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조정센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잠실야구장 지적장애인 노동착취 사건’ 관련 불기소처분을 내리고, 결과를 피의자에게 통보하지 않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하 서부지검)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제소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이하 연구소)는 31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은 뒤 사건을 담당한 서부지검을 인권위에 형사소송법·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진정했다.

가해자들에게 당연히 응당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 기대했으나 어이없는 불기소 처분이 나왔고, 서부지검이 피해자의 의사능력을 제멋대로 왜곡해 피의자가 불기소됐다는 결과마저 통지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다.

또한 소속 검사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 등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지적장애인 관련 수사 규정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맞춰 정비할 것을 서부지검에 권고해 달라는 것.

진정서에 따르면 피의자는 지적장애인 피해자의 친형으로 지난 2006년 피해자 명의로 보장급여를 신청한 뒤 자신이 통장을 관리하면서 같은 해 6월 20일부터 2018년 2월 26일까지 12년 동안 188회에 걸쳐 6,800여만 원의 수당을 횡령했다.

또 피해자를 분리수거 업체로 보내 잠실야구장 적환장에서 일하도록 하고 급여통장마저 자신이 가로채 총 1,400여만 원의 급여를 빼돌렸다.

착취를 당하던 피해자는 지난해 3월 서울장애인인권센터(이하 센터)에 의해 긴급 구조됐으며 센터의 도움을 받아 횡령·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를 고소하고 처벌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서부지검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대면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심리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을 토대로 ‘내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의 의사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 4월 피의자 조 씨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불법영득의사가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하고 장애인복지법위반에 대해서는 ‘몇 달에 한 번씩 찾아와 보고 갔다’며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린 뒤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지하지 않았다.

서부지검 불기소이유통지서에는 “심리평가보고서에 의하면 피해자는 시계는 볼 수 있고 이름은 쓸 수 있지만 그 외 의사소통은 어렵다”며 “내적 기준을 가졌다고 볼 수 없으며 주변에서 유도하는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31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국가인권위원회 앞 기자회견에서 이태곤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미디어센터장,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김강원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태곤 연구소 미디어센터장은 “인격을 가진 사람을 쓰레기장에 넣어 밑바닥 생활을 하게 만들고 급여마저 가로챈 사람들에게 죄가 없다면 이 세상에 죄는 없다”며 “인권위는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다. 부디 검찰에 재수사를 강력히 권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진정대리인을 맡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피해자가 고소 절차에서 처벌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의사능력을 멋대로 판단해 불기소 처분하고 그 결과마저 통지해주지 않는 것은 터무니없는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형사소송법 제258조 1항에 분명히 처분결과 통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도 피해자를 면담해 보지도 않고 보고서만으로 내적 의사가 없다고 간주해 기본적인 절차마저 무시한 것은 검찰의 인권 감수성이 ‘제로’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강원 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은 “피해자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원해 온 입장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안일하기 짝이 없는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는 항고 및 추가 고발을 통해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3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