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장애 김지우양과 어머니 신여명씨가 ‘여자’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에이블뉴스

올해로 열다섯 살이 된 김지우양(대전 관평중1, 자폐성장애 2급)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아니야”, “빨리해”다. 이 말을 들으면 지우는 화가 풀릴 때까지 ‘사과인형벙어리장갑!’을 비롯해 대여섯 가지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지우의 어머니 신여명 씨는 표현을 못하는 지우의 닫힌 문을 열기위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그래서 한 번은 펜을 쥐어줬다. 슥슥- “어머? 이건 토끼구나.”

그 뒤로 흰둥이, 병아리, 강아지 등 지우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스케치북에 가득 담겼다. 엄지손톱 크기만 한 아이의 그림은 엄마의 칭찬을 업고 벽 하나 가득한 놀이동산으로 발전했다.

“아이가 특징을 잘 잡더라고요. ‘어우~ 잘했다’고 칭찬했어요. 지우의 가능성을 본 거죠.”

우연히 지우의 그림을 본 언어치료 선생님의 추천으로 4년전 밀알복지재단이 발달장애인 청소년들에게 미술교육을 지원하는 ‘봄(seeing&spring) 프로젝트’ 멤버가 된 지우. 벌써 5회째 정기전시회에 참가했다.

‘봄 프로젝트’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가능성을 보고 예술가로서 성장하길 바라는 희망을 담아 시작된 프로젝트로, KB국민카드의 후원을 통해 지우의 꿈을 위한 미술교육 및 전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지우는 언제나 그림에 푹 빠져있다. 물론 그림을 그리는 동안 지우가 싫어하는 “아니야”, “빨리해”라는 말을 한 번도 듣지 않는다.

“느리지만 지우는 분명히 변하고 있어요. 3년전, 10년전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24일 서울 인사동마루 G&J광주전남갤러리에서 열린 ‘제5회 봄 정기전시회’ 오프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는 지우.ⓒ에이블뉴스

표정이 없던 지우는 그림을 그리며 학교에서 인기쟁이가 됐다. 웃음이 많아지고 자기표현도 늘며 ‘다르지만 멋진 친구’로 인정받고 있단다.

초기 눈동자가 치우쳤던 지우의 ‘자화상’ 작품이 점점 정면으로 오듯, 전시회에서 울기만 했던 아이가 이제는 “저는 이 작품을 그린 사람입니다”라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는 모습에 엄마는 기쁨과 감동을 느낀다. 지우 역시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따뜻해져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엄마는 조금 느린 지우의 성장을 지켜보고 언제나 응원할 것이다. 산꼭대기 방주에 올라가는 달팽이처럼.

“지우에게 ‘계속 미술해!’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미술을 싫어하지 않도록, 질리지 않도록 이끌어줄거에요. 앞으로 지우가 좋아하는 미술 하면서 재밌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한편, 지우의 작품은 오는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G&J광주전남갤러리에서 열리는 밀알복지재단 주최 ‘2018 봄(seeing&spring)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우와 같은 발달장애인 청소년 16명이 참여, 총 31점의 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김지우양의 작품. 왼쪽부터 ‘여자’, ‘지우와 꽃’.ⓒ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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