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울림`에서 드럼과 보컬을 맡고 있는 이종일(남·30)씨가 아파트 노래의 드럼부분을 훌륭히 연주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지난 5일 오후 서울시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지하 연습실. 오는 11일 제1회 정기공연을 앞두고 정신지체장애인 10여명으로 구성된 그룹사운드가 ‘음악으로의 여행’에 흠뻑 빠져 막바지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서울시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최종길)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지난 3월 정신지체장애인들로 구성된 그룹사운드 ‘소리울림’을 결성했다. ‘하늘의 소리, 땅의 울림’이라는 뜻을 가진 ‘소리울림’은 가장 나이가 많은 오성환(남·35·정신지체)씨를 비롯한 20~30대 10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이 모여 만든 국내 최초의 정신지체인 그룹사운드다.

이들 구성원들은 지난 10개월 간 각각 드럼, 기타, 건반, 보컬 등을 맡아 맹연습하고 있다. 구성원 모두 복지관 부설 보호작업시설 근무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은 낮에는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저녁 시간마다 복지관 지하 연습실로 모여 연습을 한다. 이처럼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택에 이번 정기공연을 올리게 됐다.

그러나 연습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낮게 책정된 강사료 때문에 건반 같은 경우에는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수업해야했다. 또 드럼과 기타는 일주일에 한번씩만 외부강사를 초청해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 외 나머지 시간은 담당교사의 지도 하에 복지관 지하에 마련된 연습실에서 연습을 했다.

‘소리울림’의 총 기획과 지도를 맡고 있는 사람은 복지관 부설 보호작업시설의 최혜영(여·32) 직업재활사. 최씨는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인지능력이 낮기 때문에 더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고, 박자개념이 없어 협음이 잘 되지 않는 등 고생도 많이 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최 직업재활사는 “정신지체장애인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해 그동안 주로 받기만 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러한 공연을 통해 자신감도 얻게 되고 사회인식 전환의 계기도 마련됐다”며 “이번 공연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다른 복지관이나 시설 등에서 음악을 통한 봉사활동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소리울림의 연습실에서 만난 명정욱(남·22·보컬)씨는 “공연이 며칠 안 남았는데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떨리지 않는다”며 시종일관 자신감이 가득 찬 모습으로 힘이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또한 명 씨는 곡이 끝난 뒤에도 계속 ‘필(feel)’받은 모습으로 열창, 연습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북돋았다.

▲오는 11일 동작구 구민회관 대강당(보라매 공원내)에서 열리는 `소리울림`의 정기공연을 앞두고 소리울림 멤버들이 막바지 연습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와 함께 밴드에서 드럼과 보컬을 맡고 있는 이종일(남·30)씨는 “이제까지 계속 마음을 못 잡고 방황했는데 드럼을 치면서 마음이 안정되고 좋다”며 “앞으로도 계속 밴드를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모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최씨는 “처음에는 부모님들도 우리 애들이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지난달 1일 복지관 바자회 때 소리울림이 무대에 올라가 훌륭한 공연을 펼치자 ‘우리아이들도 주인공이 돼서 저렇게 할 수 있구나’ 하시면서 굉장히 기뻐하셨다”며 “부모님들이 앞으로 자녀의 밴드활동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제 첫발을 내딛고 있는 소리울림이 앞으로 가야할 길은 멀다. 그리고 주위도 도움도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최씨는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시간이 필요하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도해 줄 강사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공연이 끝나면 내년에 다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원계획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그동안 핸드벨이나 간단한 타악기를 연주하는 그룹은 있었지만 정신지체장애인으로 구성된 밴드는 아마도 소리울림이 국내 최초”라며 “정신지체장애인들 가운데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여가생활에 대한 욕구가 강한 만큼 앞으로도 이런 활동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여가생활을 영위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한편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그룹사운드 ‘소리울림’의 공연은 오는 11일 저녁 7시 동작구 구민회관 대강당(보라매 공원내)에서 펼쳐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여행을 떠나요’등의 가요를 비롯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의 음악극도 선보일 예정이다.

문의 :02)841-2077(내선번호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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