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박 성 일 씨·지체장애 오 미 광 씨·지체장애 강 현 석 씨

“새해에는 장애인 문제가 시혜적이나 동정적인 차원에서 다뤄지지 않고 장애인이 한 인간으로서 인권을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무조건적인 동정은 우리도 싫거든요”

전주시 평화동에서 만난 오미광(지체장애1급, 35)씨의 새해 소망이다.

그의 말을 새겨보면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버리지 못하고 인간다운 대접을 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이런 현실속에 지난해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 오이도역 1주기 투쟁, 발산역 사고, 국가 인권위원회 점거단식투쟁, 무기여 장애인 연금법제정을 위한 운동 등 각 소속의 장애인들은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들의 숨가쁜 요구와 활동만큼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그들은 바라고 있었다.

“저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은 무엇보다도 이동권연대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이동권 입법투쟁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같은 장애인들이 법적으로 이동권을 보장받았으면 좋겠어요”

손수레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강현석(지체장애1급, 37)씨는 새해 소망을 이렇게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강씨에게 이동권 확보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어 보였다.

거리에서 만난 박성일씨(정신장애, 29)는 “장애인도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에게 주는 무조건적인 보호나 지원은 저희도 부담스러워요, 저희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좀더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고 싶다”며 장애인에게도 일 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부여해주는 복지적 접근이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되기를 소망했다.

장애자녀를 가진 전북장애인부모회 회원 한규선(50)씨는 “새해에는 장애인들이 마음껏 교육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특히 정신지체 장애아들은 언어치료, 의료치료를 병행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조기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윤여성씨(43)는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적인 어려움과 차별구조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여성장애인을 위한 여성 장애인지원정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장애를 가진 여성도 사랑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고 또 아기도 낳아 길러보고 싶어요. 그러나 경제적 자립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여성장애인에게 결혼이란 꿈과 같은 거죠. 그렇지만 올해는 대통령도 바뀌고 사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희망적이니까 기대하며 살아 볼래요”

이처럼 2003년 올해에는 장애인도 살맛나는 세상에서 함박웃음 활짝 지으며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더 커지고 있었다.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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