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로 정비되어 있는 일본의 어느 시장. 후각과 함께 오감을 통한 공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훈길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들여마셔 본다. 공기의 촉촉함과 냄새가 코를 통해서 뇌에 전달된다. 사람이나 작품 등에서 풍기는 특유한 냄새나 느낌을 가리켜 체취(體臭)라고 한다.

사람이나 사물들에는 각각의 체취가 있고, 음식 또한 자신들만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 즉, 냄새를 맡고 자신이 있는 공간이 어딘지를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무실에는 사무기기들과 종이, 펜 등의 물건들 때문에 사무실만의 냄새가 있고, 시장에서는 생선, 과일, 채소 등 다양한 종류의 냄새들로 시장만의 냄새가 존재한다. 처음 찾아간 건물에서 화장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를 안내판을 보고 알 수도 있지만 냄새를 통하여 알 수도 있다.

이처럼 인간은 건축을 시각, 청각, 미각, 촉각 뿐만 아니라 후각과 합쳐진 공감각으로 느끼며, 후각은 공간을 인지 및 소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이며 행위가 된다.

후각은 청각보다는 시각에 더 가깝다. 눈이 서로 비슷한 색의 특징들을 통합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을 이끌어내듯이 후각 역시 전체적인 냄새를 감지하고 나서 경험으로 배운 사실에 근거해 냄새의 성분들을 분석한다.

공통적인 부분으로는 코도 눈이나 귀와 마찬가지로 냄새 맡은 것을 기억에 남긴다는 것이다. 누구나가 냄새와 관련된 추억들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며, 미각과 연관되어 있어서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으면 자연스럽게 입맛을 다시며 입안에 침이 고이게 된다.

따라서 후각적 측면에서만 살펴보면, 선천적 시각장애인인 경우에는 냄새의 경험으로, 후천적 시각장애인인 경우는 냄새의 기억을 통하여 공간을 인지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후각을 고려한 도시건축 디자인은 장애인들에게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후각을 통한 공감각을 제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는 식당이나 시장 골목이다.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만의 질서를 가지고 형성되어 있다.

재래시장의 경우 좁은 골목을 중심으로 같은 종류의 식당들이 하나 둘씩 열을 지어 도시 공간을 만들고 있다. 골목 사이는 아케이드와 같은 지붕을 덮어 골목에 내놓은 음식들에 눈과 비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음식냄새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한 상점 앞으로는 다양한 물건들을 진열해 놓음으로써 도로의 폭이 좁아져 보행자의 걸음걸이를 느려지게 하고, 주변 상점에 시선이 머무는 빈도가 많아지게 하여 결과적으로 상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사먹을 확률을 더욱 높인다.

시장에서는 후각과 미각적 효과와 더불어 사람들이 접촉하는 촉각적 감각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공감각적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후각뿐만 아니라 오감을 통한 공감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영화관이 있다. 요즘 디지털 4D 상영관은 여러 가지 특수효과인 움직임, 향기, 물 등으로 이용하여 시각적 만족감과 동시에 오감의 체험을 통하여 즐거움을 증가시키고 있다.

또한 매일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도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에 의존해온 스마트폰에 후각을 새롭게 추가하여 오감만족 휴대폰이 나올 전망이라고 한다.

우리는 보지 않고 음식의 냄새만으로 그 음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모르는 냄새의 음식이 나온다면 냄새만으로는 어떤 음식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먼저 거부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각각의 공간마다 냄새를 가지고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찾는데 더욱 쉬울지도 모른다. 거실에는 거실만의 냄새를, 안방에는 안방만의 냄새가 난다면 공간을 인지하고 찾아가는데 보이지 않더라도 두려움이 앞서기보다 조금은 더 편안하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도시와 건축에 자신만의 냄새인 체취를 만들어 주는 것, 이 것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래의 디자인은 오감의 적극적 반영이 성공의 전략이 될 것이다.

도시와 건축도 오감을 고려함으로서 일상적 공간 자체가 자신의 신체 일부인 것처럼 인지되고 사용될 날이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것이다.

궁극적으로 공간의 주인공은 건축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 하나의 건축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동원된 각각의 요소들과 사람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편안하면서 세심하게 배려된 공간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건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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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길 칼럼리스트
시작은 사소함이다. 비어있는 도시건축공간에 행복을 채우는 일, 그 사소함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어진 도시건축과 지어질 도시건축 속의 숨겨진 의미를 알아보는 일이 그 사소함의 시작이다. 개발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부를 주었지만, 문화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생활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의 온기로 삶의 언어를 노래하는 시인이자, 사각 프레임을 통해 세상살이의 오감을 바라보는 사진작가, 도시건축 속의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통하고자하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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