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 전화기 알라딘. ⓒ서인환

‘알라딘’은 음성인식 전화기다. 이 전화기를 개발한 회사는 경북 구미에 소재한 JSYM 시스템사다.

이 회사는 '마래바'(말해 봐)를 개발한 바 있다. 마래바는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이 각종 가전제품을 음성으로 작동하는 환경제어 장치이다.

환경제어 장치는 비장애인들도 사용한다. 누워서 형광등 불을 켜거나 껄 수도 있고, 가스벨브나 밥솥의 스위치를 작동할 수도 있다. 집안에서 작동할 수도 있고, 핸드폰을 이용하여 외부에서 작동할 수도 있다.

최근 고급 아파트에서는 지능형 제어장치로 이러한 조절장치를 기본으로 설치하기도 한다.

누워서 전등을 작동하는 방법은 리모콘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쉬운 적용방법이다. 리모콘의 스위치를 이용하여 각종 전기·전자 제품을 제어하는 것은 호텔 등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처음부터 리모콘을 사용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면, 각종 전기의 콘센트와 플러그 사이에 연결되는 젠더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젠더는 리모콘의 신호에 따라 전기를 연결하거나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을 잘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각종 스위치를 사용할 수 있다. 작은 버튼을 누르기 힘들 경우 큰 스위치로 변경할 수 있고, 근육 장애인과 같이 힘이 약한 경우 예민한 스위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

스위치는 침대에 고정시켜 놓을 수도 있고, 전동휠체어에 붙여 놓을 수도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스위치가 눌러졌는지 음성으로 응답해 주는 것도 있고, 청각장애인의 경우 진동으로 응답하는 것도 있다.

손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하여 눈썹의 움직임이나 눈동자, 머리의 움직임, 혀의 움직임 등 신체의 움직일 수 있는 어느 부분으로든 작동 가능하도록 하는 스위치들이 있다. 그러한 움직임조차 어려운 경우라도 살아서 숨을 쉴 것이므로, 호흡으로 빨대 스위치를 이용하여 명령할 수도 있다.

이러한 스위치들이 모이면 자판을 형성하여 워드작업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살아 있기만 하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학이라고 한다. 스위치를 보다 복잡하게 작동하는 것이 컨트롤러가 있어 누를 때 몇 초 동안 계속 누르는 효과를 낼 수도 있고, 한 번만 눌러도 켰다 꼈다는 자동으로 반복하게 할 수도 있으며, 여러 개의 스위치를 모두 눌러야만 작동하게 할 수도 있다.

중증장애인들을 위하여 집안의 작동 가능한 많은 제품들을 제어하는 마래바는 아직 대량 생산 판매가 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국립재활원에서 유용성을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종의 임상시험인 것이다. 아니 사람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니 제품시험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용화된 제품으로 알라딘이라는 음성인식 전화기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핸드셋과 거치대로 구성되어 있고, 서로 2.4G 무선으로 연결된다. 핸드셋은 전화번호부를 기억시킬 수 있고, 스피커폰이 내장되어 있다. 거치대는 음성인식 DSP 보드를 내장하여 기본 모듈과 RS232C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다.

전화를 거는 방법은 ‘알라딘’을 먼저 불러야 한다. 일상언어에서 특정 단어를 인식하여 함부로 작동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알라딘이 “말씀하세요”라고 말하면, ‘000 전화해’라고 하면 된다. 등록된 전화번호 대신 이름을 말해도 되고 번호로 말해도 된다. 8초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 알라딘은 자기를 부른 것을 취소한다.

알라딘이 번호를 인식하고 재확인하기 위하여 '000번으로 전화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3초 간 대기를 한다. 혹 잘못 인식할 경우 취소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전화를 끊을 경우는 ’알라딘 대기‘라고 하면 된다. 전화가 걸려오면 ’알라딘‘을 부르면 ’전화받겠습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전화가 스피커폰으로 받게 된다.

이 전화기는 취침모드가 있는데, ‘알라딘’이라고 부르면 ‘말씀하세요’라고 응답하면 ‘취임모드 설정’이라고 곧바로 말하면 된다. 취침모드에서는 ‘비상’이란 명령어에 즉각 반응하여 예약된 비상전화 번호로 자동으로 전화를 연결하는 것이다.

음성인식은 음성출력보다 아직 기술이 낮다. 음성인식율이 낮아 핸드폰의 경우 말하면 엉뚱한 메뉴로 가 버리거나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로 전화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알라딘은 최소한 잘못 인식하는 경우 못 찾는 한이 있어도 엉뚱한 것을 찾지 않도록 특별히 설계되었으며, 음성인식 기술은 아주 획기적이고 신뢰할 만해 인식울은 94%를 자랑한다.

사실 인식율을 좋게 하려면 주인의 음성만 인식하도록 녹음을 하여 그 녹음된 음성과 대조하여 작동하도록 하면 100% 정확성을 가질 수 있지만 일일이 상용화된 제품을 그렇게 개인 맞춤형으로 셋팅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그 외에 주파수 특성을 인식하는 방법도 있고, 음별력으로 인식하는 방법도 있는데, 불특정 무제한 단어를 인식하는 기술은 지금까지 나온 것 중 '알라딘'이 최고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다음 버전으로는 마래바와 알라딘을 합쳐서 말로 환경을 제어하는 전화기 겸용으로 만들 것이라 한다. 전화기능만 가질 경우 대략 소비자 가격이 30만원, 환경제어 기능을 가질 경우는 5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이런 제품이 필요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와상장애인 중 손으로 리모콘을 사용하기 힘든 장애인과 노인이 그 대상이 될 것인데, 전동휠체어 사용 인구가 6만 명 정도라면 그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은 노인장기요양비에 보조기기 구입비가 월 16만원이 있으니 그 것으로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개인이 구입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편리함이 있음에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고생을 하도록 국가가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수급자나 차상위만 지자체를 통하여 보조기기 보급사업으로 포함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경우 비상시에 활동보조인이나 긴급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이 기기를 중증장애인이 돌봄 시스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기가 보급되면 그만큼 활동보조의 손을 줄일 수 있으므로 국가도 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 활동지원제도에서 일상생활 보조기기 구입비를 별도로 추가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미국은 1974년 재활법을 제정할 당시, 1년 6개월 내에 장애인의 접근을 보장하는 데에 모든 기술을 사용하여 필요한 모든 제품을 만들도록 지원하였고, 그 결과 1만 종 이상의 생활용품이 개발되었으며, 그런 다음 그 보급을 통하여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법으로 강제화하였다.

우리의 경우 그러한 대안은 없으면서 접근성을 권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빠진 정책이다.

보조기기 분류는 건강, 교육, 이동, 건축, 일상생활, 스포츠 등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일상생활 분류에 아무런 지원도 없다면 분류는 학술용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예산이 불과 얼마 되지도 않는 보조기기 보급 사업에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추가만 하고 그 예산 범위 안에서 사용하도록 하면서 일을 다 한 것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보조기기 지원법을 제정하든, 아니면 별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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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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