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씨는 장애등급 판정기준 중 '지체기능장애의 경우에는 감각 손실이나 통증에 의한 장애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따라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의신청을 제기해 받은 직접심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지체장애 5급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정순기씨는 이에 항의하며 국민연금공단에서 1인시위를 벌였고, 그 결과로 대면심사를 다시 받았지만 최종 지체장애 3급으로 결정됐다. 정순기씨는 “통증으로 인해 사지마비장애가 인정된다고 얘기하면서 장애1급으로 판정되지 않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장애등급심사를 매기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국민연금공단이 하는 판정기준이 명확해져야 한다. 판정이 제대로 되는지 모니터링이 가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국민연금공단이 단독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만큼 심사 정보를 공개해 투명한 심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애등급판정기준에 대한 문제제기는 장애인들만 한 것이 아니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7월 심장장애인 권혁선씨가 '부당한 장애등급결정 취소요청'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해 복지부의 장애등급심사 결정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심장장애 2급이던 권혁선씨는 지체장애 4급의 중복합산으로 장애1급으로 지내왔지만, 장애등급재심사에 따라 심장장애 등급외 판정을 받고, 최종 지체 4급으로 결정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신청인의 심장기능장애가 지속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해나가기 어려운데도 등급외로 판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재심사할 것을 의견 표명했다.
장애인에겐 두려움의 존재‥특성 반영 기준 마련 멀어이런 와중에 복지부는 올해 4월부터 장애등급심사 대상자를 1~6급의 모든 신규장애인으로 확대했다. 장애등급심사는 기존 장애등록자 중 재판정 기간이 도래하거나 활동보조서비스 및 장애인연금 등을 신청한 사람 중 의료기관에서 1~3급의 장애진단을 받은 사람에 한해 실시됐지만, 1~6급의 장애인등록 신규 신청자 전체에 대해 장애등급심사를 적용하기로 했다.
결국
장애등급판정기준은 장애인에겐 더욱 큰 두려움의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장애인 등록여부와 등급 차이에 따라 각종 복지서비스가 달라지는 현 장애인정책 속에서
장애등급판정기준은 모든 장애인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심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장애인의 구체적인 특성을 반영한
장애등급판정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가 장애유형별 특성에 따른 획기적인
장애등급판정기준 개선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장애인의 장애등급 하락사태와 함께
장애등급판정기준, 나아가 장애인등급제에 대한 불신은 매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