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왕칭펑은 아내 유안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의 지극정성에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일 거라고 생각하며 그 아름다운 아내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기를 소망했다.

아내는 남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각막이식수술을 결심하고 드디어 남편은 눈을 떴다. 그러나 눈을 뜬 남편 앞에 보이는 아내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남편은 실망했고 아내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MBC 서프라이즈 진실대거짓 세 번째 이야기. ⓒ이복남

그렇게도 다정하고 행복했던 부부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남편은 함께 다니지도 않으려 했다. 지난날 아내와 같이 길을 가다 아내가 넘어지면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는데 이제는 모른 체 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허브차를 갖다 주어도 시큰둥해 찻잔을 엎지르기도 했다. 남편이 차라리 눈이 보이지 않을 때가 좋았다며 소리치자 아내는 결국 집을 나간다.

아내가 떠난 후 남편은 혼자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수술이 성공적이라며 흡족해 한다. 그러자 간호사가 왜 혼자 왔냐며 수술 후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아내도 병원에 같이 오라고 한다. 염증이라니. "모르셨어요? 사모님의 오른쪽 각막으로 이식 수술을 한 거예요."

청천벽력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토록 아내를 구박했다니. 남편은 통곡하며 아내를 찾아 나서고 우여곡절 끝에 아내를 다시 만나 평생 아내의 눈이 되어 주겠다며 맹세하는 한 여자의 따뜻한 사랑이야기란다.

이 이야기는 지난 1월 4일(일)에 방송한 MBC의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진실대거짓'에 나온 세 번째 사연이다. 필자는 당연히 3번이 거짓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이런 내용은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은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보다는 그 내용 자체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럽쇼! 서프라이즈! 정말 놀랍게도 3번이 진실이라는 것이 아닌가. 너무 어이가 없어 세 번째 이야기가 실려 있다는 책을 확인해 보려고 MBC 홈을 찾았다. 다시보기는 유료인데 이용요금이 4,000원이었다.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겠기에 4,000원을 결재하고 세 번째 이야기를 눌러 보니 내용은 없고 계속 광고만 나오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에는 사연이 올려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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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 실려 있다는 ‘Endless Miracles’ ©이복남

그래도 한번 결재하면 24시간은 이용할 수 있다니 다행이었다. 월요일 오전에 확인을 해보니 ‘Endless Miracles’(끝없는 기적)이라는 책에 실린 내용이란다. 내용을 확인해 볼 수는 없어 MBC에 전화를 걸어 서프라이즈 담당자를 찾았다.

무슨 일이냐기에 필자를 밝히고 장애인복지 일을 하는 사람인데 살아있는 사람의 각막은 이식할 수 없다고 알고 있기에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그제야 담당자가 없다고 했다. 2000년 대만이라고 했는데 한국에는 대만 대사관이 없어 확인도 못했다.

장애는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언제 누가 어떻게 장애를 입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그 장애를 만회해 보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써보기 마련이다. 그러는 가운데 간혹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해 장애를 만회하기도 하고 때로는 죽어가는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이때 적출 또는 이식을 할 수 있는 장기는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골수, 각막, 그 밖에 내장, 조직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인데 이 중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신장, 간장, 골수만 적출이 가능하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2008.2.29 법률 제8852호]

제3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개정 2006.9.27>

1. “장기등”이라 함은 사람의 내장 그 밖에 손상되거나 정지된 기능회복을 위하여 이식이 필요한 조직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가. 신장·간장·췌장·심장·폐

나. 골수·각막

다. 그 밖에 사람의 내장 또는 조직 중 기능회복을 위하여 적출·이식할 수 있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

제10조(장기등의 적출·이식의 금지등) ①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장기등은 이를 적출하거나 이식하여서는 아니 된다.<개정 1999.9.7>

⑤살아있는자로부터 적출할 수 있는 장기등은 다음 각호의 것에 한한다.

1. 신장은 정상적인 것 2개중 1개

2. 간장·골수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장기등은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안에서 그 일부

제39조(벌칙) ①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무기징역 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개정 1999.9.7, 2006.9.27>

5. 제10조제5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살아있는 자로부터 적출할 수 없는 장기등을 적출한 자

장기이식 대기자 현황/장기이식 관리센터 © 이복남

물론 대한민국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지만 외국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2005년 인도에서 S. 타미즈셀비라는 여인이 목을 매어 자살을 했다. 그녀의 두 아들이 시각장애인인데 그녀는 남편과 같이 자신들이 죽으면 두 아들에게 각막을 이식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마드라스 상카라 네트랄라야 병원에 각막기증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가 각막기증서를 쓰기는 했지만 자식들에게 눈을 주려고 자살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며 애통해 했다. 큰 아들 쿠마란은 “이제 엄마 없는 세상은 훨씬 더 어두울 것”이라며 “그러나 공부를 잘 하라는 엄마의 소원이 이뤄질 수 있게 열심히 공부하며 절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안위클리 2005년 3월 24일자에서 발췌)

지금 이 시간에도 국립장기이식 관리센터(KONOS)에는 2만여명의 대기자들이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사랑하는 부모와 자식, 아내와 남편을 살릴 수만 있다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데 눈 한 쪽 떼어 주는 게 뭔 대수겠는가.

MBC 서프라이즈는 1월 4일에 방송한 세 번째 이야기 살아있는 아내의 각막적출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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