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 입구에는 계단만 있을 뿐 경사로가 없다. ⓒ박종태

휠체어를 사용하는 전윤선 씨(여, 지체장애1급)는 최근 서울보증보험 여의도지점이 있는 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을 찾아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건물 입구에 약 10개의 계단이 있어 경사로가 있는 지 찾아 봤지만,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보증서 발급을 받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 이후 또 다시 찾아가 어떻게 건물로 들어가야 하나라는 생각에 둘러보다가 기계실과 지하주차장이 있는 지하1층으로 내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는 방법을 알았고, 서울보증보험에서 보증서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하1층으로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고, 차량 통행로이기 때문에 사람의 통행이 제한된 곳이라는 점이다. 전 씨는 서울보증보험에서 보증서를 발급 받기 위해 안전사고 노출의 아찔함을 감수해야 했던 거다.

전 씨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의 상황에 화가나 금융감독원에 이 문제와 관련 민원을 제기했고,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답변을 받았다.

서울보증보험은 “건물에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는 시설주인 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에 건의해야할 사안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접근 가능한 편의시설 설치를 요청했다”면서 협회 총무팀으로부터 받은 회신 내용을 소개했다.

총무팀은 “1977년 준공된 건물로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법 및 시행령에 의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대상은 아니라”면서도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1층에 상주하고 있는 경비원이 장애인 방문 시 지하로 통하는 램프를 경유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당 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안내 받을 곳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어 이번에 1층 주차장 경비초소에 ‘장애인 지원 안내소’ 안내표식을 부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보증보험은 “여의도지점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할 경우 ‘장애인 지원 안내소’를 이용할 것”을 안내했다.

전 씨는 안내표식이 부착된 것 이외에는 장애인 편의가 달라진 게 없고, 개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여 국가인권위원회에 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을 ‘장애인 차별’로 진정했다.

특히 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의 다른 장애인 편의도 최악의 수준인 상황이다.

최근 방문해 점검한 결과 건물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전무했고, 계단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과 비장애인화장실입구 벽면에 점자표지판 등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와 관련 협회 관계자는 “오래된 건물이기 때문에 어려움은 있지만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 전경. ⓒ박종태

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으로 들어가려면 가파른 경사의 차량통행로를 통해 지하1층으로 내려가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 ⓒ박종태

지하1층에서 지상으로 나올 때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뒤에서 누군가 밀어줘야 하고, 차량이 오면 위험하다. ⓒ박종태

지하1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차량 통행로이기 때문에 사람의 통행이 제한된 곳이다. 사진은 차량 통행로로 이동했을 경우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 ⓒ박종태

지하1층의 엘리베이터 모습. ⓒ박종태

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전무하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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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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