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인이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세상을 향해 도전장을 던진 중증장애인 사진작가 동아리 ‘도전하는 사람들’. 이들의 첫 번째 그룹전이 서울 지하철 7호선 내방역사에서 지난 8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번 사진전에는 해질 녘 하늘과 사람들, 해바라기와 같은 일상 속의 풍경과 모습 등 휠체어에서 바라본 세상을 카메라에 담은 작품 3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도전하는 사람들’(이하 도사모)이 조직된 것은 지난 4월. 처음 이 모임을 제안한 이현준씨를 비롯해 뜻을 같이 하는 중증장애인 5명이 모여 함께 문화활동을 이끌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도전하는 사람들’을 만들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만나고부터

현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로 재직중인 이현준(남·38)씨는 어려서부터 사진 찍는 것이 꿈이었지만 팔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어 그 꿈을 고이 간직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일본에 방문했을 때 중증 장애인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LCD모니터를 모든 각도로 돌릴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발견해 당장 구입했다.

이후 이 씨는 비록 한 컷을 찍는데 평균 3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직장에서든 길을 갈 때 틈나는 대로 카메라를 무릎에 올려놓은 채 무릎 위에서 바라본 다양한 세상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른 회원에 비해 가벼운 장애를 지닌 정준모씨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전에는 필름을 갈아 끼우는 등의 불편함 때문에 손발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로서는 사진촬영이 불가능했다.

이렇게 디지털카메라로 인해 카메라 문제는 해결이 됐지만 촬영을 할 때 여러모로 힘든 점이 따른다. 정준모(남·32·뇌병변장애 5급)씨는 “출사를 나가면 회원 대부분이 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동에 많이 불편하다”며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모양대로 사진을 찍고 싶어도 이동에 제약이 있어서 그러질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하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정씨의 경우 출품작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올해 여름 안면도에서 찍은 ‘해바라기’라고 꼽았다. 강인한 생명력이 좋고 무리를 지어 서로 도우며 사는 것 같은 모습에 반해 해바라기처럼 살고 싶다고 설명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든 중증의 장애인이 사진 찍는다는 것.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 정씨는 그 자체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구나”

▲ `도사모`의 정준모 회원이 자신이 찍은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제는 바라보기만 하는 입장이 아닌 능동적으로 사진을 찍게 됐고, 전시회도 열게 됐습니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 벅차고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나도 뭔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한 달에 한번씩 정기출사를 나가고 있는 도사모 회원들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1년에 한번쯤은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정씨는 “장애인이라고 안 되는 분야는 없을 것 같아요. 회원 대부분이 처음엔 카메라 드는 것 자체도 어려워했지만 도전과 연구를 계속해 지금은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즐거워하고 행복을 느낀다”며 “정말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겁내지 말고 일단 용기를 내어 ‘도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전하는 사람들 첫 번째 그룹전은 서울지하철 7호선 내방역사에서 오는 13일까지 계속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