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악마들의 천국'.ⓒ해드림출판사

얼마 후 식사 시간이라고 해서 식탁으로 가니 최강진이라는 아저씨가 정 형제에 대해서 욕설을 퍼 대고 있었다. 대소변 처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더러운 놈이라는 것이었다.

팔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매우 부자연스러웠고 시각장애에 지적장애까지 안고 있어서 혼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박 아저씨까지 ‘도움을 줘도 고마운 줄 모르는 짐승 같은 놈’이라며 최 아저씨 욕설에 가세했다.

기독교 단체라서 사랑이 넘치리라고 여긴 내겐 예배 후의 광경과 마찬가지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본문 중-

지금도 적잖은 시설의 장애인들은 을씨년스러운 그날 아래 짓눌려 지내는 게 일상이다. 빛보다는 어둠이 깊이 서려 있는 군상들, 직접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시설 안의 일이다.

신간 ‘악마들의 천국’은 류마티스로 장애인이 된 저자 전혜성이 장애인 시설을 전전하며 겪은 질곡을 고발하듯 토해낸 내용이다. 스무살 무렵부터 류마티스를 심하게 앓았으며, 지금도 통증이 있어 바닥이 아닌 의자가 필요한 그녀다.

‘악마들의 천국’은 안타깝고, 슬프고, 화가 나며 답답하고 우울하다. 책 속의 이야기는 1990년부터 비롯된 이야기지만 이런 상황은 지금도 일부 현쟁진행중이리라. 세상 사람들이 속속들이 지켜보지 못하는 곳에서 얼마나 불편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리 없다.

저자가 전전했던 장애인복지시설은 하나 같이 비정상적이었다. 당시 시설이라는 곳은 관계 기관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 더욱 열악한 환경인데다 후원을 얻고자 종교를 이용했을 뿐 진정한 신앙인도, 복지 사업 전문가들도 아니었을 터였다. 장애인들의 인권 조차 무시됐을 것이다.

‘악마들의 천국’은 오랜 세월 고통받아온 장애인들의 아픔을 속속들이 알고,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방향으로 장애인 복지 시설이 운영되어야 하는지 등의 숙제를 던져준다.

<지은이 전혜성, 출판사 해드림출판사, 페이지 236, 가격 1만3000원>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