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토요드라마 ‘두 번은 없다’(극본 구현숙, 연출 최원석·박상우)가 구성호텔과 낙원여인숙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낙원여인숙은 ‘막차 놓친 사람들, 힘든 사람들 잠깐 쉬어가는 휴게소 같은 거’라고 했다.

예전에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여인숙이라는 간판이 많았는데, 여인숙이란 여자들만 가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여인숙이라는 간판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전통시대부터 밥과 술을 팔고 나그네를 재워주던 주막이 있었다. 그 주막이 발전하여 여관(旅館)이 되었는데 여관이란 일정한 돈을 받고 손님을 묵게 하는 집이다. 여인숙(旅人宿)이란 여관보다 값도 싸고, 규모도 작아서 욕실이나 화장실 등은 공동으로 사용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고급 숙박업소는 호텔이 되고 예전의 여관이나 여인숙은 모텔로 바뀐 것 같다. 그런데 서울 한복판에 ‘낙원여인숙’이 버티고 있다. 낙원여인숙에 입주하려면 주인아주머니 복막례(윤여정 분)가 인터뷰를 하여 복막례의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숙박이 허락된다.

두 번은 없다. ⓒMBC

낙원여인숙에는 모두 6개의 방이 있는데, 1호실에는 최거복(주현 분)이 살고 있는데 최거복은 복막례의 첫사랑이다. 2호실에는 최만호(정석용 분)와 양금희(고수희 분) 부부가 살고 있는데 최만호는 구성호텔에서 쫓겨난 베이커리 셰프고, 양금희 역시 구성호텔에서 쫓겨난 피부미용사다.

3호실에는 김우재(송원석 분)가 살고 있고 김우재는 프로골프 선수이다. 4호실에는 금박하(박세완 분)가 아들과 같이 살고 있는데 남편이 구성호텔에 다니다가 화재로 사망했다. 5호실에는 프로골프 선수 감풍기(오지호 분)가 살고 6호실에는 캐디 방은지(예지원 분)가 산다.

낙원여인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래저래 구성호텔과 얽혀 있는데 구성호텔 창업주는 나왕삼(한진희 분)이고, 아들도 없는 큰며느리 도도희(박준금 분)과 작은며느리 오인숙(황영희 분)과 같이 살고 있다. 그리고 도도희에게는 나해인(박아인 분)이라는 딸이 있고, 오인숙에게는 나해준(곽동연 분)이라는 아들이 있다.

금박하(박세완 분)와 강진구(이서준 분)는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부부였다. 금박하는 만삭이 되어서야 남편 강진구와 웨딩사진을 찍고 바닷가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신혼여행이란 게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바닷가에서 같이 밥을 해 먹는 것이었다.

바닷가 신혼여행. ⓒMBC

강진구에게 전화가 왔다. 강진구는 구성호텔 직원인데 회사에서 급한 일이라며 빨리 오라고 했다. 강진구는 금박하를 바닷가에 남겨 둔 채 “빨리 갔다 올게.”라고 했는데 그것이 영이별이었다.

회사에서는 구성호텔 둘째 며느리 오인숙이 강진구에게 국세청에서 특별세무조사를 나왔으니 당분간 피해 있으라며 금괴가 든 가방 하나를 안겼다. 강진구가 그 가방을 가지고 어느 바닷가 창고에 가 있으면 밀항선이 올 거라고 했다.

강진구는 영문도 모른 채 아내 금박하와 헤어져서 밀항선을 타야 할 신세였다. 강진구는 창고 밖으로 나와 아내 금박하에게 당분간 떨어져 있어야 되겠다는 전화를 했다.

그 바닷가에는 구성호텔 큰손녀 나해인이 엄마 도도희의 눈을 피해 골프선수 김우재와 밀회를 즐기고 있었다. 나해인과 김우재는 주위의 눈을 피해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아내 금박하에게 전화를 걸려고 나갔던 강진구가 들어 왔는데 나해인은 엄마가 보낸 사람인 줄 알았고, 강진구는 낯선 사람들 모습에 당황했다.

금괴가방을 끌어안는 강진구. ⓒMBC

창고 안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는데 강진구와 김우재는 옥신각신 몸싸움을 하다가 촛불이 떨어져 불이 번졌다. 김우재와 나해인은 119에 신고하려고 했으나 강진구는 안 된다며 윗도리를 벗어서 불을 끄려고 했다. 그러나 불은 더욱더 타올랐다.

그 사이에 나해인과 김우재는 불을 피해 밖으로 나가고 창고에 남아서 불을 끄려던 강진구는 불이 더 타올라 금괴 가방만 끌어안았는데 선반에서 물건이 떨어져 깔리고 말았다. 그 틈에 누군가가 강진구의 가방을 들고 나갔고 강진구는 불에 타 죽고 말았다.

금박하는 남편 강진구가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 경찰에서는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 왔는데 자살이라고 했다. 금박하는 “내 남편이 자살 할 리가 없다”며 상복을 입은 채 구성호텔을 찾아갔다.

구성호텔에서 금박하는 회장을 만나게 해 달라며 “우리 오빠는 회사 공금 횡령할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저랑 배 속에 아이를 두고 자살할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둘째 며느리 오인숙은 “회사에서 손해 배상 청구 안 한 것을 다행으로 알라”며 금박하를 쫓아냈다. 구성호텔에서 쫓겨난 금박하는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채 길을 걷다가 낙원여인숙 앞에서 쓰러졌다.

쓰러진 금박하를 안고 가는 김우재. ⓒMBC

낙원여인숙에 살고 있던 김우재가 금박하를 안고 안으로 들어갔고, 금박하는 낙원여인숙에서 아들을 출산했다. 경찰에서는 강진구가 공금횡령으로 자살했다고 결론지었다.

김우재는 그날 창고에서 본 남자가 금박하의 남편 강진구임을 알았다. 그리고 강진구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김우재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나해인이 극구 말렸다. 자기가 그 여자(금박하)를 잘 살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진구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김우재는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다가 금박하에게 익명의 편지 한 장을 보냈다. “남편은 자살한 게 아닙니다. 살아서 부인과 아들을 지키려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했습니다.”

구성호텔은 구성호텔 뿐 아니라 구성리조트 구성피트니스 구성골프장 등을 소유한 대기업이다. 대기업에서는 직원 하나 쯤 죄인으로 몰아서 자살 시켜도 되는 일일까. 그렇잖아도 요즘 대기업의 갑질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강진구의 억울한 죽음은 그냥 그대로 묻히려나. 어쩌면 마지막 즈음쯤에 강진구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질지도 모르겠지만.

김우재가 금박하에게 보낸 편지. ⓒMBC

구성호텔 손녀이자 큰며느리 도도희의 딸 나해인(박아인 분)은 구성호텔에서 마케팅 본부장으로 일한다. 김우재는 낙원여인숙 3호실에 살고 있는 프로골프 선수인데, 김우재와 나해인은 연인사이다.

김우재는 가난한 시골출신 골프 선수이고, 나해인은 구성호텔 손녀라 나해인의 엄마 도도희는 두 사람 사이를 결사적으로 뜯어 말리고 있다. 강진구가 바닷가 창고에서 불에 타 죽은 사건도 나해인의 엄마 도도희의 미행을 피하느라 창고에 숨어들었다가 불이 났으므로 어쩌면 두 사람의 책임이다.

그러나 책임은 그렇다 치고, 도도희가 깡패 3명을 보내서 김우재를 패주라고 했는데, 금박하가 그 현장을 목격하고는 특유의 박치기 등으로 깡패 3명을 단숨에 때려 눕혔다. 그런데도 김우재는 누구 짓인 줄을 알기에 경찰에 신고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 밖에도 낙원여인숙과 구성호텔은 사사건건 얽히고설키지만, 그 모든 것은 드라마 구성상 필요한 것들일 게다. 그리고 그 구성을 위해 연기하는 배우들도 시청자로 하여금 웃음보를 터뜨리게 하는 시트콤을 같다.

그런데 필자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김우재가 시골 사는 엄마와 나누는 전화 내용이다. 김우재는 낙원여인숙 3호실에서 시골 사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에게 울면서 전화하는 김우재. ⓒMBC

김우재 : “ 이번 달에는 시합이 있어서 못 가고 다음 달에는 꼭 내려갈게”

김우재의 전화에서 엄마 목소리는 들려주지 않았는데, 김우재 어머니는 신장장애인으로 병원을 다니는데 병원엘 안 갔다고 하는 모양이다.

김우재 : “투석을 안 받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어머니는 돈 때문에 병원엘 안 갔다고 한 것 같다.

김우재 : “돈 걱정을 왜 해 엄마가, 신장투석도 못해 줄 만큼 아들 그렇게 못나지 않았어.”

아들의 그 말에 어머니는 뭐라고 대답을 했을까.

김우재 : “이제 제발 고집 그만 부리고 아들 말 좀 들어.”

김우재가 어머니와 전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짐작컨대, 어머니는 신장장애인으로 투석을 하는 모양인데, 병원비가 없어서 투석을 하러 잘 안 가는 모양이다.

김우재는 프로골프 선수인데, 아직 초보인가 왜 돈을 못 벌지? 김우재의 연인 나해인은 구성호텔 손녀로 부자인데 왜 김우재 어머니의 병원비를 지원해 주지 않는 것일까.

나해인은 김우재가 “시골 사는 어머니를 잘 봉양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었잖아”라고 했지만, 김우재가 나해인의 도움을 받기 싫다고 했을 수는 있다.

신장은 우리 몸에 두 개가 있는데 노폐물을 걸러서 배설하고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관이다. 신장기능이 망가지면 더 이상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므로, 인공신장기 즉 투석기를 통해서 노폐물을 걸러 낸다. 혈액투석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이틀 또는 삼일에 한번 씩 4시간 또는 3시간 반 동안 투석을 해야 된다.

혈액투석과정. ⓒ네이버 지식백과

혈액투석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신장기능이 극도로 나빠지면 몸에 노폐물이 쌓이는데, 기계로 노폐물을 배설시키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혈액투석 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아서 혈액투석을 하는 신장장애인은 ‘하루는 죽고 하루는 산다.’고 얘기한다. 혈액투석을 하는 날은 그만큼 초죽음이 된다는 것인데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혈액투석을 해야 된다.

그런데도 김우재의 어머니가 병원 엘 가지 않았다니, 혈액투석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신장장애인은 투석하러 병원 가는 날을 빼 먹으면 안 된다.

혈액투석 비용은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해도 1회에 대략 15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김우재가 골프 선수인데 병원비 15만 원이 없어서 병원을 못 갔다는 것일까.

그리고 김우재 어머니는 가난한 시골사람이라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는 의료보호가 되어 혈액투석 비용이 무료다. 김우재가 아들이므로 어머니의 부양의무자다. 김우재는 골프선수라고 하지만, 일정한 수입도 없고 집도 없어서 낙원여인숙에 살고 있다면 어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부양의무자 기준도 없어졌는데.

그리고 또 하나, 부자가 아닌 다음에야 희귀난치성질환자는 산정특례로 신청을 하면 본인부담금은 10% 정도만 내면 된다. 김우재 어머니가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고 산정특례자도 아니라면, 우리가 알 수 없는 재산이 따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읍·면·동 주민센터에 긴급지원을 신청해 볼 수도 있다.

물론 ‘두 번은 없다’에서 김우재의 어머니가 돈이 없어서 혈액투석을 못 받는다고 하는 것은 드라마의 다음을 위한 떡밥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혈액투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2018년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2,585,876명인데, 그 중에서 신장장애인은 87,892명이다. 이 가운데 남자는 51,520명이고, 여자는 36,372명이다. 남녀 비율에서 왜 이렇게 남자가 많은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혈액투석을 받는다고 만성신부전 등 신장기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전체 신장장애인 중에서 신장이식을 한 5급 장애인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신장이식을 하려면 누구의 신장을 어떻게 받느냐가 관건인데 친인척이나 지인에게서 받을 수가 없다면 장기이식센터에 등록한 순서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잘 모르겠지만, 김우재가 엄마에게 “이제 제발 고집 그만 부리고 아들 말 좀 들어.”하는 말이 신장이식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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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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