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경련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9 척수장애인대회 정책세미나’ 전경.ⓒ에이블뉴스

정부가 6개 암에 대한 ‘국가암검진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8만여명의 척수장애인은 ‘사각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 도뇨관을 삽입하고 있는 척수장애 특성상 방광암 위험이 큼에도 국가암검진 사업에 포함되지 않으며, 장 청결이 어려워 대장암 검사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지적.

대한척수학회 유지현 총무이사는 5일 서울 전경련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9 척수장애인대회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이 척수장애인 건강검진의 특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척수학회 유지현 총무이사는 5일 서울 전경련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9 척수장애인대회 정책세미나’에서 척수장애인 건강검진의 특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에이블뉴스

미국의 국가 척수손상 데이터베이스의 2011년 연간 보고서와 2018년 연간보고서를 비교해보면, 2011년 사망원인 4위였던 암이 2018년 3위로 올라왔다.

암의 종류별로 보면, 폐암이 25.5%로 가장 많고, 이어 방광염 9.1%, 대장암 8.7%, 전립선암 5.6%, 간암 4.3% 등이다. 이는 미국 전체에서 10위를 차지한 방광암이 척수손상환자의 경우 2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유 총무이사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척수장애인 통계가 없다. 사망원인 등에 대한 통계가 없어 미국 통계를 인용했다”면서 “주변에서 폐암을 진단받은 분들은 많은데 방광암은 생소하다. 유치 도뇨관을 삽입하고 있는 경우 방광암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유 총무이사는 척수장애인의 경우 국가암검진 외에도 척수장애 특성을 고려한 방광암의 검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가암검진 사업은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6개의 암에 대해서만 진행 중이다.

현재 국가암검진 사업.ⓒ에이블뉴스

유 총무이사는 “방광암의 증상이 혈뇨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지만 척수장애인은 요로감염이나 도뇨관 사용에 따른 혈뇨도 흔하므로 혈뇨의 증상만으로는 방광암 방생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방광암 검진을 위해 방광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시행 시작 시기, 시행 간격에 대해 표준화된 권고가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장기간 유치도뇨관으로 배뇨 중인 경우 국가암검진 외에도 방광암 검사가 추가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암검진 사업 중 하나인 대장암도 척수장애인은 사각지대이기 마찬가지. 현재 대장암은 만 45세 이후부터 1~2년마다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 총무이사는 “대장암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대장 내 변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야 해서 설사를 유발하는 약을 먹는데, 척수장애인은 변비가 많고 관장을 해야 하는 특성상, 장 청결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면서 “실제로 검사에서 장 청결이 완벽하지 않아 검사를 실패하게 되거나 불완전 검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척수장애인 특성에 맞는 장 청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전광역시척수장애인협회 황경아 회장은 “잘 먹고 잘 싸는 것을 가장 원한다”고 말했다.ⓒ에이블뉴스

이날 정책세미나 발표자들도 저마다 척수장애인 건강검진 현황을 짚으며, 척수장애 특성에 맞는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지난 1991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대전광역시척수장애인협회 황경아 회장은 “제가 가장 원하는 건강은 대소변 가리는 것”이라면서 “외국을 나가게 되면 비행기 타기 전부터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고, 음식을 먹지 않는다. 대소변 문제가 가장 큰 고통이며,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희망사항”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황 회장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발표한 ‘2018년 척수장애인 욕구․실태보고서’를 인용해 “척수장애인 건강상태 저해요인 1위가 합병증이며, 이중 방광염이 26.7%, 욕창 25.9%, 통증 20.5%”라며 “척수장애인은 척수손상 순간부터 제2, 3의 중복장애가 발생한다. 의학계에서 연구를 많이 해서 척수장애인들의 건강문제를 해소해달라”고 피력했다.

국립재활원 이범석 원장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 접근성 향상, 척수장애인 특화된 검진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에이블뉴스

국립재활원 이범석 원장은 “현재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은 검진센터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검사대에 올렸다 내렸다, 휠체어를 태워드려야 해서 직원들이 힘들고, 비용을 더 받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척수장애인이 환영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접근성이 향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휠체어 접근권뿐 아니라. 특화된 검진도 이뤄져야 한다”면서 “일반검진에서 벗어나 신장 및 방광 관련 검사는 물론이고 이소성 골화증, 자율신경과반사증, 경직, 욕창, 관절구축, 골다공증 등 검사와 해결방안을 제시해주는 특화된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김현정 사무관은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지정과 관련, “2022년까지 100개소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3개소만 돼있다. 시설 기준에 공간마련이 어렵고, 수어통역사 배치 문제, 중증장애인 사고 위험성 걱정에 대한 부분이 있다”면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고민점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편, 9월 5일 “세계 척수손상의 날(SCI-DAY)”에 맞춰 진행된 ‘2019 척수장애인대회’ 기념대회에서는 자랑스러운 척수장애인상 수상자인 경상남도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사회복지사를 비롯해 총 20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서울 전경련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9 척수장애인대회 정책세미나’ 전경.ⓒ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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