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eative Imperative'('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창의성')은 제43차 다보스포럼의 주제이다.

즉 현재 세계가 안고 있는 빈곤, 실업, 복지 등의 제 문제는 기존의 방식과 분석의 틀로는 해결의 한계가 분명하므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은 대기업 총수들의 모임이지만 이제 각국 정치·재계 거물들이 동참하면서 세계 리더의 모임이 되었다.

현재의 틀로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 자본주의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이번 포럼은 양극화 현상, 동반성장, 보편적 복지와 복지망국론 등 우리의 주제와도 많이 닮아 있다.

원래 다보스 포럼은 99%의 자본을 소유한 자들답게 돈잔치 축제의 장 성격이 강하였고, 1%의 귀족답게 유럽존과 같은 자기들의 문제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세계를 자기들이 경영한다는 오만 속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스스로 한계를 제기하고 있는 그들과 세계화와 FTA를 강조하고, 지역 소상인과 대기업 체인점, 중산층의 붕괴로 인한 초양극화 현상 등 이를 온 몸으로 받아 고통으로 안고 있는 서민들은 뼈가 마그마로 녹아 폭발 직전에 있으니 이 문제와 연관하여 우리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랍의 봄'에서부터 '월가 점령'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음과 금융위기가 이들을 반성하게 한 것 같다.

국제사회는 금융위기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평등 해소에 더 많은 관심을 둬야 한다고 수파차이 파닛차팍 UNCTAD 세계무역개발회의 사무총장이 촉구했다.

금융위기의 해결은 부자의 배를 더 불리는 것이며, 한국의 IMF처럼 가난한 사람의 노력으로 부자를 더욱 부자되게 만들어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그 동안 성장 위주로 발전을 도모해 온 지도자들이 성장의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 성장은 병폐만 남길 뿐이라는 의견을 모았다. 성장 후 그 열매의 재분배라고 주장해 온 한국의 정치인들과는 사뭇 다른 의견이다. 성장의 끝은 분배가 아니라 파국이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의 세계사회포럼(WSF) 중 앞의 것이 자본주의를 옹호한다면 뒤의 것은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모임이다.

위로부터의 세계화를 밀어붙여온 세계경제포럼이 기업과 정부 중심이라면 아래로부터 세계화를 부르짖는 세계사회포럼은 풀뿌리 시민단체에 기반하고 있다. 마치 1%와 99% 사이의 대결 같다.

공교롭게도 친(親)자본주의와 반(反)자본주의라는 점에서 서로 입장이 전혀 다르지만 지난 1월말 열린 두 포럼은 오늘의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우리가 죄를 짓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개선해야 할 때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 개선 역시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을 위한 것이다.

세계사회포럼의 기획자인 그르지보우스키는 "우리는 다보스에 모인 신자유주의자들의 오만에 맞서려 한다. 자본주의를 넘어설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오늘의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와중에서 불공정과 불평등을 만들어냄으로써 도덕적 권위를 잃었다고 반성했다. 금융자본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 공감을 얻었고 새로운 고용 창출과 인재 양성을 위한 재능주의(talentism)도 제시됐다.

세계경제포럼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올해 12번째 세계사회포럼은 '자본주의의 위기와 사회적ㆍ경제적 정의'라는 주제 아래 경제위기ㆍ공공정책ㆍ빈곤퇴치ㆍ기후변화 등에 관해 논의했다. 다보스 대신 포르투 알레그레에 참석한 브라질의 호세프 지우마 대통령은 '경제성장ㆍ고용창출ㆍ빈곤퇴치, 불평등 감소를 위한 발전모델을 제시할 것'을 역설했다.

사회운동가들은 자본주의는 원래 잘못된 것이므로 이를 살려보려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고 세계경제포럼을 비판했다. 올 여름 열릴 리우+20으로 불리는 유엔지속가능개발회의에 경종을 주기 위해 오는 6월 5일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환경적ㆍ사회적 정의를 촉구하는 '어큐파이' 시위를 벌릴 것을 촉구했다.

결국 21세기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아야 한다.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 포럼 회장이 "지금의 자본주의는 과잉은 많고 포용력은 부족하다"면서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샤란 버로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사무총장은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고장난 채 그대로 돌아가고 있어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금융 업계의 도덕 불감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반성적 분위기 역시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며, 서민을 위해서가 아니다.

서민 당사자의 참여가 없다는 것과 내부에서도 세계적 이슈가 아닌 유럽존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성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멀었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회의장 밖에서는 1%가 아닌 99%를 위한 정책을 호소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회의 기간 상의를 벗은 우크라이나 급진적 여성단체 회원들이 빈곤층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연행되기도 했다.

도박게임은 한 쪽이 모두 잃으면 끝이 난다. 동반성장이 아닌 일방적 성장은 도박게임과 같아서 양극화가 극대화되면 국가가 종말을 맞는다.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 자본주의의 실패를 인정하고 분배를 통한 성장으로 전환하는 마당이다. 이제는 분배가 경제원리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나 정치인들은 어떠한가? 양극화 해결이나 동반성장,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복지는 걸림돌이며, 성장 없이는 분배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호모 사피언스는 6만 5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직도 당장의 성장이 우선이라면 분배는 수 만 년 후의 일이 될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지구는 중력을 잃을 것이고, 인류는 식량 문제 이전에 경영철학의 실패로 인하여 멸종할 것이다.

세계 경제가 왜 위기가 오는지 알아야 한다. 이 위기를 뚫고 성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위기의 원인이 양극화에 있으며, 격차에 있으므로 이를 거울삼아 개선하여 정책을 수정하여야 살아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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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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