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검은 햇빛'.ⓒ아르띠잔

신간 ‘검은 햇빛’은 제3회 경기 히든작가 공모전 당선작으로 검은 햇빛으로 인해 색깔을 잃어버린 흑백의 세상 몬틀리히에서 살아가는 인간아이들과 기계어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의 태양이 검게 변했다. 검은 태양은 검은 햇빛을 내렸고, 세상은 다채로운 색깔을 잃고 무채색의 세상이 되었다. 흑백 조명이 비추는 무채색으로 가득한 지하도시 몬틀리히. 색깔이 사라진 별에서 아이들은 기계부모의 보호 속에서 살아간다.

흑백의 세상 속에서 색깔을 모르는 아이들 속에서 유일하게 색깔을 알고 있는 아이가 있다. 기계아빠 미하엘과 함께 사는 루카스.

어느 날 루카스는 구름 그림을 보다가 하늘을 묘사한 파란색을 통해 난생처음 색깔과 마주한다. 파란색을 알게 된 아이는 흑백의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려고 할까?

작가는 보고 듣는 것의 소중함, 감각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소설에 그려내고 있다. 과연 다시 색깔을 보는 것은 가치가 있는 걸까? 흑백의 세상에 살아가는 의미가 있는 걸까?

“루카스, 지금은 색깔을 어떻게 생각하니?”

“…….”

루카스는 대답을 하지 않고 수평선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시직은 아이의 침묵을 내버려두었다. 그는 루카스가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수평선에서 검은 해가 지려고 할 때였다.

“색깔을 봐야 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요.”

루카스가 차분한 목소리로 정적을 깼다.

“너는 색깔을 알고 있으면서 왜 다른 아이들에게 색깔을 보여주지 않았지?”

“아직 색깔이 뭐가 좋은지 몰라서요. 모두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차라리 편하고 행복한 것 같아요.”

_ 2부(157~158쪽)

작가는 음울한 것 같지만 의외로 밝은 흑백의 세상 속에서 사이보그 가족의 미래상을 그리며 모두의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SF 동화적 소설을 선사한다.

‘검은 햇빛’은 파란 시리즈로 첫 책을 내는 헬레보어 작가의 작품으로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하고, 감각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의 소중함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

<저자 헬레보어, 출판사 아르띠잔, 2020년 1월 27일 출간, 224쪽, 가격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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