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장애인 가족, 소녀 가장 등 취약계층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청소년 소설이 잇달아 출간됐다. 소설들은 '핸디캡'을 지닌 소년·소녀가 자신에게 주어진 제약을 극복하고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성장담을 담았다.

먼저 전작 '키싱 마이 라이프'에서 10대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주목받은 청소년 소설가 이옥수가 2년 만에 신간 '파라나'(비룡소)를 펴냈다.

'파라나'는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소설은 장애인 부모를 둔 소년이 착한 이미지를 극복하고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을 그린다.

열입곱 살 정호의 아버지는 두 팔이 뒤틀린 장애인이다. 또 어머니는 한 다리를 전다. 소년은 장애가 있는 부모가 부끄럽지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함과 무력함을 느낀다.

"왜, 하필 우리 아버지만 두 팔이 뒤틀렸냐고, 왜 하필 우리 어머니만 두 다리가 절뚝거리냐고! 싫다. 왜 나만….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어머니 아버지, 난 다시 태어나면 당신의 아들, 절대로 안 할 겁니다." (114쪽)

그러나 정호는 장애 부모를 뒀다는 이유만으로 착한 아들, 부모에게 효도하는 모범생으로 인정받는다. 정호는 양심을 속이는 것 같아 이런 시선이 늘 부담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는 효행 대상자로 정호를 지목한다.

정호는 주위의 만류에도 상을 받기를 거부한다. 외부에서 주어진 착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자신을 드러내며 당당히 걸어가는 정호의 모습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잃은 저자는 위로한다며 친구들 앞에서 공책을 선물한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밖에서 보이는 모습만으로 주어지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 2004년 사계절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그는 청소년소설에 대한 연구로 국내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은용 작가의 신작 '내일은 바게트'(문학과 지성사)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소녀가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바게트라는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표현한다.

주인공 미나는 엄마와 아빠를 차례로 잃고 남동생 경환이를 돌보는 소녀 가장이다.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미나에게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그런 미나에게 꿈이란 사치일 뿐이다.

학교를 나온 미나는 빵을 만드는 구자혁 아저씨와 제일검정고시학원 3반 사람들을 만난다. 미나는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사람들의 보살핌과 관심을 받으며 바게트가 익어가는 것처럼 성장해간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제과점 속에서 묵묵하게 반죽을 하고 자신만의 빵을 굽는 구 아저씨를 따라 현실을 극복하고 꿈을 세워간다.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나는 지금 숙성 과정을 거치는 중인지도 모른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기 전에 천천히 저온 숙성 중인 반죽, 내가 아직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제대로 발효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내 몸에는 쉽게 부풀어 오는 가공 이스트가 아닌 천연 발효종이 들어있는 게 분명하다." (190쪽)

장편동화 '열세 번째 아이'로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한 저자가 내놓은 첫 청소년소설이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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