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고낙준씨. <사진출처: 전주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지난 23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뇌병변 장애인 대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한편이 오는 27일과 5월 1일 2시 전주CGV4관에서 소개된다.

주류영화들과는 다른 새로운 대안적 영화, 혹은 디지털 영화를 상영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로 5회째 '디지털 필름 워크숍'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지역에서의 영화제작을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디지털 필름 워크숍에서 제작된 4편의 영화 중 우니필름팀이 제작한 '소리'는 언어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가진 대학생 고낙준(25·뇌병변1급·원광대 한국어문학부 4학년)씨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이 작품의 제작에는 우니필름의 이상복, 정동란, 정초왕, 조은아씨 등 원광대와 전북대의 현직교수 4명이 참여했다.

작품제작에 참여한 원광대 이상복(한국어문학부) 교수는 "중증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성실하게 내 수업을 듣고 공부하는 고낙준이라는 학생에게 전동휠체어 지원 문제로 추천서를 써주었고 전동휠체어를 받게 되었다는 낙준이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고 그때의 당혹감이 이번 영화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다큐멘터리 '소리'는 뇌병변장애와 언어장애를 가진 고낙준씨가 비장애인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사회가 장애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인내와 여유를 가질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한 대학생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소통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우리가 타인의 말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듣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우니필름 팀은 “고낙준씨는 가족이나 친구들과는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에게 관심이 없거나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에 불과하다. 그의 말에 또는 그에게 관심을 갖고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그의 언어 장애의 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산사를 찾은 고낙준씨와 그의 아버지. <사진출처: 전주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이러한 이유로 우니필름팀은 “영화 속에서 고낙준씨의 말에 자막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전하며, “그의 말을 경청하는 것, 경청할 준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일반적으로 장애인 다큐가 성공사례이거나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번 다큐는 장애인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제작자의 의견을 배제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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