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에서 신선놀음이 바둑이다. 바둑은 두 사람이 흑·백의 바둑돌을 바둑판의 임의의 점 위에 교대로 놓으면서 집을 차지하는 승부놀이로 집을 많이 차지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예전에는 17줄이라고 하는데, 요즘의 바둑판은 가로·세로 19줄씩 361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둑의 기원은 누구에 의해서 언제 만들어졌는지 확실하게 전해지는 문헌은 없지만, 요순시대의 임금이 아들의 어리석음을 깨치기 위하여 바둑을 가르쳤다고 한다.

바둑은 한자로 기(棋)라 하고, 우리나라 문헌에서는 수담(手談)이라고 했다. 우리말 바둑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으나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바둑대회가 시작되고. ⓒ이복남

바둑은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흥망성쇠를 거듭하다가, 몇 년 전 알파고라는 인공지능과 이세돌 9단과의 대결로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었다.

장애인계에서도 누가 언제부터 바둑을 시작했는지는 잘 모른다. 부산에서는 오래전부터 지금은 고인이 된 신영길 회장이 대학을 다니던 형에게서 바둑을 배웠는데 매일 형에게 졌다. 처음에는 재미도 없었으나 나중에는 형을 이기고자 죽자 살자 독학을 해서 결국 형을 이겼다.

그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가 이동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별로 없었으므로 혼자 있을 때는 바둑에만 몰두했다. 그 후 부산시장애인바둑협회를 설립하여 바둑학원과 방과 후 교실을 운영했으나 몇 해 전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강문근 회장이 부산시장애인바둑협회를 이어받아 각 지역 바둑대회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대회를 치렀으나 어울림 바둑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1회 부산광역시 어울림 바둑대회’는 지난 6월 29일 부산 곰두리 스포츠센터에서 개최되었다. 현재 바둑협회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산하에 있다.

이번 대회는 비장애인 어린이 그리고 장애인 선수와 자원봉사자 등 200여 명이 참여했다. 라춘철 대외협력위원장의 사회로 시작된 바둑대회는 강문근 회장의 인사에 이어 김철중 심판위원장의 심사규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어린이부를 제외하고, 성인 장애인부는 급수별로 갑조, 을조, 병조, 정조 그리고 초급부와 여성부가 있었다. 그러나 여성부는 선수가 많지 않아 무산되었다.

바둑 대결을 하는 동안 김철중 심판위원장에게 이번 대회 그리고 바둑에 대해서 몇 가지 문의를 했다. 김철중 심판위원장은 한국초등바둑연맹 상임고문이었다.

제일 먼저 바둑을 하면 다섯 가지를 얻을 수 있다며 ‘기도오득’에 대해서 설명했다.

기도오득(碁道五得)

- 득호우(得好友) 좋은 벗을 얻는다.

- 득인화(得人和) 사람과의 화목함을 얻는다.

- 득교훈(得敎訓) 일생의 교훈을 얻는다.

- 득심오(得心悟) 마음의 깨달음을 얻는다.

- 득천수(得天壽) 천수를 누리게 한다.

어린이 입상자들. ⓒ이복남

김철중 심판위원장은 예전에는 바둑대회를 하면 시각장애인도 참여했는데 이번 대회에는 없어서 아쉬웠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는 바둑영재들은 아니고, 바둑에 관심 있는 어린이 30여 명이 참여했다고 했다. 어떤 어린이가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을까.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교실 아이들이라고 했다.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는 박영심 선생은 아마 5단인데 예전에는 바둑학원을 운영했으나 방과 후 교실이 생기면서 수강생이 없어 학원을 그만두고 방과 후 교실만 한다고 했다.

박영심 : “요즘 아이들이 휴대폰이나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 있는데, 그런 게임에는 한계가 있으나 바둑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박 선생은 3개 학교에서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는데 학생이 50여 명쯤 된다고 했다.

바둑은 처음 시작이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으나 일단 흥미를 가지게 되면 집중력을 향상하고,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장애아이들은 없느냐고 물었다. 예전에 학원을 운영할 때는 지체장애 아이들이 몇 명 있었으나, 현재 방과 후 바둑교실에 장애아이들은 없다고 했다.

12시쯤에 어린이 바둑대결은 끝났다. 바둑은 일종의 땅따먹기라고 할 수 있는데 바둑에서는 그 땅을 집이라고 한다. 바둑은 1집 또는 반집(무승부를 방지하기 위해 가상으로 만든 집)을 이기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바둑삼매. ⓒ이복남

어린이 바둑에서도 이긴 아이들은 회색이 만연했지만, 진 아이들은 시무룩하거나 몇몇 아이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기도 했다. 어린이 바둑은 초급부, 중급부, 상급부, 고급부로 나뉘어서 각 등급에 따라 1, 2, 3등에게 상장과 상금을 시상했다.

초급부

1위 : 충렬초등학교 송헌도, 2위 : 가양초등학교 허원규, 3위 : 안진초등학교 박준혁.

중급부

1위 : 두실초등학교 이태현, 2위 : 예원초등학교 조용우, 3위 : 백산초등학교 정대헌

상급부

1위 : 명륜초등학교 윤정우, 2위 : 수영초등학교 김관윤, 3위 : 장전초등학교 김우진.

고급부

1위 : 장전초등학교 박주환, 2위 : 용소초등학교 이태민, 3위 : 모전초등학교 김채원

어린이부에서 급수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몰라서 어린이 바둑을 지도하시는 권순종 선생에게 문의했다.

일반적인 바둑급수는 18급에서부터 7단까지가 있는데, 어린이 바둑급수는 성인급수와는 다르게 30급부터 시작한다, 초급부는 20급 이하이고, 중급부는 15~19급, 상급부는 9급~14급, 고급부는 3~8급까지인데 단부터 2급까지는 최강부라고 하는데 이번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애인 성인부 예선전은 오전에 끝이 나고, 본선은 점심시간 후에 한다고 했다.

점심은 도시락이었는데 대결이 끝난 어린이들에게 먼저 도시락을 나눠 주었다. 도시락을 받은 아이들에게 혹시 장애학생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잘 모른다고 했다. 박영심 선생에게 만약 방과 후 교실에 장애학생이 오게 되면 필자에게 연락해 달라고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되었다.

본선 대결을 하는 동안 행운권 추첨을 했다. 행운권은 아침에 입장할 때 식권과 함께 나눠 주었는데, 주최 측에서 받은 후원물품이 행운상으로 주어졌다. 행운상은 선풍기를 비롯하여 가방, 신발 등 다양한 물품이었다.

행운상 시상이 끝나고도 한참이나 지난 후에 모든 경기가 끝났다. 갑을병정 그리고 초급부 중에서 초급부가 제일 먼저 끝이 났고, 그 다음에는 갑조와 병조와 을조가 차례로 끝이 났고 정조가 제일 늦게까지 대결을 했다.

시상식은 강문근 회장이 각 조의 1, 2, 3등에게 상장과 상금을 시상했다.

갑조 : 1위 박종효, 2위 정두봉, 3위 설봉술.

을조 : 1위 고찬수, 2위 김동우, 3위 김병호.

병조 : 1위 김영환, 2위 이만춘, 3위 배철윤.

정조 : 1위 최영호, 2위 배종화, 3위 허남식.

초급 : 1위 조영대, 2위 이종호, 3위 황진욱.(존칭 생략)

바둑대회 입상자들. ⓒ이복남

선수들은 참가 신청을 할 때 자신의 급수를 제출했는데, 조를 배정할 때 자신의 급수가 제대로 배정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 관계자 말에 의하면 우승을 노리고 자신의 급수를 낮게 책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대회라면 시간제한이 있어야 할 텐데 시간제한이 없어 너무 늦게까지 대결하는 조가 있었다고 했다. 또 하나 바둑은 조용해야 하는데 앞에서 마이크로 행운권 추첨을 하는 등 주위가 너무 시끄러워 바둑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이번 대회에는 지체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만 참석한 것 같은데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 등 좀 더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참석할 수 있도록 주최 측에서도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할 것 같다.

바둑은 초면지간에도 다정한 친구처럼 반갑고 정다운 친구처럼 즐길 수 있는 취미이고, 그뿐 아니라 바둑은 심신을 수양하는 데 일조를 한다고 한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집중력을 키우고, 두뇌회전, 수리력, 암기력을 향상하고 손놀림으로 치매예방도 된다고 한다. 장애인들에게 치료, 직업, 취미로 활성화하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바둑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 생활에는 승부수, 악수, 자충수, 정석, 패착 등 바둑에서 유래한 단어가 많다. 묘수도 그중의 하나인데, 묘수(妙手)란 ‘바둑에서 생각해 내기 힘든 좋은 수’라고 한다. 주최 측에서도 다음 대회에서는 묘수를 발휘하여 좀 더 멋진 대회로 운영하기를.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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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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