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은 우리 나라의 대표 도서관이다.국민독서진흥법에 근거하여 설립되었으며, 관장은 1급 공무원으로 상당한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국립중앙도서관은 단순히 많은 장서를 보관하고 대출하는 규모상의 최고뿐만이 아니라 도서관 진흥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고, 전국에 산재한 도서관 진흥을 위한 예산 편성과 집행권까지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립중앙도서관장은 관내 도서관의 운영 권한만이 아닌 전국의 도서관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다.

2003년부터 국립중앙도서관은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를 위하여 시각장애 대학생 원문 DB구축사업을 해 왔고, 국민독서진흥법의 개정으로 관내에 장애인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지적장애인을 위한 지식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자료제작과 배포사업을 해 오고 있다.

매년 15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점자파일 제작과 데이지(시각장애인용 뷰어 프로그램) 전자책 제작, 자막 영상물과 화면해설 영상물 제작 등을 장애인 단체에 의뢰하여 제작하고, 그 자료를 필요한 장애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난 해 장애인지원센터의 소장을 개방직으로 공모·초빙하여 김영일 조선대 교수가 현재 일을 맡고 있다.

데이지의 경우 장애인도서관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국제 데이지 컨소시엄에 수천만 원의 연회비를 납부하여 도서관들이 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로는 대면 낭독 프로그램과 대출 자료의 변환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독서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를 설치하여 지원해 주고 있다.

국민독서진흥법이 지난 해 개정되어 이제 장애인지원센터는 국립장애인도서관으로 승격하게 되었다. 장애인에 대한 지식접근성을 높이는 중요한 임무를 다하고, 지식과 정보에서의 차별이 없도록 하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은 관내의 국제회의장을 장애인에게 무료 예식장으로 대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대관료 6만원이 있기는 하지만, 다시 결혼 축하금으로 선물을 주기 때문에 사실상 무료인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토요일은 주차장도 넉넉하고, 회의장 바로 옆에 식당도 위치하고 있어 장애인 중 예식장을 구하기 어려운 분이나, 의미 있는 예식을 올리기 위하여 많은 이용이 있지 않을까 한다.

도서관이 책을 보관하고 대여하는 기능에서 나아가 이제는 정보관으로서의 역할이 추가되었다. 모든 정보가 지식을 싣고 통신으로 흐르는 시대에서 도서관도 그러한 정보매체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도서관 설립이 그를 증명하고 있다.

이제 도서관은 또 한 번의 변신을 해야 한다. 도서관은 정보관뿐만 아니라 문화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전시회와 예술공연 등 문화향유권을 누리게 하기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항상 도서관에 가면 어떤 문화 콘텐츠가 있고, 행사가 있고 영화를 볼 수 있는 놀이터이자, 음악감상실이자, 휴식처이자, 지식의 창고여야 한다. 도서관은 도약의 에너지 공급원인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장애인을 위하여 국제회의장을 기꺼이 내어 놓은 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매우 모범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시중의 예식장은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어 특별히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장애인이 결혼식을 한다고 차별을 하거나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익이 생기는 것을 거부할 리는 없다.

하지만 결혼은 과도한 지출을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평생 한번 하는 것이고 좋은 일을 앞두고 사람이 마음이 넉넉해진다는 것과 평생 기억에 남겨야 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상업적으로 흘러 결혼 당사자가 주인인지, 결혼시장의 전시물인지 혼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안의 반대나 생활고로 인하여 결혼을 하지 못한 분도 있고, 결혼을 앞두고 고민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새출발을 하는 청년들이 이러한 고민부터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이러한 고민을 국가가 해결해 줄 수는 없을까 생각했었다. 국가 기관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결혼을 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스개 소리지만 아마 자녀가 수재가 나오지 않을까?

영호남의 지역 감정이 극에 달한 1986년에 장애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자며 관광버스 몇 대에 몸을 싣고 상호 방문을 하며 축제를 벌인 적이 있었다.

양쪽 지역의 방송사들은 이 사실을 일제히 특종으로 다루었고, 장애인도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며 교류하는데 비장애인들은 도대체 왜 서로 감정을 앞세우고 편견을 내세우는지 안타깝다며 개탄한 적이 있었다.

현재의 결혼문화의 폐단을 우리 장애인이 먼저 나서서 모범을 보이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조용한 가운데 진정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 금전적 계산 없이 서로 아름다운 인연을 맺는 맹세를 하는 명당으로, 문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의미에서 장애인들이 시범을 보이면 어떨까?

‘돈이 없어서’, ‘장애인이니 초라하게’, ‘장애인이라서 특별히’가 아니다. 가장 먼저 결혼을 하는 장애인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직접 주례를 한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평생 간직하고 기억할 축복의 날, 역경을 만나도 그 날을 생각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상대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추억의 장소가 되기를 희망한다.

기업이나 공동모금회에서 작은 선물이라도 축복의 의미로 마련하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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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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