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결산]-② 행복팀 사기사건

올해 2017년 장애계는 ‘약속의 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이 출범하며 복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의 과거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광화문 농성 1842일 만에 복지부 장관이 조문과 함께 민관협의체 구성 약속, 국토부 장관 또한 추석기간 저상버스 투쟁 현장에 방문하는 등 투쟁 보다는 ‘소통’과 ‘약속’의 훈훈함이 연일 보도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서구 특수학교 문제, 노동권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산적된 현안도 많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모든 장애인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두 번째는 ‘농아인 투자사기 행복팀 사건’이다.

지난 2월 전국 농아인 수백명으로부터 고수익을 미끼로 수백여억원을 받아 챙긴 일명 ‘행복팀’ 일당이 검거됐다. 일당이 검거되자 행복팀 투자가 사기였음이 세상에 알려졌고 농인사회는 풍비박산 났다.

검거된 일당 중에는 지역농아인협회 간부도 포함돼 농인사회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농아인협회는 농아인의 재활과 자립을 도모하고 완전한 사회참여 실현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단법인이다.

사건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아인인 김모씨(총책·구속) 등은 ‘행복의 빛’이라는 투자사기조직을 결성하고 농아인들을 상대로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받았다. 당시 조직원은 7~8명으로 규모가 작았다.

이후 한 동업자 홍모(한국농아인협회 전 지역협회장)씨가 다른 사건의 사기혐의로 구속되자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을 끌어들여 ‘행복팀’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대표로 세운 뒤 전국을 활보하면서 사기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은 물론 장애인복지관 이용 등 각종 복지혜택을 보장한다고 속였고, 금융지식이 부족했던 피해 농아인들은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율로 집과 자동차, 휴대전화 담보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대출 등으로 투자금을 마련했다.

행복팀은 “일반인 투자가 99%이고 농아인 투자는 1%에 불과하지만 혜택은 똑같이 받는다”, “3개월 이내에 투자금의 3~5배를 돌려주겠다”고 농아인을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속임수에 넘어간 농아인만 500여명이고 피해액은 280억원(경찰 추정)에 달한다.

행복팀은 조직적으로 운영됐다. 총책은 김모씨(구속)가 맡았고 전국 조직을 대전팀, 경기팀, 경남팀, 서울팀 4개로 나눠 관리했다. 각 팀을 총괄하는 지역대표는 조직원들을 통해 받은 농아인들의 돈을 현금으로 만들어 김씨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피해를 입은 농아인들은 각종 대출 때문에 매달 높은 이자를 감당하느라 생활고에 시달렸다. 반면 총책 김씨는 고급전원 주택에 살면서 수억원대의 외제차 20여대를 바꿔가며 타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행복팀 투자사기사건 피해자의 가족이 울분을 토하고 있는 모습. ⓒ한국농아방송 캡쳐

행복팀 사건은 한 농아인의 제보로 수면위에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한 농아인은 창원중부경찰서를 방문해 농인들로부터 돈을 투자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좀 이상하다고 제보를 한 것이다.

이에 창원중부서는 행복팀에 투자한 사람 수 명을 면담했고 일반적인 투자와 패턴이 상이한 것을 확인했다. 이후 탐문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간 간부급 조직원들에 대한 금융계좌 추적을 벌여 혐의를 입증했다.

행복팀 간부들의 명단을 확보해 이들이 거주하는 곳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를 입수했다. 창원중부서는 중간간부부터 체포를 하고 결국에는 수괴까지 검거하면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이와 관련 창원지방검찰청은 올해 2월 행복팀 총책과 핵심간부들을 재판에 넘겼다. 6월에는 전 총책 홍모씨와 지역별대표 등 간부를 추가기소하고 경찰이 추가로 송치한 지역팀장급 간부들은 일괄기소했다.

9월 창원지검은 총책 김씨를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 등을 적용,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행복팀 투자사기사건 피해 당사자로 구성된 ‘행복팀 투자사기 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속적인 집회를 통해 엄벌을 촉구하면서 이들에 대해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아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 상 상습사기 혐의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창원지방법원은 이례적으로 총책 김씨의 선고를 두 번이나 미뤘고 창원지검은 이 사이에 공소장 특경법상 사기혐의(상습사기)로 변경을 신청했다. 이후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특경법이 적용되면서 검찰은 더욱 높은 형량을 구형할 수 있게 됐다. 즉 총책 김씨가 농아인 감경조항(형법 제11조)을 적용받아도 전체적인 형량은 늘어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행복팀 사건은 농인사회를 말 그대로 풍비박산 냈다. 피해자인 50대 남성 농아인은 지난 6월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고액의 대출금을 받아 투자를 한 농아인들은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피해액 환수는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행복팀 말단 조직원부터 총책까지 모두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들은 피해자들로부터 챙긴 투자금을 부동산 등 차명으로 숨겨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창원지검이 제기한 공소장 변경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은 피해 농아인들에게 위안이 됐다. 앞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 상 사기죄가 적용돼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행복팀 사건은 농아인사회의 특수성을 이용한 악랄한 범죄다. 사법당국은 일당들로부터 피해액을 전액 환수해 농아인들에게 변제해주고, 재판에 넘겨진 일당들에 대한 엄중한 판결을 내려 농아인들의 눈물을 닦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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