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관람석이 전무한 김천종합운동장.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대회인 2003하계유니버시아드 개막을 앞두고 대구는 축제분위기이지만 경기장의 장애인 관람석이 턱없이 부족해 장애인들의 경기 관람에 많은 제약이 예상된다.

'대구 DPI'와 '장애인지역공동체'가 공동으로 지난 7월25일부터 8월5일까지 U대회 29개 전 경기장을 조사한 결과 장애인 관람석이 설치된 경기장은 주 경기장, 대구시민운동장, 테니스장, 안동체육관 등 6곳에 불과해 전체 경기장의 20%에 그쳤다.

그나마 관람석이 설치된 경기장도 대부분 좌석이 사각지대에 배치되어 있어 시야가 가리는 등 장애인 관중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U대회 조직위 공식 홈페이지에는 전경기장에 장애인 관람석이 설치되어 있다고 허위로 기재하고 있어 국제대회를 주최하는 대구시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 경기장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영수영장에는 65석이, 다이빙 장에는 50석이 설치되어 있다며 완전히 날조된 허위사실을 버젓이 공식 홈페이지에 기록하고 있어 장애인들의 원성을 사고있다.

전시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펜싱 경기장의 경우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장을 설치하면서 관람석을 모두 특별 제작했지만 장애인 관람석은 전혀 만들지 않아 주최측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곳에는 프레스 센터가 들어서 있는 곳이어서 자칫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우려도 있다.

예천 진호국제양궁장의 경우 국제규격의 경기장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관람석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며, 관람석으로 오르는 통로는 모두 계단으로 되어 있어 장애인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실정이다.

3만5000석 규모의 구미시민운동장에는 장애인 관람석과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승강기가 지난 1월1일부터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하고 있어 장애인들이 관람석으로 올라갈 수 없는 상태다. 또한 2만 5000석 규모의 대형 경기장인 김천종합운동장에도 장애인 관람석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구미시 체육시설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승강기 수리를 위해 예산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반영되지 않아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며 예산당국에 책임을 돌리기 급급했다.

김천종합경기장 관계자도 "장애인 관람석 설치는 애초부터 계획에 없었다"며 "대회조직위와 협정을 맺어 5월1일부터 9월30일까지는 운동장 관리를 대회조직위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대회조직위로부터 장애인 관련 시설에 대한 어떠한 지침도 받은 적이 없다"며 책임을 대회조직위로 돌렸다.

장애인 관람석이 설치되어 있는 주 경기장과 시민운동장의 경우도 시야가 가리는 등 장애인들의 관람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경기장의 경우 관람석이 낮아 앞에 앉은 관중들이 일어서면 시야가 완전히 가리고 시민운동장의 경우 장애인 관람석이 경기장 코너 부분에 설치되어 있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없다.

▲주최측에서 1층 경기장에 마련된 보조의자를 장애인관람석이라고 말하는 두류수영장.
무엇보다 심각한 곳은 두류수영장의 경영경기장과 다이빙 장이다. 경영경기장의 경우 대회 주최측에서는 65석의 장애인 관람석이 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단 한 석도 없었다. 심지어 관람석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조차 없어 장애인들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시설이었다.

60석의 장애인관람석이 있다는 다이빙장에도 장애인관람석은 전혀 없어 이번 U대회에서 장애인들의 수영경기 관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비교적 소규모인 학교 체육관도 마찬가지다. 이번 U대회는 전체 경기장의 절반이 넘는 10곳의 경기장을 각급 학교의 체육관을 이용하고 있지만 장애인 관람석이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 시설에는 장애인 화장실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는 곳이 절반 정도나 된다.

장애인 관람석을 설치하지 않은 경기장관계자는 한결같이 장애인 관람석은 경기장 필드(field)나 플로어(floor)에 임시로 마련하겠다고 대답해 대회조직위의 지침에 의해 장애인 관람석을 편법으로 설치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주었다.

이러한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지역 장애인들은 국제행사에서조차 장애인들은 철저히 배제 당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조사에 직접 참여한 대구 DPI 김혜린(32·여·시각장애 3급) 간사는 "이번 U대회의 표어에 '벽을 너머 하나로'라는 문구가 있던데, 장애인들에게 경기장은 여전히 장벽이었다"며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대회조직위를 성토하였다.

장애인지역공동체 이상욱(33·지체장애3급) 대표도 "장애인들도 질 높은 스포츠를 관람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U대회조직위의 무성의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면서 "국제행사 시설을 설비할 때 사전에 장애인을 참여시켜 의견을 반영하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최측의 각성을 촉구했다.<대구/육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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