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는 말 그대로 파크와 골프가 합성된 말로 공원에서 치는 골프이다. 공원에서 친다는 말은 파크골프장은 작다는 말이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골프 중계를 하는 것을 보면 골프장은 그야말로 광활하다. 골프는 18홀을 기준으로 하는데 18홀 코스에 50~75ha란다.(약 25만평). 파크골프장은 일반 골프장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데 일반 골프장의 1/50내지 1/100 크기라고 한다.

파크골프는 198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비장애인들이 시작했지만, 파크골프는 어른 청장년 아이들까지 3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들도 파크골프를 해보니까 장애인에게 파크골프는 운동뿐 아니라 재미있고 즐거운 재활이었다. 그래서 파크골프를 하는 장애인이 늘어나서 장애인파크골프협회도 생겼다.

현재 전국에는 250개 정도의 파크골프장이 있지만, 장애인들에게는 파크골프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파크골프장이 부족하다.

장애인 파크골프장을 개설하며. ⓒ이복남

어느 사회든지 인구의 10% 정도는 장애인이라고 하지만, 현재 부산의 비장애인 파크골프 인구는 3천 명 정도인데 장애인 파크골프 인원은 150명 정도이다.

부산의 경우 기장파크골프장이 6홀이고, 삼락다이나믹파크골프장이 36홀, 삼락파크골프장 9홀, 화명파크골프장 18홀, 대저파크골프장이 18홀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 장애인은 파크골프장 부족에 목말라 있었다. 그 무렵 제7대 부산시의원에 장애인으로 김남희 의원이 있었다. 당시 서병수 시장이었는데 부산시장은 당연직 부산장애인체육회장이다.

장애인파크골프협회에서는 김남희 시의원에게 파크골프장이 부족하므로 한번 와 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2016년 김남희 의원이 파크골프장에 직접 와 보고는 부산시의회에서 삼락생태공원 파크골프장 운영에 관한 건의를 했고, 급기야 삼락파크골프 9홀 옆에 장애인 파크골프장으로 9홀을 개설하기로 했다.

바닥이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파고라. ⓒ이복남

삼락파크골프장은 낙동강관리본부 소관인데 낙동강관리본부는 부산시 산하다. 사업을 승인하고 예산을 책정하는 일이 하루 이틀에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장애인들은 하루빨리 장애인 파크골프장이 신설되기를 학수고대했다.

장애인들은 파크골프장이 언제 개설되느냐고 자꾸 물어서 장애인파크골프협회 임원진들은 골치가 아플 정도였다고 했다. 그때가 2016년인데 2019년에 승인이 나서, 작년에야 터를 고르고 파고라(pergola, 서양식 정자)를 두 군데 설치하고, 장애인전용 화장실도 설치했다.

이번에 개설된 삼장파크골프장(가칭)은 기존 9홀이 9,800제곱미터이고, 이번에 신설된 구장이 12.000제곱미터란다.

작년에는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파크골프장이 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를 반복했고, 금년 1월부터 18홀에 100명씩 입장했는데 잔디가 올라오는 3~4월은 휴장이었다.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회장 이정웅)에서는 휴장 기간 동안 파크골프장을 개설하기로 했단다. 파크골프장의 부지와 파고라 장애인전용 화장실 등은 낙동강관리본부에서 준비를 해 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기존 9홀에 새로 설치되는 9홀을 합해서 18홀 코스를 어떻게 잡느냐였다. 그리고 티박스와 그린인조잔디는 낙동강관리본부에서 마련해 주었으므로 티박스와 그린인조잔디를 18홀 코스에 갖다 놓고 선을 치고 말뚝을 박아야 했다.

코스를 실험해 보는 회원들. ⓒ이복남

필자가 보기엔, 장애인들이 그런 노가다를 하기엔 무리인 것 같은데 왜 직접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장애인 파크골프장이므로 우리 손으로 해야 우리가 좀 더 당당할 수 있을 거 아닙니까.”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에서 우리가 하겠다고 했단다.

18홀 코스를 잡고, 선을 치고 말뚝을 박았다. 티박스와 그린인조잔디는 크기도 있고 너무 무거워서 옮기기가 어려웠다. 티박스와 그린인조잔디는 하나씩 말아서 전동스쿠터에 싣고 다녔는데, 나중에는 전동스쿠터가 고장이 났다나.

저녁 무렵에는 장애인 회원들이 파크골프를 쳤다. 그러자 낙동강관리본부에서 파크골프 금지기간인데 공을 친다는 민원이 들어 왔다며 공을 못 치게 했다.

“아, 이건 공을 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서 홀 코스를 제대로 잡기 위해 실험 중입니다.”

4월 초 장애인파크골프협회에서 노가다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필자도 음료수와 간식을 사 들고 삼락파크골프장을 가 보았다. 장애인 회원들이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그린인조잔디가 너무 가파른 곳에 있으면 휠체어 장애인이 공을 치기 어려운 점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어 티박스와 그린인조잔디를 여러 번 옮겨야 했다.

삼락파크골프장은 아직 명칭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몇몇 장애인들은 삼장파크골프장(가칭)이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팝나무꽃이 만발한 파크골프장. ⓒ이복남

장애인구장이라고 했지만 장애인들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비장애인들과 같이 공을 칠 텐데, 일단 구장관리 등은 장애인협회에서 할 예정이란다.

그런데 파고라가 두 개 설치되어 있었는데 바닥이 자연석이다. 울퉁불퉁한 자연석이라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하고 자칫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다. 자연석이라면 평평한 보도블록보다 더 비쌀 텐데 왜 굳이 자연석을 고집한 것일까.

코로나19의 거리두기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4월 19일부터 부산의 파크골프장은 개장을 했지만, 지난번 18홀에는 하루에 100명씩이었는데 이번에는 60명으로 제한을 했다. 비장애인은 사람이 많으므로 홀짝으로 구분을 해서 하루에 3타임으로 30명씩 번호표를 배분하고, 장애인은 오후에만 홀짝 없이 30명씩 번호표를 배분했다.

장애인전용 화장실 외부. ⓒ이복남

삼락생태공원의 파크골프장은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삼장구장(가칭)의 경우 비가 조금만 와도 기존 9홀은 이틀 정도, 새로 조성한 9홀은 적어도 4일 이상 지나야 물이 빠진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은 신설구장이라 사람들이 더 많이 밟아서 다져져야할 것 같았다.

신설구장이라 아직은 잔디가 휑하지만, 군데군데 심어진 가녀린 이팝나무에는 그래도 꽃이 만발했다. 지구의 온난화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팝나무는 보통 5월 중순쯤에야 꽃이 피곤했는데 올해는 4월 하순인데 벌써 꽃이 만발해서 하얀 이팝꽃이 바람에 하늘거렸다.

파크골프장은 일반 골프와 마찬가지로 잔디밭이다. 잔디가 길거나 잡초가 무성해지면 낙동강관리본부에서 잡초는 제거해 준다. 그런데 파크골프장 잔디밭에 제일 골칫거리는 클로버와 질경이다.

장애인전용 화장실 내부. ⓒ이복남

클로버와 질경이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어디든지 비집고 들어와서 꽃을 피운다. 작년 초여름에는 장애인파크골프 회원들이 하루 날을 잡아서 클로버와 질경이를 캐내기도 했다. 클로버와 질경이가 때로는 잡초 제거 기계의 칼날에 잘려 나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도처에서 자라고 있었다.

삼장구장(가칭)에는 먼지떨이 기계도 두 개나 설치되어 있고, 그 옆에는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위한 충전기가 있다. 먼지떨이나 충전기 설치는 고맙지만, 먼지떨이 옆에 충전기가 있어서 전동휠체어를 충전하려면 옆에서 떠는 먼지도 함께 마셔야 한다. 충전기가 좀 멀리 떨어지든지, 아니면 가림막이라도 있어야할 것 같다.

장애인전용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장애인전용 화장실은 출입구가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자동문이거나 터치식이어야 하는데 무거운 여닫이로 되어 있어서 불편하다. 삼장구장(가칭)이 장애인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길에서 봤을 때 ‘장애인전용 화장실’이라는 표식이 없으므로 근처에 일반 화장실이 있음에도 비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예전에 독일을 다녀온 한 친구가 얘기하기를 독일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비어 있음에도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용이므로 비장애인은 이용을 안 한다.”고 하더란다. 우리나라는 엘리베이터는 물론이고 장애인전용 화장실도 비장애인들이 스스럼없이 이용하는 것이 좋은 현상일까.

파크골프장에 설치된 먼지떨이. ⓒ이복남

“화장실 안에 자리도 많던데 손 씻는 곳이 없었어요.” 장애인전용 화장실 입구에도 차광막(가림천막)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애인파크골프 이정웅 회장은 기존의 9홀에서 신설된 9홀이나 장애인 화장실로 건너가려면 –예전에는 그사이에 건널 수 없는 깊은 도랑이 있었는데, 파크골프장을 신설하면서 군데군데 커다란 관을 묻어서 쉽게 건너갈 수 있게 해 놓았지만 – 빙 돌아가는 게 아니라 바로 건너갈 수 있도록 관을 하나 더 묻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신설된 파크골프장 주변에도 파크골프공이 밖으로 나가는 것도 방지할뿐더러,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걸핏하면 파크골프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어서 펜스를 좀 쳐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필자에게 얘기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마는, 아무튼 낙동강관리본부 담당자를 찾아 몇 가지 문의를 했다. 파고라 아래 자연석은 하천부지라서 법에 그렇게 나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고, 정 불편하면 나중에 보고 개선하겠다고 했다.

화장실에 바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정웅 회장. ⓒ이복남

뒤에서도 보이는 장애인전용 화장실 팻말, 터치식문, 바로 건너갈 수 있는 길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차차 개선할 수 있도록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삼락생태공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차장이다. 김해 공항 가는 사람들이 삼락생태공원에 주차하고 갔다 온다는 풍문도 있다. “장기주차를 방지하기 위해서 6번 주차장부터 유료화를 시작했습니다.”

삼장구장(가칭)은 4번 주자장이고 다이나믹구장은 3번 주차장이다. 휴일이면 파크골프 회원 뿐 아니라 나들이 차량이 주차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주차장을 더 늘이거나 아니면 유료주차장도 한 방법일 수는 있겠지, 그런데 사상역에서 삼락생태공원을 지나가는 마을버스는 어떨까, 아니면 태종대처럼 다누비 열차를 운행하는 것은 어떠할까?

예전에도 한번 문의를 한 것 같은데 개인이 운행하는 승용차는 괜찮고 다중이 이용할 수 있는 마을버스나 다누비 열차 같은 것은 공원이라 안 된다는 것은 뭔가 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아무튼 장애인 파크골프장은 이제 오래 숙원이 이루어졌으니 다른 문제들은 차차 개선하고 고쳐 나가면 될 것이다.

그동안 장애인 파크골프장 개설을 위해서 수고하신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 김정포 전 회장을 비롯하여 이정웅 현 회장 그리고 황보경덕 사무국장과 각 클럽 회장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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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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