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밥차를 운영하고 있는 채성태씨. 지난 4월 히말라야 원정 당시. ⓒ김영길

“뛰뛰빵빵 사랑이 가득담긴 밥차를 몰며 전국을 다니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을 그 자리에서 조리해 맘껏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싶은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것이 저에게 행복이예요.”

지난 23일 토요일. 인천에 위치한 인하대학교 농구장에서 ‘사랑의 밥차’ 채성태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인천시 부평구 ‘작은자야간학교’에 다니는 장애인들과 노인들, 자원활동 교사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운동회가 열리는 자리였다.

삑삑 호루라기 소리와 ‘이겨라, 이겨라’ 소리에 맞춰 ‘박 터트리기’, ‘과자 따먹기’ 등 함께 웃으며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즐거운 시간들. 한 켠에서는 야채를 씻고, 다듬고, 지글지글 밥을 하고 삼계탕 끓이는 등 점식식사 준비에 바쁘다.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 자원봉사자 12명과 사랑의밥차 봉사대원들.

사랑의밥차는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해천’이라는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채성태 사장이 5년 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봉사단체다. 거동이 불편해 외식문화를 잘 접하지 못하는 장애인들과 독거노인들을 위해 따뜻한 밥을 지어주고, 공연을 통해 웃음을 주고자 결성한 모임이다.

사랑의밥차를 만든 계기는 무엇일까

사랑의밥차는 채 사장이 동네에서 잘 알고 지내는 지인의 소개로 한 장애인 시설에 전복죽을 만들어 갖고 간 것이 시작이었다.

“죽을 만들어 갔더니 식어서 미지근했어요. 대접을 하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그런데도 장애인들은 물론 시설을 운영하는 목사님도 전복죽은 처음 먹어본다면서 너무 좋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생각했어요. 아예 시설에 가서 직접 요리를 만들자라고요.”

그런데 방문한 곳들이 대부분 영세하고 가난한 장애인 시설이다 보니 주방설비도 형편없었고 요리를 하기에 비위생적이라서 너무 힘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 음식을 식지 않고 따듯하게 대접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사랑의밥차’.

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 친구들과 동네 친구들, 고객으로 알게 된 연예인 친구들 몇몇에게 제안했더니 모두들 흔쾌히 동참하겠다는 반응이었다. 3.5톤 트럭 화물칸을 주방으로 바꾸고 싱크대는 물론 냉장고, 물통, 가스설비까지 갖춘 전천후 이동 주방을 만들었다. 1억 가까이 들었다.

좋은 일은 하늘이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한 친구가 차 할부 값을 도와주고, 영화배우 정준호씨 등 연예계의 친구들이 힘을 보탰다.

그렇게 시작한 사랑의밥차에는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이 많다. 영화배우 정준호를 비롯해 기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정진씨, 탤런트 이일화씨, 미녀마술사 오은영씨, 가수 고한우, 이범학, 심신, 유승혁씨, 웃찾사 개그맨들 등. 부정기적 참여자까지 합하면 사랑의밥차 연예인 봉사자들은 100여명이다.

사랑의밥차가 점심지원을 했던 지난 6월 23일 작은자야간학교 운동회의 박터뜨리기 프로그램. ⓒ김영길

사랑의밥차 봉사대원과 작은자야간학교 학생, 교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길

수해나 재해가 발생하는 곳도 달려가

웃음을 잃은 이들에게, 또 공연문화가 자유롭지 못한 이들에게 찾아가 공연과 함께 사랑의 밥을 전한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그는 차를 몰고 서울과 경기도는 물론이고 멀리 전남, 경남 지역까지 전국을 누빈다. 지금까지 그가 찾은 시설만도 150여 곳이 넘는다.

뿐만 아니라 수해나 재해로 막막해 있을 때도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차를 돌려 달려간다. 특별히 바쁜 일이 있어서 못하면 다음주에는 2곳, 3곳을 간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에는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다녔다. 힘들고 피곤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누는 일에 게을러질까봐 두렵단다.

사랑의밥차를 운영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번 ‘출장’에 100~150만원. 후원금을 보내주는 이들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그가 식당에서 번 돈으로 메운다. 가게 운영하는 돈으로 다 그렇게 퍼주면 힘들어서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닌데, 적당히 쓸 돈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전 제가 만들어드린 음식을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나 장애를 가진 분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해요”라고 말한다.

요즘 사랑의밥차 홈페이지와 카페를 통해 와달라는 곳이 너무 많아 걱정이라고 한다. 어떤 곳은 굳이 사랑의밥차가 가지 않아도 될 곳을 다녀올 때도 있다. 너무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지원도 잘 나온다. 사랑의밥차 봉사자들은 이런 곳 보다는 가장 소외된 곳을 찾아다니고 싶어 한다. 한번씩 그렇게 다녀오면 즐거움과 기쁨도 두 배, 다녀온 곳에 대한 여운도 오래간단다.

석 달 전에 사랑의밥차 2호 탄생…광주서 활동

석 달 전 사랑의밥차 2호도 탄생했다. 1호차는 수도권에서 활동하며, 채 사장이 직접 다닌다. 2호는 전라도 광주에서 활동한다. 채 사장의 꿈은 전국에 10개를 만드는 것. 먹을거리가 필요한 결식아동, 독거노인, 노숙인, 장애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끼니를 거르지 않고 빨리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사랑의밥차 봉사자중 안산상록경찰서 박종락 형사는 “어느 날 TV에서 채 사장이 직접 밥 차를 운전하며 지방 곳곳을 다니면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어, 내가 아는 사람인데 하고요. 그래서 연락을 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시간 날 때 마다 함께 다녀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메뉴선택부터 장보기, 음식 만들기, 뒷정리. 200명, 900명 밥을 할 때는 지칠 만도 한데 힘들다 소리 안해요. 그걸 보면서 저 사람은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 사랑의밥차와 의족을 착용하는 절단장애인들 그리고 혼열인들과 히말라야도 다녀왔어요. 사랑의밥차 덕분에 장애에 대한 사회편견이나 이해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요. 봉사를 하면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 같아 좋아요.”

‘암연’의 가수 고한우씨, 친구 따라서 음악 봉사

드라마 주제곡 ‘암연’으로 유명한 가수 고한우씨는 “친구가 매일 뭐가 바쁜지 전화를 하면 강원도에 있어, 여주에 있어, 심지어는 캄보디아까지. 도대체 뭘 하길래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하는 것일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한번 두 번 쫒아가서 음악봉사를 하게 됐는데, 이제는 시간만 나면 함께 하려고 해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잖아요. 저는 친구 때문에가 아닌 친구 덕분에 성격도 활발하게 많이 바뀌고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고맙죠”라고 말했다.

사랑의밥차는 국내에서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캄보디아장애인들에게 의수의족과 휠체어를 지원하고 열악한 환경의 장애인을 둔 가정에게는 희망의집을 지어주고, 쌀도 지원했다. 어린이들에게는 학용품과 옷들을 선물하기도 했다. 올 4월에는 장애인, 혼열인과 함께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때 함께한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 전대수 과장은 "많은 기업들안에 사회공헌팀이나 자체 봉사모임들이 있어요. 봉사를 다니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고, 너무 큰 단체나 손이 필요치 않은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정작 필요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렇게 사랑의밥차와 함께 다녀보니 좋네요”라고 웃음을 지었다.

사랑의밥차가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채성태 사장의 얼굴엔 항상 미소가 한 가득이다.

*김진희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서울절단장애인협회 회장, KBS 리포터 등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 만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칼럼리스트 김진희씨는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를 당하기전 280명의 원생을 둔 미술학원 원장이기도 했던 필자는 이제 영세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재활보조기구나 의료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장애인생활시설에 자원봉사로 또 '지구촌나눔운동'의 홍보이사로 훨씬 더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방송작가로 또 KBS 제3라디오에 패널로 직접 출연해 장애인계에는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음식을 아주 재미있고 맛있게 요리를 할 줄 아는 방년 36살 처녀인 그녀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 deco를 운영하고 있다. ■ deco 홈페이지 http://www.uk-ortho.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