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대표단이 이명박 후보측에 면담요청서와 입장서를 전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난 16일 오전 10시께부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 사무실을 점거한 채 ‘불구 낙태 허용’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해오던 장애인들이 17일 오전 11시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점거농성을 철회했다.

이들이 농성을 철회한 이유는 점거 농성단 측에서 공식면담을 요청하면 이 후보 측에서 면담 가능 여부와 구체적인 일정을 잡아 이번 주 안으로 통보해주기로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밤 이명박 후보가 직접 밝힌 해명을 수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주 안으로 면담요청에 대한 답변 받기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점거농성을 풀었을 뿐, 우리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 이번 주까지 면담이 성사되지 않거나 객관적이고 사실을 기반으로 한 사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우리 식으로 투쟁할 것이며 우리의 뜻을 이 후보 측에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박김영희 공동준비위원장은 “밤샘투쟁을 통해 장애인들의 뜻을 이명박 후보 측에 충분히 전달했고, 이제는 이명박 후보의 제대로 된 사과를 받으면 된다. 따라서 공식적인 면담 신청을 통해 직접 만나 사과를 받기 위해 농성을 접은 것”이라고 밝혔다.

박김영희 위원장은 이어 “이 후보 측에서도 사과할 뜻이 있음을 전해왔기 때문에 면담을 통한 공식사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투쟁을 접은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방법을 바꾼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단체들은 점거농성을 풀었지만 이명박 후보의 직접적인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점거농성단 대표진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면담 요청서’와 ‘이명박 후보의 발언에 대한 전국장애인단체들의 입장문’을 이명박 후보 사무실측에 전달했다.

이들의 입장문에는 ‘불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한 사죄’, ‘현행 모자보건법의 인권침해성에 대한 이 후보의 입장’, ‘장애인 정책에 대한 전반적 견해’ 등의 내용을 포함해 객관적이고 진실된 사실을 근거로 면담과 공개사과를 하라는 요구가 담겨져 있다.

이명박 후보의 해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

이들은 오전 11시께 이명박 후보 사무실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후보가 1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해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먼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이명박씨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당시 우리 장애인들은 ‘황제 찾아 삼만리’를 할 만큼 그에게 분노하고 실망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이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시 했다는 것은 정말 개떡 같은 헛소리다. 장애인들이 죽어가며 이뤄낸 것들을 마치 자신의 공인양 얘기하는 꼴에 장애인들은 더더욱 실망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 소장은 “우리는 예비대선 후보로서 그가 장애인정책에 대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아야겠다. 그가 마지막까지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용서치 않을 것이다. 혹여 한나라당의 대선주자가 된다고 해도 낙선운동까지 벌일 것이다. 섣부른 말과 저급한 마인드로 장애인에게 상처를 준 죄, 480만 장애인의 이름으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은 “국가 수도의 시장을 지냈고 한나라의 대통령을 꿈꾸는 자 입에서 저급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불구’라는 용어가 나온 것에 대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그 말 한마디로 그가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이 진정 우리의 오해라면 문제의 본질을 다시 보고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광진구장애인부모회 김미순 회장은 “장애인을 죽으라고 하는 사회 속에서 장애아들을 키우고 있는 장애아 부모다. 이 후보의 발언을 듣고 치가 떨려 그의 머리털이라도 다 뽑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장애인들이 살기에는 힘든 세상이니까 아예 태어나지 말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장애아들을 조금이라도 잘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태라”라고 말했다.

정당들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 김병태 위원장은 “모자보건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 완전하지 못하면 아예 태어나지도 말라며 양수검사를 통해 원천적으로 장애아출산을 막으려고 한다.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이 후보도 의식이 부족해서 혹은 잘 몰라서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본인의 의도가 아니었다면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 장애인과 국민들은 속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당 장애인위원회 박정혁 위원장은 “베토벤도 장애인이었다. 만약 베토벤의 부모님께서 유전자검사를 통해 장애인이 될 것을 알고 낙태를 시켰다면, 주옥같은 명곡을 잃어버렸을 것”이라며 “장애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전반의 의식도 분명히 바꿔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선예비후보 불구·낙태 발언에 대한 면담요구 및 공개사과 촉구 기자회견. ⓒ에이블뉴스

장애인단체들은 16일 이명박 후보측의 해명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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