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계층 중 약자계층과 차별계층은 다르다. 약자계층은 불리한 조건을 가진 포괄적 개념이라면 장애인계층은 약자계층이면서 차별계층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약자계층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차별을 받는 계층은 아니다.

장애인이 자립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자본주의 속에 살고 있는 한 돈의 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런데 취약한 자본 형성 과정에서 국가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금융권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정부의 지원책도 비장애인의 지원책에 비하여 소극적이거나 차별적인 면이 있다.

장애인이 개인적으로 재력을 가짐으로서 자립을 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구매할 수도 있으며, 지속적인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소득은 재력으로도 가능하지만, 능력이나 노동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장애인이기에 차별로 인하여 노동자로 일하기가 어렵다. 장애인 250만 중 근로자가 13만에 불과함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므로 장애인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는 근로활동의 보장과 재산형성의 지원, 사회적 서비스 확대로 구분하여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며, 이로써 생활보장에서 소외되는 자를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등록장애인 인구가 250만명이 넘는 현실에서 계층의 자본 형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지역경제라는 말이 있듯이, 계층경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250만명이면 하나의 도 단위에 해당하는 큰 인구집단으로 그 정도의 규모에 걸맞는 자본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계층자본이 형성되어 있지 못하면 그 집단은 자력으로 자본을 재생산할 수 없어 저소득계층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앞으로 5회에 걸쳐 보건복지부의 자립자금 대여, 서울시 등 지자체의 창업지원, 중기청의 창업지원, 미소금융의 창업지원, 그리고 장애인금융시장의 형성으로 나누어 다루어 보고자 한다.

다만 공단의 장애인고용 사업주에 대한 융자제도는 장애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주에 대한 지원이므로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장애인 근로자 자동차 구입비 대여사업은 원래 고용공단의 사업이었으나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이관되었다.

자동차 구입이 근로자의 출퇴근을 목적으로 하느냐는 것은 노동부의 시각이다. 이동권 확보나 이동편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자동차의 용도를 근로자의 출퇴근용이 아닌 일상생활과 생업용으로 보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시각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근로자의 경우 급여가 있으므로 상환능력을 보고 조건을 달리하고자 하는 이유로 보인다.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생업을 지원하거나 지식과 기능을 익히는 것에 대하여 자금을 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시행령에서도 생업과 취업으로 한정하고 있어 굳이 자립자금과 구분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자립자금과 생업이나 취업지원 자금이 별도로 중복 지원된다면 이렇게 분리되는 것이 유리하겠으나, 근로자가 두 가지 대여를 모두 신청하여 혜택을 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분리함으로써 예산이 분리(자동차구입대여 45억원, 약 350명 정도분)되어 한쪽 사업으로 쏠림 현상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구입대여 자금은 읍·면·동에 신청하여 대출신청서를 받아 은행에서 연리 3% 5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해 준다. 대출한도는 1천만 원이나, 특수개조차량은 1500만원까지다.

대신 자동차구입대여 예산은 출퇴근 이외의 목적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자립자금 대여사업은 자립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 생업이나 기술훈련, 보조기구 구입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 긴급 자금, 즉 의료비나 주택비용 등은 생업이 아니다. 생업이란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인 직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일반대출 외에 생업과 관련짓지 않은 생활의 긴급자금 대출제도는 사실상 없다.

자립자금이란 자립생활 또는 생활안정자금이 될 수도 있겠으나 생업과 직업을 갖기 위한 기술훈련, 보조기기 구입으로 한정하고 있다.

출퇴근 자동차 구입대여는 대출 조건에 소득의 상한선은 있어도 하한선은 없지만 자립자금은 상한선과 하한선이 존재한다.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성인으로서 최저생계비의 250%(2012년 기준 월 1인 128만원, 2인 235만원, 3인 기준 304만 원) 수준 이하의 개인이 아닌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하지만 부양의무자의 재산을 보지는 않는다.

5년 거치 5년 상환의 연리 3% 조건이지만, 1200만원 이하는 신용대출, 2000만 원 이하는 보증인 대출, 5000만원 이하는 보담보대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신용대출의 경우 기존 대출이 200만원 이상이 있으면 제외되고, 연간 재산세가 2만원 이상이거나 연간 소득이 600만원 이상임을 증명하여야 한다.

장애인 자립자금 대출의 연간 총 예산은 120억 수준으로, 전국에서 800명 정도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장애인저소득 인구에 비하면 적은 예산이다.

보증인 대출의 경우 보증인 자격은 재산세 2만원 이상인 자 또는 연소득 800만원 이상인 자로 1000만원 대출마다 보증인 1인이 추가되어야 한다.

생업을 위한 자동차 구입이나 의료비도 가능하지만 학자금이나 생활가계자금 등의 용도로는 대출이 불가능하다.

수급자를 위한 저소득 생업자금 지원대상자나 한부모가족지원법에 의한 융자대상자는 제외되며, 대여절차는 근로자 자동차 구입비 대여와 같다.

문제는 보증인제도이다. 본인이 재산이나 소득이 있어도 대여금이 1200만 원이 넘으면 보증인을 필요로 한다. 특히 두 명의 보증인이 필요한 경우 거의 대여의 혜택을 보기가 어렵게 된다.

정부는 이렇게 소득과 재산을 조사하고 보증인까지 세웠음에도 은행에 대여금을 갚지 않는 사람을 위해 보증대출의 7%, 무보증대출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고로 보전해 주고자 예산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그 절반이 보전비로 지출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이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장애인들이 대출금을 잘 상환하여 불용처리되는 것인지, 아니면 대출 실적이 저조하여 불용처리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연리 3%라는 낮은 이자는 유리하지만, 연대 보증인 제도가 폐단이 많아 신용사회에서 없어져가는 마당에 장애인에게는 연좌제로 작용함은 문제이다.

그리고 갚을 능력을 보고 대여를 한다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애당초 갚을 능력이 있으면 당장 돈을 마련하기가 불편할뿐 그래도 능력이 있으므로 적금대출 등 다른 자금 마련 방법이 있을 수도 있으나, 문제는 그 이하의 소득을 가진 장애인이 자립하고 일어설 기회는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방법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생업을 위해 목돈이 필요한 경우 예를 들어 2년치의 수급비를 무이자 일시불로 지급하되, 자립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2년 6개월 내지 3년 동안만 수급비를 제한하는 방법으로라도 수급대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지원하는 방안은 어떨까 싶다.

다만 의료급여와 교육급여는 지원하는 것이 수급자에서 자립으로 나아가는 아정적인 지원책이 될 것이다.

지자체는 조건만 보고 추천을 하는 것이고, 은행은 대출이 이루어지면 상환방법만 찾을 것이다. 손실보전을 하지 않으면 대출을 축소할 것이고, 보전을 확대하면 굳이 장애인이 상환하지 않아도 보전되므로 상환관리가 허술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 대출제도가 변화된 환경에 적절한 것인지, 생업계획을 수정하여 효과를 높일 방안은 없는지, 중간에 상환을 위해 노력을 잘 하고 있는지, 기술적 지원으로 확실하게 자립을 하도록 컨설팅하고 지원하는 기관(장애인개발원 또는 장애인단체 등)을 지정하여 대출의 추천 단계부터 개입하도록 하되, 지자체의 2중 관여는 번거로우므로 전문 추천기관을 지정하여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자동차 구입의 경우 구입한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하게 하고, △사무실 마련의 경우 임대계약 만료 상환을 금융기관이 직접 하도록 하되 보증인을 없애는 방안, △사무집기나 재료비나 운영비의 경우 컨설팅 전문기관의 지정으로 보증인 면제 등 장애인에게 보증이라는 장벽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보다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로 발전했으면 한다.

근로자가 아닌 창업자나 사업자미등록 경제활동자에게도 희망통장 가입 혜택을 주어 자금을 마련하게 하고, 탈시설 등 자립생활을 위한 재원 마련도 대여 조건에 포함하여 다양한 면에서의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길을 열어 주어야 할 것이다.

미소금융도 보증인이 없는데 하물며 정부의 보장성 대출에 보증인 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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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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