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장에서 조카와 함께있는 화가 문은주씨. <에이블뉴스>

“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되어 즐기다가 깨고 나니 자기는 다시 장자가 되어 있는 모습에 꿈속에서 장자 자신이 나비가 된 건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분간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어느 날 그게 어떤 깨달음하고도 연결이 되더라고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인사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연 추상화가 문은주(여·46·지체장애1급)씨는 곳곳에 나비가 등장하는 자신의 그림들을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였던 장자(莊子)의 제물론편에 나오는 ‘호접지몽’(胡蝶之夢)에 비유해 설명했다.

“솔직히 처음부터 꼭 나비를 그리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사람들과의 관계나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힘든 과정들을 처음에는 끊어진 듯 이어지는 끈을 통해 하나의 인연을 상징하는 ‘매듭’으로 많이 표현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장자의 호접몽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인해 그런 모든 것을 벗어난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것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나비를 그리게 됐고, 또 지금은 그림에서 점점 나비 형상이 없어지면서 더욱 자유로워지고 있어요.”

문 화가의 그림은 캔버스 위에 색을 입히고 또 입힌 후 테이프를 잘라 붙이고 그 위에 또 색을 덧입히는 게 특징. 주로 나비나 끈을 사용해 자신의 꿈과 자유에의 염원 등을 표현하고 있다.

문 화가의 그림에 대해 숲 해설가 김경녀씨는 독자평을 통해 “‘처음부터 내게 있어 나비는 날아오르고픈 자유의 지향이기보다는 벗어나지 못하는 미련 그 자체였다’는 화가의 말처럼 이번 전시회의 그림들은 화가가 이루려 애쓰는 간절한 꿈과 미처 씻어내지 못한 미련이나 흔적에 대해 관객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돌 무렵에 찾아온 소아마비로 인해 오른팔이 마비돼 사용을 못하는 문씨는 왼팔만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혼자서 그림 작업을 하기 때문에 휠체어를 탄 채 물 떠오고 붓을 씻고 해야 하는 등의 부수적인 작업과정이 그녀에게는 더욱 힘든 작업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런 작업들을 하면서 그녀는 그림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더 강해졌다고 전했다.

이러한 욕구는 특히 ‘자신의 그림에서 가장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문 화가의 답변에서 더 잘 나타난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이 추구하는 것을 한마디로 ‘벗어남’이라고 강조했다.

“솔직히 그림 그리는 작업이 사실 상상외로 참 힘들어요. 욕망이나 욕구, 내가 이룰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표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포함해 내가 벗어나고 싶은 것을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전시회를 관람한 김승혜(여·40)씨는 “처음 그림을 보고 나서는 뭘 나타내려고 한 건지 잘 몰랐는데 작가의 설명을 듣고 그림을 다시 보니 작가가 어떤 의도로 그림을 그렸고, 그동안 얼마나 힘든 작업을 통해 작품이 나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보는 사람의 눈이나 마음에 따라 그림을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그림을 통해 작가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도 문씨는 개인전을 계속해서 열 생각이다. “전시회를 할 때마다 내게 또다시 전시할 기회가 주어질까 할 정도로 어렵고 항상 마지막 전시회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합니다. 그림은 제게 늘 시작이면서도 끝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렇게 걸어놓고 보면 내가 해냈구나 싶어져요.”

또한 그녀는 그동안 자신을 설명해내는 것이 힘들어 언론을 많이 기피해왔다고 고백하면서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자신을 좀 더 오픈해야겠다며 밝게 웃었다. 문은주씨의 개인전은 오는 24일까지 인사갤러리에서 계속된다.

▲ `벗어남`을 추구하는 추상화가 문은주씨의 개인전은 오는 24일까지 인사갤러리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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