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있었다. 그는 심한 음치로, 사회생활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노래를 부를 가능성이 있는 모임은 아예 피하고, 노래방은 가 본 적도 없다. 이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회생활이 위축되고 성격도 매우 소심하게 번했으며, 대인공포증과 결백증이 생기고 우울증까지 심해졌다.

이 여성에게는 '음치'라는 것이 평생의 한이 되었다. 결혼을 하여 딸을 낳았는데, 혹시 딸이 음치가 되면 자기와 같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옹아리를 하는 아기의 입에 입술을 포개고 ‘도레미’를 열심히 가르쳤다.

아이가 조금 자라 말문이 열리고 노래를 하기 시작하였는데, 역시 음치였다. 음치가 유전된 것이다.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도 유전이 되었다 생각하니 장애아이를 둔 것처럼 가슴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음치가 유전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이 경우 음치가 자식에게 전해진 것은 음치인 엄마가 가르쳤기 때문이 아닐까?

한센 환자의 경우도 유전자로 대물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이를 출산하고 곧바로 산모와 아이를 격리하지 않으면 한센병은 전염된다. 초기에 이를 잘못 알아 한센병도 유전된다고 생각했었다.

유전인자에 의하지 않더라도 자식에게 대를 물렸으니 이를 넓은 의미에서 유전이라고 말할 수도 있기는 하다.

엄마 스스로가 음치라는 낙인을 인정하고 스스로도 자신에게 낙인을 찍고 자식에게 그 낙인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 오히려 낙인을 찍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낙인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낙인은 넓은 의미에서 유전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성장하여 사회생활을 하는 데 음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는 성격이 매우 밝아서 사람들이 음치라고 놀리면 그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어울렸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면 사람들이 박장대소하고 웃으면 그것도 인기라고 생각하였다. 음치라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사귀고 라포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아이는 음치라서 노래부르기를 즐기지는 않았다. 음악에 취미도 없어 학교 공부하듯이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별도로 공부를 하였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도 참여하고 싶어 아는 척 하고 끼어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게 즐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의 박장대소를 인기로 착각하여 사람들을 괴롭힐 정도로 마이크를 놓지 않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 반짝 한 번 웃기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다른 친구들의 분위기를 깨거나 노래 부를 기회를 피하지 않았다. 이 음치 아이로 인하여 분위기가 달라지거나 친구들도 별도로 배려할 필요가 없었다.

음치는 대물림되었지만 그 대응과 반응에서는 엄마와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자기 목소리로 참여를 하였고, 우울증을 가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았다.

사회적 행동에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고 당사자가 참여하는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닐가.

당사자가 전문가보다 좋은 노래를 부르지는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패러다임의 변화는 낙인을 극복할 힘을 주었다. 노래문화가 경연대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립생활센터의 활동가를 별 학력도 없고 전문성도 없는 사회복지사의 기본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노래는 잘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니듯, 반드시 전문가로서 활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적 평가 척도가 오히려 문제다.

전문가가 밥을 하는 고급 식당이나 영양사가 요리하는 시설이 아닌 그저 평범한 가정식 백반이 더 그립고 맛있는 것처럼 그저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고민하고 노력하고 산다.

음치가 더 예술적일 수도 있고, 음치가 노력하다가 음치를 벗어나 오히려 더 감동을 주는 매력있는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음치란 원래 치료가 가능하며, 기술만 익히면 사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동기에 음치였던 사람이 대학에 들어가 기타를 배우거나 피아노를 치면서 6개월 정도 듣기 괴로운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음치를 탈출하기도 하고, 양동이를 머리에 쓰고 정식으로 치료훈련을 하기도 한다.

당사자들이 위축되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을 때, 전문가들은 당사자의 자리에 앉아 대리행사를 하고, 그 이득을 전문가에게로 가져가며, 전문가를 빙자하여 당사자에게 주어질 혜택을 가로채는 것이며, 전문가라는 권위를 앞세워 진실과 당사자의 생각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음치일 확률은 전문가가 음치일 확률과 같다. 당사자가 음치라 하더라도 그 목소리는 존중되어야 하고, 지금은 존중되지 않더라도 그 자리를 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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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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