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표준 추진협의회 회의. ⓒ서인환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는 생활표준화 추진협의회가 있다.

이 협의회에서 생활표준 2011년도 과제 발굴을 한 것을 보면 금융 ATM 작동방식 및 순서의 표준화가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이 ATM기를 사용함에 있어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에 대하여 한국정보화 진흥원에서 단체표준을 만든 것이 있기는 하지만 국가표준으로 승격하여 보다 의무적으로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추진하다가 담당자가 바뀌면서 방송통신표준(KICS)이 있고 개정이 필요하다면 방통위가 할 일이라는 의견으로 과제는 중단되었다.

장애인화장실의 변기 높이와 지지대 높이 규격 표준화도 제안되었는데, 편의증진법에 구조와 재질 등에 관한 세부규정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표준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에 의하여 과제로 선택되지 못하였다.

총 14개 표준화 추진 과제 중 2개가 장애인과 관련이 있었는데, 다른 부처의 소관 업무라든가, 법으로 구체화하면 표준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으로 추진이 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일이다.

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표준화를 추진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고 표준화를 통하여 법에서 너무 상세하게 규정하지 못한 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총 14개 과제 중 결국 2개의 과제만 선정되었다.

2012년도 표준화 과제 선정에서는 국민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안한 표준화 과제 중 추진과제 채택을 심의하는 회의가 6월 7일 양재동 소재 L타워에서 열렸다.

국민들의 제안 과제는 시급성과 효과성 등을 고려하여 실무위원회에서 평가점수를 산정한 결과 100점 만점에서 4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15개 과제 중 5개를 선정하는 회의였다.

국민들이 선정한 과제를 보면 세탁기 소리의 소음이 너무 커서 밤에 작동하기에는 이웃에게 방해가 되어 소리의 크기를 제한하자는 것인데, 최고점인 85점을 받았다.

이와 유사하게 소음으로 인하여 소리의 크기를 표준화하여 소음이 적은 제품을 만들도록 하자는 것으로는 진공청소기와 레인지후드가 있는데 각각 84, 78점으로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기타 제안과제들을 보면 선풍기 바람세기를 표준화하여 강, 중간, 약의 구분은 있으나 기기마다 세기가 각기 다르므로 표준화하자는 것이 있었고, 거리 외부의 간판을 표준화하여 무질서한 간판을 환경과 잘 어울리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자동차 후미등 밝기의 표준화를 통하여 너무 밝은 빛으로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과제도 있었고, 배달음식 치킨을 표준화하여 크기나 양이 서로 다르거나 내용물이 회사마다 다른 것을 막아보자는 과제도 있었다.

밥 한 공기의 표준화를 통하여 식당의 밥공기의 정량을 정하자는 과제도 있었고, 핸드폰 메뉴의 표준화와 텔레비전 채널과 리모콘을 표준화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이에 대하여 선풍기의 바람세기는 선풍기의 크기와 속도 등이 제품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세기를 느끼는 감각이 달라서 표준화가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간판의 표준화는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고, 지자체마다 조례를 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므로 불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자동차 후미등은 자동차관리법 소관이라 곤란하며, 치킨의 표준화는 가격과 관련 있는 음식의 양은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의사결정 사항으로 일률적으로 표준화하기가 곤란하다고 보았고, 밥 공기는 해마다 기호가 변하므로 표준화가 곤란하다고 판단하였다.

아예 심사대상으로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제안한 것을 보면 장애인 휠체어를 위한 엘리베이터 표준화가 제안되었는데, 이는 건축법 소관이라는 이유로 부결된 듯하다.

실무위원회의 보는 각도에 따라 표준화가 추진될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현재 수동휠체어 위주로 되어 엘리베이터의 규격이 불편하여 별도로 표준화하여 법으로 정해지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은 것인데, 건축법으로 정하도록 하자고 하면 사실 현재 법에 반영되지 않은 것을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한 예로 간판의 표준화의 경우 다른 법으로 다루고 있다고 보면 표준화가 불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저시력인이나 노인들이 버스 번호나 거리의 안내판, 지하철의 역명이나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판의 글자가 너무 작거나 너무 높은 곳에 매달려 있어 잘 보지 못하므로 이러한 것들을 표준화하여 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표준화를 해 보자고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므로 표준화가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 선정의 방안을 찾는 노력 여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장애인 관련 제안도 있었으나 제안자가 시급성이나 효과성, 복지성을 잘 설명하여 제안하지 못하거나 심사자가 다른 법에서 다루는 것이 좋겠다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런 것이고, 법이 미처 하지 못하는 세부적인 것을 표준화가 기여하도록 하자면 그것을 이유로 과제선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제안의 편수가 전체 30편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표준화에 대한 홍보가 매우 미진하거나 국민들의 참여도가 저조하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안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을 보면 1등이 100만원, 우수 50만원, 장려 10만원, 입선 5만원으로 너무 인센티브가 약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일상생활에서 표준화를 하면 편리해질 수 있는 것을 평소에도 자주 발견한다. 그러나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과제로 제안해 주고, 필요성을 설명해 주는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중복하여 지지해 주는 것도 과제 선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의 김치맛이나 고추의 매운 정도에 대한 표준은 그 좋은 에이다.

시장에서 고추를 사면 너무 매워서 마음에 들지 않거나 너무 맵지 않아서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매운 정도로 5등급으로 정하여 표시하도록 하면 고객이 매운 정도를 알아보고 살 수 있어 막연하게 매운 고추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장애인의 생활에 필요한 것에 대하여 표준화가 필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평소에 느끼고 있다.

사실 표준화는 발명과 같이 불편을 해결하는 한 방법이다. 가장 불편을 많이 경험하는 장애인이 표준화가 필요한 것들을 더 잘 알 수 있다. 필요성을 느끼는 장애인들이 좋은 과제를 제안해 준다면 자신의 불편도 해결하고 국민들의 불편도 해결해 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술표준원의 생활표준화가 활성화되도록 우리의 참여가 필요하다. 국민 수에 비해 제안건수가 1년에 30편에 불과한 것은 확실히 저조하다.

그리고 심사과정에서도 단순히 ‘법이 있으므로’나 ‘표준이 곤란하다’가 아니라 표준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그 장점을 연구하고 미완의 제안을 잘 다듬거나 방향을 변경하여 선택하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유인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미 표준이 있는 것을 국민이 또 제안하였다면 이미 있어서 불필요하다고 보지 말고 보다 편리하게 더 고칠 부분을 생각해 수정 제안으로 수용했으면 좋겠다.

표준화는 결국 국민 복지를 위한 것이고, 복지가 필요한 장애인의 생활표준화 적용은 복지 선진화를 앞당길 것이다.

회의를 마치고 기념촬영.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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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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