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열렸던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여성장애인 정책개발토론회" 장면.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실

"청각장애여성은 수화통역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홈헬퍼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수화통역이 안 되어 발만 동동 구를 뿐입니다. 청각장애여성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되어야 합니까?"

지난 4월 5일 오후 2시 30분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여성장애인 정책개발토론회"에 참석한 청각장애여성회 조태순 회장이 수화로 청각장애여성의 안타까운 현실을 전하였고, 이를 수화통역사가 울분 섞인 목소리로 통역하자 장내가 한참동안 숙연해졌다. "여성장애인 정책개발토론회"는 장애여성지원법 제정을 위해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네트워크, 장애여성문화공동체, 청각장애여성회,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의 단체와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였다.

장애여성에게 무관심한 사회

장애여성단체들과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실이 장애여성지원법을 만들기 위해 움직인 것은 18대 국회가 시작된 2008년 무렵부터였으며, 이 법안은 2010년 10월에 드디어 발의되었다. 장애여성지원법은 장애여성에 대하여 종합적인 계획 및 시책을 수립·추진함으로써 장애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것이 취지이다. 이 법안에는 매년 장애여성정책에 관한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였으며, 장애여성의 자립생활· 교육기회확대· 모성보호· 건강권· 고용안정· 폭력근절· 가족지원· 단체지원· 국제협력· 장애여성종합지원센터의 설치 지원 등등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애여성단체들은, 장애여성지원법이 제정된다면 초졸 이하의 학력이 67.3%이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여성이 25.48%에 불과한(2008 장애인실태조사)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함께 힘을 모아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아직도 장애여성에 대해 무관심하기만 하다. 장애여성지원법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것이 그저 18대 국회에 무수히 산적해 있는 다른 주요 사안들 때문일까?

종합적인 대책 필요

우리사회에서 장애여성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이 불과 10년 전부터이다. 하지만 그간 이뤄진 것이라고는 관련 프로그램 몇 가지 생긴 것이 고작인데도 어느새 장애여성들이 처한 현실이 사람들 관심 저편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유는, 장애여성을 복지의 대상, 프로그램의 대상으로 여길 뿐 권리를 지닌 사회구성원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에서 소외되고 사회참여의 기회가 완전히 막혀 있는 장애여성의 문제를 고작 프로그램 몇 개로 해결하려는 복지적 접근으로는 장애여성의 삶의 변화를 도모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UN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장애여성의 권익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여성의 권익에 대한 추상적인 언급만으로는 실질적인 권익으로 다가갈 수 없기에 장애여성지원법이 필요한 것이다.

"장애여성지원법이라니? 그럼 장애남성지원법도 필요한가?" 이는 어느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장애남성 관련 법은 이미 10여개나 있다. 장애인 관련 어떤 법률에도 장애여성을 배제해도 좋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장애여성은 결과적으로 배제되고 차별받고 있기에 장애여성지원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장애여성에 대한 지원은 사회적 책임이다. 국회는 이번 회기에서 반드시 장애여성지원법을 통과시켜 장애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장애여성지원법은 우리 장애여성들에게 차별과 배제의 삶이 아니라 권리를 지닌 주체로서 새로운 삶을 열게 해주는 열쇠이다.

*칼럼니스트 김효진은 장애여성네트워크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장애여성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 사회비평에세이집 『오늘도 난, 외출한다』(웅진지식하우스, 2006)를 펴냈다.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학사, 2002)과 『우리시대의 소수자운동』(이학사, 2005)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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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은 장애남성과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장애여성 안에도 다양한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한다. "같은 생각, 다른 목소리"에서는 장애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조금씩 다른 목소리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장애여성의 차이와 다양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이제까지 익숙해 있던 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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