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배동 모자의 비극 사건을 다룬 MBC뉴스데스크 방송 모습.ⓒMBC방송캡쳐

서울 서초구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 세상에 알려지며, 장애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사회의 사회복지 민낯”, “부양의무자기준조차 폐지하지 못하는 국가에서 또 다시 사람이 죽었다”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낸 것.

지난 14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세대 주택에서 사망한 지 5개월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김 모 씨(60세, 여)의 시신이 뒤늦게 발견됐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은 거리를 전전하며 노숙을 하다 민간 복지사의 도움으로 어머니 김 씨의 죽음을 알릴 수 있었다. 아들은 숨을 거둔 어머니 곁을 지키다 집에 전기가 끊기자 거리로 나와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자는 2008년부터 건강보험료를 체납할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왔지만, 2018년 10월이 되어서야 주거급여 수급자가 되었다.

월 25만원의 주거급여를 받아 고스란히 월세로 지출해야 했을 그들 가족은 공공일자리가 끊기면 소득이 없는 상태였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미뤄선 영원히 못한다’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성명을 내고 “빈곤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1차적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우리사회의 사회복지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라면서 열악한 발달장애인 복지정책의 허점을 짚었다.

부모연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임기 1년여를 남긴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만 폐지되었을 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방배동 모자는 장기간 건강보험료 및 공과금을 납부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가는 동 복지센터’는 올해 한 번도 이 가정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결국 방배동 모자의 비극은 국민과의 약속을 방기한 문재인 정권이 야기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욱이 가슴 아픈 사실은 홀로 남은 아들이 발달장애인이지만 장애인 등록조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면서 ”왜 어머니는 아들의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고 아들의 지원에 대한 책임을 홀로 감당하였는가. 누군가는 20여 년 전 열악했던 발달장애인 복지지원체계에서 그 이유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만약에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것처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다면, ‘찾아가는 동 복지센터’가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었다면, 방배동 모자의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더 이상 가난을 이유로, 발달장애를 이유로 발생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이 2020년 7월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계획을 수립하라고 압박했다.ⓒ에이블뉴스DB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3대적폐 폐지 공동행동 등 3개 단체 또한 성명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약했지만, 임기 4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이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다"며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2018년 10월에 폐지됐지만 생계급여는 2022년까지 완화 계획만 있고, 의료급여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2005년 뇌출혈 수술을 받은 적이 있던 김씨는 2008년부터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한 장기 체납상태여서 병원을 찾을 형편이 되지 않았다“면서 ”만약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되었더라면,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어 장기체납 문제를 해결하고 병원에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생계급여를 받아 공공일자리가 끊긴 기간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숨진 김 씨와 그의 아들은 우리들이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건강보험료 체납 때문에 생존과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우리들“이라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조차 폐지하지 못한 이 사회는 부양의무자기준이라는 차별을 빈곤층에게 20년간 저질러 왔다. 분노와 슬픔을 담아 다시 한 번 요구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즉각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지난 2014년, 생활고에 시달리다 공과금이 밀려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죽음을 선택했던 ‘송파 세 모녀’ 이후, 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이냐“면서 ”문제는 부양의무자기준이 만든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을 증명해야만 하는 지금의 사회는 빈곤을 억죄고 벼랑 끝으로 취약 계층을 내몰 뿐"이라며 "정의당은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돼 취약계층에게 사회적 안전망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페이스북 내용.ⓒ화면캡쳐

한편, 방배동 모자 비극 사건과 관련,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상황에서 대면 돌봄을 챙기지 못했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더 관심을 가졌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을텐데 소임을 다하지 못해 송구스럽고 책임을 무겁게 되새긴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기초생활수급자 뿐만 아니라 1인, 2인 가구의 돌봄도 챙겨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 주셨다“면서 ”유족인 아드님이 생활하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챙기고,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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