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토드라마 ‘닥터로이어'(극본 장홍철/연출 이용석)에서 '법정은 수술실과 같다'라고 했다. 조작된 수술로 모든 걸 빼앗기고 변호사가 된 천재 외과 의사와 의료범죄 전담부 검사의 메디컬 서스펜스 법정 드라마다.

한이한(소지섭 분)과 금석영(임수향 분)은 연인이다. 한이한은 반석병원 흉부외과 의사이고 금석영은 검사이다. 한이한은 엄마하고 살고 금석영은 남동생하고 사는데 남동생 금석주(한승빈 분)는 심장이 좋지 않아서 반석병원에서 한이한에게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죽었다.

한이한은 의료법 위반으로 구속되고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해서 엄마가 졸도해서 깨어나지 못했다. 한이한은 잘못한 게 없다고 했으나 구진기가 사실을 인정하면 살려 주겠다고 해서 죄를 인정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리고 5년 후 한이한은 변호사가 되어 나타났다.

한이한과 도진우가 양선애를 데리러 가다. ⓒMBC

한이한의 여기까지는 심장질환 관련으로 이미 했던 이야기다. 그런데 왜 한이한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번에는 심장 관련이 아니라 폐 이야기다.

수석간호부장 조현정(김호정 분)이 반석원에 VIP가 나타나면 CCTV도 다 끈다고 했다. 반석원의 VIP는 윤미선(강경헌 분) 의원이었다. 반석원의 숨은 VVIP 윤미선 의원은 집권 여당인 대한당 당 대표였다.

윤미선 의원은 반석원에서 각종 성형이나 피부관리를 받는데 구진기(이경영 분) 원장은 임태문 경선 후보와 따로 관리하고 있었다. 금석영(임수향 분) 검사는 몇 해 전 윤미선의 불법 후원금을 조사하던 중 보좌관 권유석(박준혁 분)이 자살소동을 벌이는 바람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는데 그 윤미선이 반석원의 VVIP라니 그래서 지켜보자니 다른 것이 있었다.

윤미선 의원은 홀로 딸을 키운다고 자랑했는데 인형 같은 딸 양선애(정보민 분)가 반석원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양선애의 입원기록에 보호자 도진우(김대건 분)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한이한이 도진우를 찾았다. 마침 도진우는 괴한들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한이한이 구해냈다.

도진우가 한이한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윤미선 의원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했다. 양선애는 어릴 때부터 엄마 윤미선의 인형이자 노리개로 조금이라도 맘에 안 들면 수술하는 등 학대받고 고통받았다고 했다.

새희망의원으로 옮긴 양선애. ⓒMBC

그러다가 도진우를 만나면서 엄마 윤미선의 학대로부터 해방되었는데, 도진우가 언론에 까발리겠다고 해서 양선애를 데리고 나왔다. 둘은 정말 행복했지만, 얼마 안 가서 양선애에게 여러 가지 수술을 받았던 후유증이 나타나서 어쩔 수 없이 윤미선을 찾았더니 윤미선은 양선애를 반석원에 입원시켜 도진우를 못 만나게 했다.

한이한이 알아보니 양선애는 3개월이나 반석원에 있었다. 윤미선이 구진기 원장에게 한이한이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금석영 검사가 도진우를 데리고 나타났다. 한이한이 임태문과 같이 왔다. 도진우가 양선애를 데려가겠다고 하자 구진기는 이도형(최덕문 분) 부원장에게 진통제 주사를 놓으라고 했다.

도진우가 금석영과 한이한과 같이 양선애 병실로 가자 이도형이 양선애에게 주사를 놓고 있었다. 한이한이 양선애를 살펴보더니 자발호흡이 가능한데 왜 산소호흡기를 달았느냐? 진통제를 과다 투약해서 죽일 작정이냐고 따졌다. 구진기가 안 된다고 했지만 한이한은 양선애를 새희망의원으로 옮겼다.

그런데 양선애는 너무 오랫동안 진통제로 인한 수면 상태라 특발성 폐부종으로 숨쉬기가 어려워졌다. 한이한은 양선애가 몸이 좀 회복되면 폐이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생체 폐이식이 금지된 법률. ⓒ국가법령정보센터

폐이식에는 주로 뇌사자의 폐를 이식했는데 차례가 언제 올지 몰라서 하세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생체 폐이식은 가족만 가능하다고 했다. 도진우는 혼인신고서를 써 놓고 제출을 못 했다고 하자 한이한이 지금이라도 제출만 하면 효력은 발생한다고 했다. 도진우는 양선애와 혼인신고를 했다.

“이제 저의 폐를 선애에게 이식해 주세요.” 도진우는 자기 폐를 양선애에게 이식해 달라고 했다. 한이한이 생체 폐이식은 2대1이어야 된다고 했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닥터로이어‘에 대해서는 얼마 전 심장질환 관련해서 글을 썼다. 그러나 이 글은 심장이 아니라 폐에 관한 것이고 더구나 생체 폐이식 관련이다. 사람에게 심장은 하나밖에 없으므로 심장이식은 뇌사자만 가능하다. 눈은 아직도 뇌사자만 가능하지만, 폐의 경우 관계자들은 생체 폐이식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 안 된다고 했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 2018. 12. 11.]

제11조(장기등의 적출ㆍ이식의 금지 등)

⑤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적출할 수 있는 장기등은 다음 각 호의 것에 한정한다.

1. 신장은 정상인 것 2개 중 1개

2. 간장ㆍ골수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기 등은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에서 그 일부.

많은 사람이 뇌사자의 폐를 구하기가 어려워 생체 폐이식을 원했으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 허용된 것은 몇 해 전인 2019년 1월 15일부터였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 2019. 1. 15.]

제11조(장기등의 적출ㆍ이식의 금지 등)

⑤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적출할 수 있는 장기 등은 다음 각 호의 것에 한정한다. <개정 2019. 1. 15., 2020. 4. 7.>

1. 신장은 정상인 것 2개 중 1개

2. 간장ㆍ말초혈ㆍ골수ㆍ폐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기등은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에서 그 일부

윤미선을 만나러 간 도진우. ⓒMBC

도진우는 양선애에게 생체 폐이식을 하기 위해 한이한과 같이 윤미선을 만나러 갔다. “제발 우리 선애를 살려 주세요.” 도진우는 윤미선에게 무릎 꿇고 양선애를 위해 자신과 함께 폐 이식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윤미선은 그전에 한가지 약속하라고 했다. 도진우는 선애만 살려 주신다면 무슨 약속이든지 다 하겠다고 했다.

윤미선은 도진우가 수술하고 나면 혼인 무효 소송을 하라고 했다. 한이한은 어이없어했지만, 도진우는 선애만 살 수 있다면 그리하겠다고 했다. 집도는 한이한이 하되 수술은 반석병원에서 하기로 했다.

수술방 세 곳에서 시행한다고 했다. 한곳에서는 한이한이 양선애를 맡고 다른 한곳에서 최요섭(이승우 분)이 도진우를 맡고 또 다른 수술방에서는 다른 의사가 윤미선을 맡았다. 한이한이 양선애의 가슴을 열었다. 최요섭이 도진우의 좌측 폐를 절개해서 일부를 가져왔다. 이번에는 윤미선의 폐를 절개해서 양선애에게 이식할 차례다.

그런데 간호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한이한을 불렀다. “큰일 났어요. 선생님! 윤미선 환자가 전신마취 직전에 기증을 철회하고 나갔어요.”

밖에서는 구진기 원장을 비롯하여 금석영 검사 그리고 제이든 리(신성록 분)가 수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양선애의 폐이식이 촌각을 다투는 판에 윤미선이 기증을 거부하고 수술 방을 뛰쳐나갔다니 모두가 어이가 없어서 멘붕상태가 되었다.

당신 믿고 이 쇼를 벌렸는데 이제 어쩔 거야. ⓒMBC

제일 어이가 없는 사람은 양선애를 맡은 한이한이었다. 제이든 리는 참관실로 들어 온 윤미선에게 만약 당신 딸이 죽으면 그건 당신이 죽인 거라고 소리쳤다. 윤미선은 마침 참관실로 들어 온 권유석에게 매달렸다. “유석아 네가 우리 선애 좀 살려 줘, 네가 나 대신 수술 좀 해 줘” 구진기가 그건 안 될 말이라고 했다. 폐이식은 친인척 등만 가능하고 그것도 사전에 기증 의사를 밝히고 모든 검사를 마친 사람만 가능하다고 했다.

윤미선은 구진기에게 큰소리로 대들었다. “당신이 한쪽 폐라도 살리자고 해서 이 쇼를 벌였는데 이제 어쩔 거야?”

한이한은 잠시 생각했다. 도진우가 수술에 들어가기 전 만약 윤미선이 수술 직전에 기증을 안 하겠다고 할지도 모르므로 그때는 자기 폐를 전부 양선애에게 이식해 달라고 했다. 한이한이 그렇게는 안 된다고 했다. 양쪽 폐를 다 이식하면 도진우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안 된다는 것이다.

한이한은 최요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요섭, 도진우의 우측 폐 중엽을 잘라” 최요섭은 그건 곤란하다고 했다. 밖에서 보고 있던 구진기도 그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 도진우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미선은 우리 선애가 죽으면 어떡해, 구진기에게 된다고 하라고 했다. 구진기도 이판사판이라며 한이한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다.

한이한은 최요섭에게 도진우의 중엽이라면 양선애하고 맞을 수도 있고 도진우도 살릴 수 있으므로 빨리 자르라고 했다. 일본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한이한은 도진우의 우측 폐 중엽을 양선애에게 이식했다. 이런 수술이 성공하다니, 사람들은 국내에선 최초라며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최요섭에게 전화하는 한이한. ⓒMBC

한이한의 수술을 지켜보던 제이든 리도 한이한이 괴물 의사라며 혀를 내둘렀다. 금석영이 한이한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이한은 수술실을 나와서 양선애와 도진우는 새희망의원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구진기가 안된다고 했다. 한이한은 당신이 이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 새희망은 모든 것이 열악하므로 그냥 여기서 지내라고 했다. 제이든 리가 모든 것은 자기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폐 관련은 호흡기장애인이다.

호흡기장애인

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1) 만성호흡기 질환으로 기관절개관을 유지하고 24시간 인공호흡기로 생활하는 사람.

2) 폐나 기관지 등 호흡기관의 만성적인 기능장애로 평지에서 보행해도 호흡곤란이 있고, 평상시의 폐환기 기능(1초시 강제날숨량) 또는 폐확산능(폐로 유입된 공기가 혈액내로 녹아드는 정도)이 정상예측치의 40퍼센트 이하이거나 안정시 자연호흡상태에서의 동맥혈 산소분압이 65밀리미터 수은주(mmHg) 이하인 사람.

나.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1) 폐를 이식받은 사람.

2) 늑막루가 있는 사람.

현재(2021년 말) 전국에 등록장애인은 2,644,700명이다. 이 가운데 호흡기장애인은 11,541명인데, 심한장애인은 8,259명이고, 심하지 않은 장애인은 404명이다. 그런데 남녀 비율에 있어서 남자가 8,503명이고 여자가 3,038명으로 남자가 월등히 많다. 아마도 폐부종이나 진폐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필자가 아는 호흡기장애인도 진폐로 폐이식을 받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죽음 직전에 뇌사자의 폐를 이식했고 폐이식 후에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색소폰을 불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가 덮쳤다. 코로나는 호흡기 질환이다. 코로나가 전국을 강타하자 그 사람은 사람들과 접촉을 꺼리고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서 혼자 산행하곤 했다.

색소폰을 부는 호흡기장애인. ⓒ이복남

폐는 다른 장기와 달리 이식 후 외부 공기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감염의 위험이 크고 이식 폐의 크기와 질을 맞추기가 까다로운데다가 우리나라는 아주 위중한 환자만이 이식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심하지 않은 장애인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뇌사자는 하염없이 차례를 기다려야 하고, 생체 폐이식은 두 명의 적합한 공여자를 찾아야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호흡기장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흡연은 특발성 폐섬유증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자, 만성 폐쇄성폐질환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므로 담배를 끊어야 한다. 그리고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한 마스크 쓰기, 규칙적 운동, 영양 상태 개선 등 생활 수칙을 지키는 것도 폐를 건강하게 하는 요인이란다. 코로나 이후 전 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하므로 호흡기 등의 환자가 줄었다는 얘기도 있다.

필자가 아는 호흡기장애인은 코로나 때문에 아직도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하지 못한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호흡기장애인과 함께 어울리고 밥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폐이식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닥터로이어‘가 심장질환에 이어 생체 폐이식에 관해서도 자세하게 알려 주어서 더없이 고맙고, 폐이식에 대한 많은 홍보가 되었을 것 같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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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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