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은 매년 장애인 일자리 확대 및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8년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133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13편이 선정됐다. 수상작을 연재한다. 아홉 번째는 복지 일자리 부문 우수상 수상작 김석훈 참여자의 ‘내 인생의 새로운 보물’이다.

내 인생의 새로운 보물

김석훈(서울특별시 은평구)

안녕하세요.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김석훈입니다. 저는 정신과 쪽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고 정확히 말하면 자폐성 장애 3급입니다.

제가 정신과 쪽으로 장애가 있어서 그런지 같은 정신 장애인분들께서는 제이야기에 공감하실 수 있겠으나 신체 쪽 장애를 가지신 분들께서는 다소 공감을 덜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신체 정신장애를 떠나 대한민국의 장애인으로의 삶이 저의 글로 더 나아진다면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저는 장애를 가지게 된 배경이 매우 어둡습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고엽제 피해를 입으셨는데 그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셨고, 저 또한 그 영향으로 장애를 입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 이야기를 여기에 다 쓰면 바다도 다 채우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학대, 어머니의 가출 등 가족사로 인해 정신과적인 장애를 얻어 또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고, 이러한 생활은 대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계속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하자 가족들은 병원에 절 보내기도 했고, 정신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오래 생활하기도 했지요.

이렇게 20대 내내 불우한 시절을 보낸 저는 복지관을 만나게 된 29살 때까지 공식적인 일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었고,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하루’를 만드는 데는 20년 가까이 걸린 것 같습니다.

장애인복지일자리를 통해 저의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제가 장애인 복지일자리를 통해 얻은 보물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역시나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 30년 가까이 수입이 없던 자가 어느 날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이것만 하더라도 제 인생에 있어서는 정말 값진 보물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나에게 돈이 생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하고 많지는 않지만 수입이 생기게 되니 훨씬 더 제 삶과 미래에 대해 애착이 생기고 어떻게 꾸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차곡차곡 저금해두어 이젠 제법 불어난 저축액을 보며 미래의 제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고, 예전엔 미워했지만 지금은 많이 가까워진 가족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건강의 소중함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장애인 복지 일자리를 하면서 내가 비록 장애인이지만 건강하니까 이렇게 일자리를 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을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일하기 전에는 약에 많이 의존하기도 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막연히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는데, 일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사라지고 훨씬 약도 적게 먹게 되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보시고 무엇보다 어머니께서 너무 좋아하시고, 그건 또 다른 저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일을 하면서 회복하게 된 건강을 계속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술 담배 커피를 절대 하지 않고 그 돈을 저금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어쩌면 가장 큰 보물일지도 모르는데 그것은 바로 ‘용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타인이 나를 장애인으로 보는 시선에 사로잡혀 내가 내 스스로 ‘왜 나는 장애인으로 태어났나?’ 혹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사고가 생겼을까?’라며 우울해하고 사람들을 피하기보다는 용기를 내어 한발짝씩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항우울약으로만 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각자의 사는 모습을 생각해보게 되는데, 그 결론은 인생은 한번뿐인데 장애로 고통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복지일자리를 통해 이러한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는 더 용기 내어 일반 기업에도 이력서를 지원해 볼 생각입니다.

이러한 삶의 보물들을 만날 수 있게 도와준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돈 많이 벌면서 용기 있는 삶을 계속적으로 살아나갈 것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계속적으로 이런 보물들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장애인분들 파이팅하시길 바랍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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