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천장 이론을 도식화한 그림으로 입시에서 출제 빈도가 높은 문제이다. ⓒ서인환

고등학교 교과서 ‘사회문화’는 장애인 인식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회학에서는 사회를 기능론과 갈등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사회적 문제를 병리적 현상으로 보는 보수적 입장인 기능론과 구조적 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진보적 갈등론을 담고 있다.

사회화에 있어 문화적 결핍을 설명하는 늑대아동 모글리 현상도 다루고 있는데, 이것으로 의사소통 결핍으로 인한 청각장애인의 입장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모글리처럼 언어는 청각장애인에게 있어 제2외국어와 같으며, 동일 사회에 살면서도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장애인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유리천장과 유리벽 현상에 대한 이론은 장애인이 통합사회를 이루는 데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고, 사회적 지위에 있어서도 주류화에 유리천장과 같은 장벽이 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쿨리나 미드의 거울이론 역시 장애인이 조기에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모방을 통한 사회화에 어려움이 있는 모습으로 설명될 수 있다. 개인과 사회화의 관계에 있어서도 실재론(결정론)과 명목론으로 살펴봄으로써 장애인이 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결정론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편견 문제를 극복할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탈이론에서는 장애의 정의를 일탈로 보는 관점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고, 재사회화로 보는 재활론자의 문제를 인식하는 이론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불평등의 산물로서 지배집단에서 벗어나 있는 장애인의 문제를 갈등론적 입장에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상징적 상호작용에서 낙인론으로 장애인의 편견을 설명할 수 있다.

사회문화 교과서의 4장은 사회적 불평등을 다루고 있는데, 편견의 예로 살색을 들고 있다. 피부색은 다양한데 살색이라는 색의 이름을 붙임으로써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서에는 검은색과 살구색, 흰색 모두의 색연필을 그림으로 제시하면서 ‘모두가 살색입니다’라고 제시하고 있다. 결론은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은 재산, 권력, 명예, 위신, 건강 등의 사회적 자본의 차등 분배현상이라고 정의하고, 특히 약자의 문제는 건강의 문제로 귀결되며, 의료는 의학의 문제 이전에 사회적 문제임을 설명하고 있다.

직업이나 역할의 귀천은 없어도 중요도는 있다고 보는 기능론자와 기득권의 독점 논리라는 갈등론자의 입장은 장애인이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가는 현상을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해 준다. 이 대목에서 토크쇼 대가인 오프라 윈프리의 인생 극복기와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의 자살을 예로 들어 불평등을 설명한다.

기능론자들은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게 하고, 동기를 주어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갈등론자들은 박탈감을 주장한다는 이 대목에서는 ‘희망을 가져라,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는 일반적 질문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필자도 누군가가 ‘앞으로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대답을 못하면 마치 희망도 없는 사람처럼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꼭 희망이 있어야만 되는 것인지, 현실에 만족하면 안 되는 것인지, 왜 대답을 상대에게 꼭 해야 하는지, 혼자 간직만 하면 안 되는지 등의 거부감을 갖곤 했었다.

희망을 성취할 기회에 기회균등이 보장되지 않으면 희망을 가지라는 것도 기만이 될 수 있다.

분배가 서열화되어 사회계층현상이 일어나며, 베버의 사회계층이론과 같이 계층이 나타난다.

‘문화만큼 계급적인 것은 없다’는 말에서 장애인의 문화적 소외를 생각하게 한다.

불평등의 해결 방안으로는 개인적으로는 인식교육을, 사회적으로는 복지제도의 확충을 들고 있다. 빈곤의 문제에 있어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 주관적 빈곤으로 분류하는데, 장애인의 빈곤문제 역시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교과서는 약자란 불리한 자이고, 소수자란 차별을 받는 자라고 설명한다. 여성과 성적 소수자를 사례로 설명하고 있으며, 소수자로서의 장애인 차별사례도 몇 가지 들고 있다.

예를 들면 비장애인은 화장실을 남녀로 구분하면서도 장애인은 무성으로 취급하여 공동으로 하나만 화장실을 설치하여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전부이다. 장애인의 정의나 정책의 패러디임이 의료적 신체적 패러다임에서 권리적, 자립적, 환경적 패러다임으로 변하였다는 것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제약을 편의시설이나 편의제공, 정보화에서의 접근권, 이동의 문제, 사회인식의 문제, 차별금지법과 권리협약의 문제, 탈시설 운동과 장애인의 당사자주의 등 구체적으로 심화하는 학습은 없다.

학교에서 장애인 인식교육을 연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하여 미리 장애인 인식교육을 하는 것은 효과가 클 것이다.

그런데 특별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시간에 교육을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또한 장애인의 불평등의 문제가 입시문제에 포함된다면 더욱 교육은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문화 교과서가 가장 적절하게 그 내용을 담을 수 있다.

화장실 문제 등 한두 가지의 예로서 장애인의 문제를 인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아주 편파적이고 추상적으로 장애인을 이해할 수가 있으며, 사회학적으로 이론은 배우면서도 실제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렵다.

교과서에서 이진법을 배우고 순열을 배우면서 어디에 이것을 사용하는지, 왜 그것을 배워야 하는지 모르고 그냥 답을 내는 기술만 배우는 것은 교육의 낭비이다.

사회문화 교과서에 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인식의 단원을 신설하여 보다 심화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별도로 장애인 인식교육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교육은 반드시 현장을 통하여 경험하고 체감하도록 구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실천과 현장교육을 통하여 장애인 인식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체험을 통하여 장애인을 이해해야 한다.

입시에서도 장애인의 문제가 어떤 이론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어떻게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문제로 출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