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전략의 한목소리를 위한 CSO 사전회의 모습. ⓒ서인환

새로운 아태 장애인 10년을 준비하기 위하여 지난 해 12월 유엔 에스캅은 스텍홀더 미팅(이해 당사자 회의)에서 구체적 계획안인 인천전략을 완성하기 위한 장애인단체 교섭단체로 CSO(인천전략안 심의협의단체) 15개 단체를 선출하였다.

에스캅에서는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태국 방콕 에스캅 회의실 4에서 각 국 정부 대표와 CSO 15개 장애인단체와 인천전략의 확정을 위한 회의를 갖는다.

APDF(아태 장애인포럼)은 제2차 아태 장애인 10년을 위하여 결성된 단체로서 RI(재활협회)가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는 새로운 10년의 전략인 인천전략에 계속 주도적 활동을 하기 위한 의지의 하나이기도 하고, 여러 단체들 중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또한 인천전략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기 위하여 다른 단체와 공조가 필요하여 15개 CSO 단체를 서울에 초청하여 지난 5일과 6일에 워크숍을 가진 바 있다.

이 워크숍에는 APDF, RI-AP(아태 재활협회), WBU-AP(아태 맹인연합), DAISY(시각장애 정보접근협회), II-AP(아태 발달장애인협회), WFD(세계청각장애인협회) 등 6개 단체가 참가하였다.

이 워크숍에서 인천전략의 초안을 면밀히 검토하여 많은 수정을 한 새로운 안을 제시하자 참석을 하지 못한 AAN(아시안 지역포럼), CBR-AP(아태 지역사회 기반 재활서비스협회), APCD(제2차 아태 장애인 10년을 위하여 일본의 지원으로 조직된 아태 장애인개발센터), SADF(남아시아 장애인포럼) 등은 에스캅 회의 참석을 위해 방콕을 방문하면서 이틀 일찍 모여 인천전략의 수정에 대한 안을 재논의하였다.

이렇게 국제 무대에서 장애인단체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하고, 때로는 경쟁과 대립으로, 때로는 공조와 협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들의 안에 대한 다른 장애인단체의 지지를 얻고 에스캅과 인천전략을 논의하기 전에 장애인단체의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3월 13일 오후 2시에 DPI-AP(아태 장애인연맹), PDF(태평양 장애인포럼)을 포함한 12개 단체들이 로얄 프린세스호텔에서 모여 다시 인천전략에 대한 문구 수정을 논의하였다.

이날 회의에는 에스캅에서 회의장을 예약하고 참석도 하려 하였으나, 15개 단체가 에스캅과 논의하기 전에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회의이므로 불참하였다.

어차피 다음 날부터 에스캅에서 논의될 것이기에 중복 회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단체들간의 단합행위가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단체간 조율과 합의가 보다 신속한 회의를 이끄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에스캅에서 마련한 초안에 대한 단체들의 의견 반영 요구 성격이나 단체행동 성격이 강하여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에스캅에서 불참뿐 아니라 장소 예약을 하지 않아 장애인들은 접근성이 나쁜 장소를 겨우 얻어 회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의장을 맡은 맹인연합의 대표는 이 회의는 합의된 CSO의 의견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개회 인사를 하였고, 나까니시 DPI-AP 회장은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완전한 이행이 목적이라고 회의 목적을 소개하였다.

먼저 인천전략의 서문에서 한국의 박경석(APDF 한국대표) 의장의 주장에 의하여 장애 인지적 계획과 예산을 각 국은 시행할 것을 명시하고, 특히 ‘모든 생활 영역에서의 인지적 예산’이라는 구체적 문구를 삽입하게 하였다.

한국에서 온 DPI 대표이자 AP-DPO 준비위원장인 김효진 대표는 한국 장애인들의 의견을 대신하여 목표 8의 객관적 통계와 자료 수집을 세부이행 기제로 옮기고, 새로이 장애인의 자림생활을 목표로 만들고자 하였고, 일본의 나까니시의 지지로 목표 4에 구체적으로 자립생활의 보장을 담게 되었다.

각 국의 장애인 정책 수립에 있어 장애 유형, 소수 증증장애별, 장애정도별, 성별, 지역별, 연령별 등을 고려하여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나열식보다는 포괄적으로 표현하자는 의견 대립도 있었다.

접근성에서 교통과 통신을 분리하자는 주장과 통합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접근성에는 활용성도 담보되어야 함을 명시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 정책이나 계획 수립이라고 하면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도 포함되지 않느냐는 주장과 그래도 세부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모든 계획 수립에 장애 주류화 원칙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목표1에서 아태 지역 장애인의 하루 소득이 1.25달러 이하인 자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것을 국가 사정에 따라 월 5만원 이하라는 의미가 무의미하므로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자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으로 문구를 조정하였다.

직업훈련과 인적교육은 관련 부처가 다르므로 분리하자는 안과 소득 향상을 위해 같은 목표 아래 나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으나 결국 한 곳에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목표 2인 ‘정책참여와 정치참여 증진’을 ‘자립생활’로 변경하자는 주장이 나왔는데, 자립생활도 사회참여의 하나이므로 목표로 부각시키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목표 4의 ‘사회보호’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이에 대하여 자립생활은 보호가 아니라 자기결정이므로 사회 참여와 주제를 같이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자립생활은 목표 4에 언급하게 되었다.

목표 3은 접근성 증진이었고, 목표 5는 여성 장애인의 역량강화이다. 목표 7은 재난대책, 목표 9는 권리협약 비준과 국내법과의 조율, 목표 10은 국제협력과 기금이다.

일본의 이께하라 변호사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국제장애인인권재판소는 ‘권리협약의 모니터링 매카니즘과 장애인 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한 법적 지원’이라는 표현으로 포함되었고, 한국 대표들도 이를 지지하였다.

이번 회의의 발표자를 보면, CBR-AP 대표인 굴람이 가장 발표를 많이 하였는데, 비록 자국의 조직은 없으나 아태 지역에서 상당한 입지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발달장애인협회 나가세 대표도 잦은 발언으로 의견 개진도 많았지만 주장이 강하였다.

앞으로 한국 장애인단체가 국제 무대에서 이 두 사람의 협력을 받지 못한다면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정도였다. 한국 대표들은 나까니시를 포함하여 이 세 사람을 장애인단체의 주도적 인물로 파악하였다.

회의 장소 배치를 보면 APDF가 중심에 나란히 앉고 주변에 다른 단체들이 앉아서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한국이 앞으로 리더가 되려면 APDF의 중심 역할과 국제적 위상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부 목표와 목표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가 전략안에 구성되어 있는데, 목표에서 여성장애인 지원 프로그램 수는 그 프로그램이 전국적인 것인지 아니면 시범사업적 성격인지 알 수가 없어 국내에서 소극적 사업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어 김효진 대표의 주장에 의하여 지표를 프로그램 숫자가 아닌 인권침해 사례건수로 수정하였다.

더욱이 한국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구체적으로 조문화한 것은 큰 실적이라 하겠다.

회의는 식사도 그른 채 밤 8시가 넘어 마쳤으며, 일본 대표들의 요청에 의하여 한국 대표들은 함께 식사를 하며 한국의 아태기금 조성 의견, 일본의 장애인종합복지법의 개정 상황, 일본 제안의 장애인인권재판소의 한국측 지지에 대한 감사 등 담소를 나누었다.

회의를 마치고 일본대표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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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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