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인환의 월요 칼럼 >

장애인 탈시설 가속화…2025년부터 탈시설 지원사업 추진

MC: <서인환의 월요 칼럼>

서인환장애칼럼니스트와 함께합니다.

1) 정부가 드디어 장애계의 탈시설 외침에

12년만에 답을 내놨죠.

보건복지부는 2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이 같은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향후 20년간 단계적으로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이하 로드맵)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2)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 자세히 살펴볼까요.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한다. 탈시설 지원 사업이 본격화하는 2025년부터는 시설 거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매년 750여명씩 선정해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고 2041년께는 시설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다수의 장애인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고 있는데 이를 '공동형 주거지원'으로 전환하고, 일부에는 '개별형 주거지원'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지원 희망 여부를 묻는 조사를 연 1회 시행한다. 기존에는 권고 사항으로만 돼 있었으나, 의무 시행으로 바꿔 정기적으로 지원대상을 발굴한다. 특히 시설 장애아동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자립을 우선 지원하도록 하는 지침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자립 전 중간 단계 거주 공간인 '체험홈'과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사전 준비부터 초기 정착까지 체계적인 자립 경로를 구축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시범사업을 통해 자립지원사를 배치하고, 주거환경을 장애인의 생활에 맞게 개선하며, 건강검진비도 지원한다.

3) 보태어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죠

정부는 인프라 구축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세부적으로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구비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주택·금전관리 등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에 필요한 전반적인 주거유지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자립을 위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도 늘린다. 이에 더해 의료 전문 서비스를 위한 장애인 거주시설을 제외하고는 신규 시설의 설치를 금지하고, 기존에 운영 중인 거주시설도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역할을 바꾸기로 했다. 또 현행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1회라도 인권침해 사실이 발생할 시에는 바로 해당 시설을 폐쇄하고, 운영비·인건비 지원도 중단하기로 했다.

4)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에 대한 장애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5) 서인환칼럼니스트께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정부의 탈시설로드맵을 평가하고 계시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탈시설을 추진하는 20년 동안 거주시설 종사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떠날 것이고, 남아 있는 종사자들도 사명감이나 자존감보다는 불안감과 무력감에 시달릴 것인데, 이것이 서비스 질 저하로 연결될 것이다. 서비스 질 저하가 탈시설을 가속화할 수는 있겠으나, 그 동안의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의 몫이 될 것이다.

6) 정부의 탈시설 정책, 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도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도 이견이 있으시다구요.

탈시설과 비리와 학대문제 발생은 별도의 문제라 여겨진다. 탈시설이 되지 않아도 학대는 근절되어야 한다. 학대나 비리가 있으니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래서 시설을 없애야 하는 것이라면, 비리가 있는 학교도 없애고, 비리가 있는 회사도, 정부도 없애야 할 것이다. 한번 잘못하면 바로 아웃시킨다는 협박 같은 분위기 속에서 누가 제대로 운영하려고 노력하겠는가! 시설을 없애려면 비리를 털어라, 그리고 인권문제를 찾아 공격하라는 뜻이 되므로 모든 시설은 공격의 대상이 되어 20년 간은 전쟁과 투쟁의 역사로 변할 것이다. 그래서 법인의 이사진 교체 요구로 자산 쟁탈전이 일어날 것이다. 탈시설은 장애인의 보다 나은 지역사회 자활을 위한 패러다임의 실현이라면, 그리고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같은 권리의 실현이라면 탈시설 정책은 시설 인권문제 척결과 분리하여 별도로 중요하게 다룰 문제이다.

7) 탈시설정책에 들어 있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대한 약속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탈시설 정책에 권리보장법 제정에 대한 약속이 들어 있다. 마치 탈시설 운동을 하는 단체의 주장에 대한 응답처럼 말이다. 권리보장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탈시설 정책과 권리보장법 제정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데 왜 탈시설 로드맵에 포함되어 발표하는가이다. 탈시설이나 권리보장법이나 제대로 추진해야 하겠지만, 로드맵을 요구하는 이에게 이렇게 달래기식이나 응답식의 발표라면 추진의 진정성은 의심할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4에서 현재의 거주시설의 다양한 시설을 나열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공동생활가정이 탈시설의 한 방법이냐, 없애야 할 탈시설의 공격 대상이냐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전문 보호 시설로 개편한다면 이러한 거주시설의 분류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수용시설이 싫어서 생활시설로, 생활시설이 싫어서 거주시설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제 거주시설도 싫다고 다시 보호시설로 된다면 패러다임을 다시 되돌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장애인은 이용자가 아니라 보호대상이 될 것이다. 탈시설을 하면서 없애는 시설이 탈시설의 중심시설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발상도 맞지 않다. 몇몇 시설 중 그러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으나, 거주시설을 문을 닫으라면서 문을 닫는 촉진제 역할을 그들에게 하라고 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새로운 형태의 운영을 모델로 하여 따라오도록 누가 주도할 것인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기획재정부에 3조원의 장애인복지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그 3조원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연금이 1조 5천억, 활동지원 사업비가 1조원이고, 탈시설을 위한 예산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탈시설지원센터의 운영비가 고작 몇 억에 불과하여 탈시설의 주장이 탈시설 지원센터 운영비를 받으려고 했는가 싶을 정도로 조금 실망스러웠다. 탈시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주거문제와 연금을 통한 소득보전, 활동지원 서비스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시설에서는 주어지던 것이 지역사회에서는 없는 것이 무엇이었나, 왜 가정에서 양육하지 못하고 시설에 입소시켰는가를 생각하면 시설에 보내지 않더라도 그것이 해결되게 하는 환경이 필요함은 바로 알 수 있다.

거주시설 국가보조금은 인건비와 운영비, 피복비, 급량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만약 시설에서 탈시설을 하여 지역사회로 나가는 장애인을 위해 사용한다면 회계부정 즉 비리가 된다. 정부가 정해진 예산 항목을 어겼기 때문이다.

8) 그렇다면 탈시설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어떤 제안을 하고 싶으신지요.

정부가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먼저 시설에서 탈시설을 위한 지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탈시설 지원사업 항목의 예산을 보조하거나, 이용 인원 축소로 인한 예산의 잉여금을 탈시설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거주시설을 일부는 직업재활시설로, 일부는 전문서비스시설로 전환하는 모델을 정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네거티브식 처벌보다는 포지티브한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현존 직원과 대립할 인력을 몇 명 파견하고, 시설에 월 100만원씩 주겠다는 것은 절대로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 시설 운영자가 유치원생은 아니다. 장애인의 인권을 논하는데 왜 시설의 미래를 걱정하며 종사자 미래를 걱정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들의 자세가 장애인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는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협조적일 것이고,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다. 그들이 적이 아니라 협력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탈시설 로드맵에서 말하는 전문보호 서비스 기관으로 전환은 막연하고 어렴풋하여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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