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면서 내가 가본 여행지를 훑어보면서 언젠가 다시 한 번 이곳을 가리라 마음먹고, 또 가보지 못한 곳은 언젠가 가보리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지도를 끝도 없이 쳐다본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 알찬 여행으로 꽉꽉 채울 수 있는 곳으로 떠나볼까 한다. 그 시작을 부산 명품 테마거리에서 출발한다. 부산은 볼거리는 물론 즐길거리가 풍부하고 게다가 입맛을 자극할 맛있는 여행으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테마거리 40계단. ⓒ전윤선

전국적으로 골목길과 거리 여행이 요즘 테마여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에도 여행할만한 거리가 많지만, 부산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중앙역에서 내리면 이 길부터 테마거리 시작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명품거리 중 40계단, 관광 테마 거리를 비롯해서 남포동BIFF 영화거리, 해운대 유씨씨(UCC)거리, 감천동 문화마을 거리, 광안리 해변테마거리등 너무도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중에서 오늘은 부산역과 가까운 곳인 지하철 중앙역 인근에서 남포동역 근처 까지 테마거리로 조성된 거리를 걸어본다.

중앙역에서 내리면 국민은행 중앙동 지점에서부터 40계단을 거쳐 40계단 문화관광과 팔성관광에 이른 거리를 말한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의 애환과 향수가 담겨있는 유서 깊은 40계단 주변은 오~육십년대 분위기에 맞도록 재현해 추억을 회상 할 수 있게 한 부산의 새로운 관광명소다.

뻥튀기 아저씨 조각과 아코디언 켜는 사람, 나무 전봇대, 아버지의 휴식을 표현한 조각 등 다양한 조각품들이 야외 조각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전윤선

부산지역은 산동네가 많아 산동네에 피난민들이 한두 집씩 생겨나면서 만들어진 골목이 이젠 관광명소가 되었다.

40계단은 피난시절 교통·행정의 중심지였던 부산 중구에 많은 피난민들이 그 주위에 판잣집을 짓고 밀집해서 살았고, 바로 앞 부두에서 들어오는 구호물자를 내다 파는 장터로, 피난 중 헤어진 가족들의 상봉 장소로 유명했던 곳이다.

또한, 피난살이의 애환을 상징하던 곳으로 1951년 박재홍이 부른 '경상도아가씨'라는 곡의 소재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당시 영주동 뒷산, 동광동, 보수동 일대에 흩어져 살았던 10만이 넘는 피난민들에게는 가장 친근한 장소였다

낡은 건물을 헐어내고 재건축이나 뉴 타운을 짓기보다 기존에 살고 있던 서민들의 삶의 터전과 문화를 테마거리로 조성해 좋은 관광지가 된 것이다.

지나온 삶의 아련한 향수를 생각하고 삶의 발자취를 회상하면서 걸을 수 있는 테마거리에는 40계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거리에는 바로 기찻길과 부산역전 대화재 전의 옛 부산역, 지금의 중앙동 무역회관 자리를 상징하기 위해 '기찻길'이라는 주제로 40계단 앞 쪽으로 40계단 광장과 건널목광장 거리를 조성했다.

기찻길엔 레일 모양을 본뜬 볼라드가 설치돼 있고, 철도 레일과 신호기도 설치 돼 있어서 옛 기찻길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테마거리가 어떤 거리인지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아마도 상상이 갈 것이다.

그리고 피난민을 실어 나르던 부산항을 상징하기위해 '바닷길'이라는 주제로 40계단 문화관 앞쪽으로 소라계단과 선착장 광장 있다. 이곳은 닻 모양을 본뜬 볼라드가 있어 테마거리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각양각색의 볼거리가 풍성한 테마거리 조성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실감난다. 더 흥미로운 것은 기찻길 입구에 있는 평화의 문이다. 평화의 문은 피난시절 주로 사용하던 작은 등불이다. 고난의 세월을 견디며 영원히 꺼지지 않는 평화의 등불이 되어서 40계단문화관광테마거리를 밝게 비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조형물이다.

40계단 중앙에 위치한 아코디언 켜는 사람은 힘든 생활 속에도 낭만을 간직했던 거리의 악사를 표현해서 더욱 유명해 졌다. 테마거리로 여행온 사람이면 누구나 40계단 에 올라가 아코디언 켜는 사람 옆에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계단에 올라갈 수 없어 계단 아래나 위에서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테마거리는 거리 자체가 야외 조각 전시장 같은 곳이다. 테마거리를 지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각종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또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야외 조각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밖에도 칠팔십년대 나무 전붓대와 가족을 위해 힘든 노동을 하면서 잠시 쉬는 아버지의 휴식을 표현한 조각과 물동이 진 아이를 비롯해 아이를 업은 어머니 마음을 상징한 작품과, 골목에서 뻥 하며 튀겨져 나오는 뻥튀기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뻥튀기 아저씨 조각도 40계단 테마거리의 빼 놀 수 없는 명물이다.

40계단 테마거리는 걸으면서 작품들을 감상하면 저절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 향수에 젖게 한다.

중앙동 테마거리에서 조금만 더 가면 근처에 또 다른 테마거리인 광복로다. 광복로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의 거리이다. 넘쳐나는 갖가지 물건들로 눈이 절로 휘둥그레진다. 전자제품부터 음향기기, 의류, 신발, 귀금속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치고 독특한 물건들이 즐비해 실용적인 기념품을 장만하려는 여행객으로 늘 분비는 곳이기도 하다.

광복로 테마거리에서는 부산의 특징들을 잘 살린 아리랑 거리가 또 하나의 명품거리로 사랑받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리랑 거리는 한복, 장신구 등의 한국적인 물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리랑 거리 옆에는 부산의 인심이 넘치는 국제시장의 먹자골목을 비롯해서 젊음의 거리가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바로 옆은 온 골목이 알록달록, 반짝반짝 신비롭고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한 조명의 거리가 있어 색다른 맛을 자아낸다.

세월의 때가 묻은 광고판. ⓒ전윤선

다시 발길을 옮긴다. 광복동 문화거리다. 광복로까지는 걸어 1키로미터 남짓하다. 가는 길목의 골목골목마다 눈길이 모아진다. 반듯한 현대적 건물 옆엔 허름한 건물이 대조를 이루고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앉은 광고판은 골목을 지키고 서있다.

테마거리를 걸으면서 한참 여행하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진다. 이럴 땐 국제 시장거리로 들어서 처음 딱 맞닥뜨리는 먹자골목으로 가면 된다.

좌판 수십 개가 옹기종기 모여 충무김밥, 순대, 팥죽, 식혜, 비빔당면, 유부초밥 등 간단한 요깃거리를 맛 볼 수 있다. 또한 이곳의 모든 메뉴는 1인분에 이천 원에서 삼천 원 정도 하는 착한 가격이라서 부산의 인심만큼이나 든든하게 요기도 할 수 있다.

먹자골목에서 부산의 대표 먹을거리인 부산오뎅, 떡볶이, 비빔잡채, 유부보따리 주문했다. 비빔잡채의 맛은 생소했다. 뜨거운 물에 삶아 나오는 잡채에 양념장을 뿌려 비벼먹는다. 처음 맛보는 음식이지만 기존의 잡채와는 사뭇 다른 맛이 먹을 만하다.

유부보따리는 그 이름이 참 예쁘다. 유부에 당면을 넣고 오뎅국물에 끓여 나온다. 맛도 맛이지만 그 이름이 하도 예뻐서 한입 베어 무니 맛 또한 일품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유부보따리가 바로 그런 말에 해당되는 듯하다.

부산을 여행하면서 맛있는 음식으로 입도 저절로 행복해진다. 입맛대로 골라먹는 재미를 부산 테마거리를 여행하면서 느껴보시라! 부산은 여행할 만한 곳이 참 많은 곳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체험거리로 조성된 명품테마 거리를 여행하면서 가을 여행을 시작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일 될 것이다.

부산오뎅, 비빔잡채, 유부보따리 등 국제시장 먹자골목의 먹을거리들. ⓒ전윤선

• 가는 길

KTX 열차 이용, 부산역 하차

부산장콜(두리발) 051-466-2280

부산 지하철 1호선 부산역에서 승차 중앙역 하차

• 먹거리

국제 시장 내 즐비한 좌판의 먹을거리

• 화장실

남포동역, 중앙역, 자갈치시장역 장애인 화장실 이용

• 주변볼거리

부산역 주변

용두산 공원

차이나타운

자갈치시장

남포동

보수동 책방 골목

• 숙 박

중앙역 앞

토요코인 호텔

시설은 1급 호텔 수준

가격은 모텔 수준

http://www.toyoko-inn.kr

• 문 의

다음카페,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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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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