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를 둘러싼 3자가 맞붙었다. 그간 제각각 활동들을 통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알려왔지만, 3자가 한데 모여 허심탄회하게 불편한 진실을 나눈 것은 처음이다. 서비스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부족하다”는 일관된 주장이 나온 반면, 관계 갈등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더 나은 활보서비스 대안 모색을 위한 아고라’를 개최, 장애인, 활동보조인, 중계기관 운영자를 초대해 활보서비스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선택과 결정을 기반으로 자립을 지원하는 대표적 바우처 사업으로, 장애계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활동보조인, 중계기관 관련 단체들은 끊임없이 서비스 시간, 대상, 비용 등의 확대 및 개선에 대해 각각의 목소리를 내왔으며, 서비스 수가, 활동보조인 처우 등에 대해 지속적인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활동보조서비스 10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 활동보조인 구범.ⓒ에이블뉴스

■“제도상 불만” VS “내 삶 바뀌어” 엇갈린 10년= 먼저 이날 아고라의 첫 키워드 활보서비스 ‘10년’ 평가 두고,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의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사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활동보조인의 경우 제도상의 불만 위주로 언급했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한강대교에서 6시간동안 기면서 제도화하라 투쟁했던 기억이 난다. 2006년 11월까지 우리나라에는 활동보조 이름으로 단 한 시간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6만5천명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며서 “활동보조를 통해 탈시설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포에 살고 있는 이도훈씨는 “제가 장애등급이 1급으로 상승해서 올해 4월부터 활동보조를 받고 있다. 지금 부모님과 살고 있지만, 활동보조 되니까 ‘나갈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며 “제도적으로 고쳐야할 부분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활동보조는 부모님께 자립이라는 믿음감을 부모님께 심어줬다”고 말했다.

반면, 2011년부터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구범씨는 “현장은 열악하지만 뿌듯하게 일을 하고 있다. 근데 제가 억울한 것은 현장에서 다쳐서 산재처리가 마땅하지만 처리가 너무 까다롭다”며 “중증장애인 케어를 하다보면 몸 어딘가에 고장이 난다. 그런데도 보장도 없고 개인돈으로 해야 한다”며 제도상의 불만을 토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더 나은 활보서비스 대안 모색을 위한 아고라’를 개최, 장애인, 활동보조인, 중계기관 운영자를 초대해 활보서비스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에이블뉴스

■“활보 수가 너무 부족” 한목소리 열변=활보서비스의 최대 문제점, ‘비용’과 관련해서는 삼자 모두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로 높였다.

활동보조인 구범씨는 "10시간 일을 하면 100만원도 안 된다. 물가는 올라가는데 수가는 계속 동결되거나 조금씩 오르는 형편“이라며 "생계형으로 하고 계시는 분들은 쓰리 잡까지 뛴다. 이 형편없는 비용으로는 질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미숙 사무국장도 “정부는 활동보조인 생계의 직결되는 문제를 임금이 아닌 수가로 치부한다. 근로자성을 주장했더니 오히려 근로자성을 떼면 된다는 위험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분노를 표했다.

한 달 592시간 정도 활보서비스를 받는 신선미씨는 “옆에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데, 잘 때도 몸이 잘 꼬여서 그럴 때마다 활동보조 선생님에게 빨리 와달라고 한다. 그렇게 시간을 앞당기다 보면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활동보조 선생님에게 눈치도 보이고, 시간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현재 활동보조 수가로는 제가 활동보조인을 구할 수 없다. 장애인은 남성이 훨씬 많고, 반대로 활동보조인은 여성이 훨씬 많다"며 "2006년부터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활보를 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500~1000원씩 추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용인 신선미씨,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고미숙 사무국장,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대표.ⓒ에이블뉴스

■‘자기결정권, 처우’, 해결 없는 뺑뺑이=“머리를 해달라고 하면 이게 어울린다고 안해도 된다고”, “팔이 아프다는 이유로 인공호흡 안해주시구요”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용자들.

“3시까진데 2시 반에 전화 와서 취소하기도 하고”, “아들 방을 치우라고 하기도 하고요” 열악한 처우에 놓인 활동보조인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일어나는 서비스 인만큼 미묘한 갈등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이용인 신선미씨는 "활동보조 시간이 조금 남으면 고맙단 표현으로 더 찍고 그랬다. 그런데 어떤 분은 당연한 듯이 왜 안찍냐고 하더라"라며 "그래서 제 시간은 알아서 쓰는거다 등 언성을 높이면서 이야기해 좋게 좋게 마무리한적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고미숙 사무국장은 “활동보조인도 할 말이 많다. 김장철되면 신경이 곤두서고, 예전에는 아들 방청소까지 부탁하는 이용자도 있었다”고 분노를 표했다.

고 사무국장은 “장애인만 눈치보는 것이 아니라 언제 짤릴지 몰라서 우리도 눈치본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 하면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며 “이용자와 부당해고를 다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 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용기 소장은 "중증장애인일수록 방치된 삶을 살아왔다. 이런 장애인들이 제도를 통해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활동보조인과의 관계 교육이 없어서 악용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여진다. 안맞으면 언제든지 그만두게 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이용자 교육과 함께 활동보조인들도 장애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대표는 “중계기관으로서 활동보조인에게 법적으로 위반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정부에서 만들어준 것”이라며 “열악한 활동보조인 임금, 열악한 상황에 서 장애인들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정부는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질적 서비스 부분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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