대교를 찾으시게

연꽃들 지천 이루는 용눌을 지나

정겨운 물오리떼 사랑놀이에 여념이 없는

아침 안개 자욱한 한 폭의 대형 수묵화

이따금 삼등 열차가 지나는 무심한 마을

양수리로 오시게

그까짓 사는 일 한 점 이슬 명예나 지위 다 버리고

그냥 맨 몸으로 오시게

돛단배 물 위에 떠서 넌지시 하느릉 누르고

산 그림자 마실 나온 다 저녁답 지나

은구슬 보오얗게 사운거리는 감미로운 밤이 오면

강 불빛들 일렬중대로 서서

지나는 나그네 불러모으는 꿈과 서정의 마을

마흔 해 떠돌이 생활

이제사 제 집 찾은 철없는 탕마같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뜨겁게 속살 섞는 두물머리로

갖은 오염과 배신이 거리를 지나

가슴 넉넉히 적셔줄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처용의 마을

이제는 양수리로 어서 오시게

두물머리. ⓒ전윤선

• 가는 길

용산역에서 중앙선전철승차 양수역 하차

양수역에서 두물머리 방향으로 1키로 남짓 휠체어 보행

• 먹거리

양수역 앞 양평군 선정 맛집 “名家 연밭”

전화 : 031-772-6200

• 화장실

양수역, 북한강 철교 자전거길 에 장애인 화장실 잘 마련돼 있다

• 문 의

다음카페,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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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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