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폭력이 여론에 주목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청소년 폭력 원인을 조기에 잡기 위하여 정신질환을 검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영유아·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우편을 통한 설문으로 정신질환을 검진하여 이를 생애 주기별 관리를 통하여 학교 폭력 등 사회적 폭력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교수가 시각장애인이 눈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하여 관심이 많아 좋은 논문거리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시각장애인을 미행하고 집을 방문하여 이불을 잘 개었는지 장농도 열어보고 한 일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이를 항의하니 인권침해의 문제에 대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사과를 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여겼을 즈음, 그 교수의 논문이 발표되면서 시각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장애계가 다시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논문의 결론은 '시각장애인은 음식을 짜고 맵게 먹는다'는 것이었다.

이 교수가 시각장애인을 관찰해 보니 음식을 먹으면서 반찬을 많이 집어먹더라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적당하게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야 하는데 집다보니 잘 집히지 않아 많이 집은 것이 그렇게 판단하게 만든 것이다.

인권침해에 대하여는 지적을 했으나, 장애인 행동특성,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런 결과를 내었구나 하고 후회를 하였다. 교수정도면 굳이 그것을 가르치지 않아도 알만한데 의도적으로 논문을 특색있게 만들려고 왜곡한 것이라는 의심도 드는 대목이었다.

어느 의학자가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학교 폭력과 관련이 있다고 논문을 쓴 모양이다. 이를 근거로 내년부터 영유아와 소아·청소년 대상 정신질환 검진을 추진한다고 한다.

영유아의 경우 발달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이 주요 '타깃 질환'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설문 결과는 확진이 아니므로 발병 우려가 큰 경우 상담센터나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주는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라며 "검진 제도는 환자 발굴이 아니라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단다.

이는 장애인 조기발견에도 도움이 되고, 확진이 아니므로 낙인도 아니며, 건강의 중요성을 사회에 인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좋은 의도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이 왜 폭력 예방 계획에 들어갔는가?

폭력방지대책이라면서 그 것이 목적이 아니고 조기발견도 목적이 아니며, 인식개선이 목적이라니 앞뒤가 도저히 맞지 않다.

확진이 아니라는 말은 설문에 의한 조사이므로 신뢰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뿐, 조사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특히 발달장애와 지적장애, 언어장애 등과 폭력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설문이라는 어설픈 도구로 위험군의 명단을 작성하고 낙인을 찍고 있다.

폭력을 신체적·정신적 조건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도 아주 잘못된 것이다. 폭력은 사회문화의 잘못이며, 적게는 사귀는 집단의 심리적·환경적 문제이며, 도덕성 교육 문제이기도 하다.

발달장애 등이 폭력적이라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발달장애아가 학교에서 적응하기에는 장애인 인식이나 편의가 제공되지 않아 혹여 성격이 나빠지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애인이 폭력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건수보다 비장애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수가 더 많으니, 보건복지부 논리라면 장애인을 검진할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을 위험군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중에는 사회부적응이나 공격성 등이 있기는 하나 이를 장애범주로 인정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보건복지부이다.

언어장애나 발달장애, 지적장애, ADHD가 폭력성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발상은 장애인 인식개선에 노력해야 할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을 여설히 보여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하여 머리 숙여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장애인을 낙인찍어 분리하거나 격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사회적 문제를 장애인 탓으로 돌리려는 나쁜 관행을 다시는 저지르지 않도록 방지책부터 마련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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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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