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8일 온라인을 통해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유튜브캡쳐

문재인정부가 약속했던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운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선제적으로 제정안을 내놨다. 크게 기본법 개념의 ‘장애인권리보장법’과 기존 장애인복지법을 전부 개정한 ‘장애서비스법’을 각각 세트로 구성한 것.

현재 장애등록제를 폐지하고, 장애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장애서비스를 ‘필요한만큼’ 주자는 것이 골자다. 그에 따른 예산은 매년 최대 10조원 수준으로, 재원조달을 위해 장애인복지특별기금 및 국민건강보험 장애보험료 신설 내용을 법안에 넣자는 내용.

이 같은 전장연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에 대해 타 장애인단체와 정부 측은 방향성은 공감하나, 재원조달방식이나 등록제 폐지 등에 대해서는 신중함이 필요하고 입을 모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8일 온라인을 통해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의학적 기준이 아닌 개인의 필요와 욕구 중심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장애계의 요구에 따라, 지난 2010년 장애등급제 폐지 운동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됐으며,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 2일 정부가 밝힌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방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UN 장애인권리협약의 사회적 장애 개념을 반영해 장애가 ‘신체적‧정신적 손상’과 ‘물리적‧사회적 장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으로 장애 개념을 확대한다.

또한 5년 주기의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수립 시 정책환경 분석, 필요 재원조달 및 운용방안 등이 포함되도록 했고,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컨트롤타워 강화를 위한 사무국 설치, 입법 및 정책 수립단계에서 장애인 차별 요소를 평가할 ‘장애영향평가’ 도입 검토 등이 담겼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권리보장법 구성 방향을 발표했다.(위)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아래)중부대학교 김기룡 교수.ⓒ유튜브캡쳐

■기본법 ‘권리보장법’+장복법 탈바꿈 ‘서비스법’ 세트

이날 전장연 정책위원장인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김기룡 교수는 장애계가 제안하는 ‘장애인권리보장법’ 구성 방향을 발표했다.

전장연이 제안한 방향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 장애서비스법 제정안(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안), 재정 관련 개정안(국가재정법 개정안 등) 등의 세트 구성이다. 주요 권리보장에 관한 사항은 장애인권리보장법에, 서비스와 관련돼서는 장애서비스법에 각각 담자는 것.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은 총 6장 111조로 구성, 장애 개념, 장애인의 제 권리, 유엔장애인권협약에 규정된 당사국 책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각종 법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기본법적 성격을 강조했다. 또 대통령 산하의 국가장애인위원회를 상시운영하는 내용도 담겼다.

장애인권리보장법 4대 핵심으로는 ▲장애를 개인특성과 사회 환경 간의 상호작용으로 발생된 결과로 정의하는 ‘장애 개념 사회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의거한 장애인의 권리와 당사국의 책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장애인의 제권리 규정’ ▲장애인의 정책 참여 체계 등 ‘장애인 지원체계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 속 만들어진 장애등록제를 폐기하고, 서비스 적격 유무를 통해 필요한 만큼 장애인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 것이 변화에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권리보장법 제정안 속 재원확보방안 명시를 제시했다. 추가 소요 재정을 최대 10조원으로 파악,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장애인복지특별기금, 장애보험료 신설 등의 재원조달방식을 법에 명시하자는 내용이다.ⓒ유튜브캡쳐

■10조원 필요, “특별기금·장애보험료 신설”

특히 전장연은 ‘재원확보 방안’을 법안에 명시토록 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전장연이 주장하는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제공하기 위한 추가 소요 재정은 ▲1인당 월 10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 제공 2조원 ▲24시간 활동지원 등 3조원 ▲주간활동 1조원 ▲완전한 무상의료 실현 등 1조원 등 최대 10조원 수준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복권기금 등을 통한 장애인복지특별기금, 국민건강보험에 장애보험료 신설 등 재원조달 방식을 법률에 명시하자는 것.

김기룡 교수는 "새로운 법과 서비스를 만들려면 예산이 많이 소요되니, 아예 법안 속에 재원확보 방안 명시했다"면서 "장애 기본법적 성격과 동시에 법률을 이행하는 비용을 법 속 재원조달체계를 통해 충당할 수 있는 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장애등록제 폐지, “누구나 필요한 만큼 주자”

그와 함께 기존 장애인복지법을 전부 개정한 ‘장애서비스법’은 총 6장 136조로 구성됐다.

기존 의학적 기준에 따른 장애등록제를 폐지하고, 누구나 장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판정되면 장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는 필요한 만큼 신청 가능하며, 서비스양도 국가 및 지자체가 아닌 지역장애서비스센터에서 결정된다.

이후 이용자의 의견이 반영된 개인별지원계획을 수립해 제공기관연계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 지역장애서비스센터의 컨트롤 역할은 국가장애서비스공단이 맡아 운영 지원 및 질 관리를 담당한다.

이와 함께 장애서비스법은 공적 장애서비스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신설되는 서비스로 ▲표준소득보장 지원 ▲자산형성지원 ▲의사소통 지원 ▲통합고용 환경에서의 일자리 지원 ▲의료비 지원, 거점병원 이용 지원 ▲문화예술, 관광, 여가생활, 체육지원 ▲지원주택, 주거수당 지원 ▲신탁지원 등을 제안했다.

(왼)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홍보국장(오)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박마루 사무총장.ⓒ유튜브캡쳐

■장총·장총련 “방향은 공감”, “내용은 신중”

이 같은 전장연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에 대해 장애계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전적 공감하나, 재원조달방식 등에 대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홍보국장은 “장애인복지법 한계 극복의 필요성과 새로운 법 제정 필요성은 전 정부에서부터 이어져 온 장애계 요구사항이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라면서도 “현재 시점은 법 제정 이후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제정 자체 이슈보다 필요성과 핵심가치에 더 주목해야 한다”면서 실효성 마련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발표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방향에 대해서는 “장애인의 모습은 여전히 수급자격과 양,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서비스지원종합조사의 대상에 머물고 있다”면서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발굴의 대상이자 사례관리를 실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준과 절차도 모호한 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결정된 사람에 한해서만 개인별지원계획이 수립될 수 있는 기존 장애인복지법의 답습”이라고 비판했다.

전장연이 제시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안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방향성에 동의한다”면서도 “재원 마련과 예산 논의를 포함해 현재 복잡하게 얽혀있는 등급제 개편 이후 탈시설 등이 같이 가야 한다. 기본소득, 표준소득 부분은 전국민적 논의로 불붙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박마루 사무총장은 “큰 틀에서는 공감하지만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은 장애인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장애 개념, 장애인의 제 권리, 각종 위원회 설치 등으로 구성했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일부 내용은 기본법보다는 개별법에 담아야할 내용으로 보여진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기본법은 개별법에 대응하는 개념이자, 기본적 사항을 정하는 입법으로, 개별 영역마다 달리 규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제2장 장애 권리보장과는 별도로 제5장 장애서비스 이용 권리보장을 규정하고 있으며, 개별법에서 규정해야 할 정도의 세부적으로 명시된 부분이 있다”고 전반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사무총장은 재원 조달을 위한 별도의 기금 설치 조항에 대해 “예산의 경직성을 벗어나 탄력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운영의 장점이 있으나, 칸막이식 운용에 따라 재정운용의 비효율성이 있는 만큼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획재정부가 찬성할지 의문이며, 현재 일반회계로 지원되고 있는 장애인복지사업 예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애계는 오랫동안 장애인권리보장법 추진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4개의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면서 “국회, 정부, 장애인단체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보다 실효성 있는 법 제정에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이선영 과장.ⓒ유튜브캡쳐

■복지부, “새로운 제도·폐지 충분한 검토 선행”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이선영 과장은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만들자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새로운 제도 도입이나 폐지 부분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과장은 “발표안에 포함된 부분은 그간 논의나 검토가 부족했거나 없었던 새로운 제도 도입이나 폐지가 포함돼 있다. 각 개별법이나 관계부처 조정 등 충분한 의견 수렴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많이 포함됐다”면서 “당장 추진은 쉽지 않겠으나, 앞으로 논의해보겠다는 취지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의견을 냈다.

특히 이 과장은 구체적인 논의와 연구가 필요한 부분으로 ‘장애인지예산, 장애보험, 장애등록제 폐지’를 언급하며, “장애인지예산은 국가예산 부분이기 때문에 국가재정법이 같이 개정되는 것이 검토돼야 한다”면서 “장애보험이나 등록제 폐지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조문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개념적으로 모호하거나 넓은 부분들이 있고, 다른 부처의 검토가 필요한 부부분이 많이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논의들을 포함해서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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