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고 싶다. 거긴 장애인들의 천국이잖아” 우리는 종종 말해왔다. 부족한 복지 예산을 볼 때마다, 사람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얻을 때 등등. 부러움의 존재인 미국이 야만의 폭력을 자행했던 지옥이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여기 발달장애아동 마이크(Mike)가 있다. 웃음이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사회는 손가락질했다. 학교교육을 배제하고, 배울 수도, 가족의 기쁨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너무나 건강한 아이를 병원으로 떠밀기까지 했다. 그리고, 대형시설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려 100년간 이어진 미국사회의 단면이다.

2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개발원 주최 ‘2015 장애인정책 국제포럼’에 선 미국 성과분석센터 제임스 콘로이 박사는 거주시설 대형화로 인한 뼈아픈 추억을 회상했다.ⓒ에이블뉴스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 시설로 들어가면 장애인들은 행복할 것이라 믿었어요”.

2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개발원 주최 ‘2015 장애인정책 국제포럼’에 선 미국 성과분석센터 제임스 콘로이 박사는 거주시설 대형화로 인한 뼈아픈 추억을 회상했다.

1848년 독일의 ‘모델 프로그램’을 도입한 미국은 본격적으로 시설을 도입했다. ‘더 많이!, 더 크게!, 직원을 더!’ 최고 전문가들의 주문에 시설들은 더욱 더 힘내서 굴뚝을 세우고, 장애인들을 데려왔다. 과밀화에 정점을 찍었던 1970년, 미국 펜허스트(Pennhurst)에는 무려 2800명이 수용됐다.

700명을 기준으로 만들었던 시설이기에 1명이 써야할 부분을 4명이서, 좁은 방에서 내버려져 있었다.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이는 모두 뽑혔으며, 큰 방에 모아놓고 호스로 물을 뿌려 ‘목욕’이란 것을 했다. ‘부유한 나라’ 미국에서 조차 말이다.

“끔찍한 상황이었죠. 이 부유한 나라에서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 건지, 심지어 동물을 돌보는 비용보다 더 적은 비용이 돌아갔어요. 그래서 그땐 시설을 개선해야 맞는구나, 믿었죠.”

모든 서비스를 제공되고, 많은 직원들을 배치시켰지만 삶의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장애인들은 격리, 분리됐고,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어울리느라 바빴다. ‘좋은’ 시설은 답이 아니었다. 2~3배의 비용을 투입했지만 “시설 개선의 노력은 절대 결실을 이룰 수 없다”는 뼈아픈 결론만을 남긴 것.

그런 중 깜짝 놀랄만한 일이 생겼다. 1978년 3월, 미국 연방 법원에서 펜허스트 시설을 ‘본질적으로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 수용된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고 삶의 기술을 빼앗겼단 판시였다. 판결 이후 당시 1154명의 장애인들은 3명으로 구성된 작은 지역사회 생활배치시설(CLA)로 옮겨졌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콘로이 박사가 등장한다. 생리심리학 학위를 가진 그가 우연한 기회로 낯선 직장에 취직했다. 그는 지역사회로 옮겨간 발달장애인들을 만났다. 매년 1154명 모두를 찾아가 특징, 능력, 행동 등을 연구한 결과, 장애인들의 삶은 180도로 바뀌었다.

온갖 학대를 당했던 장애인들의 적응행동이 올랐으며, 도전적 행동이 심했던 그들의 자해행동도 점점 자제했다. 심지어 탈시설을 반대했던 가족들조차 만족도가 높아졌다. 장애인들은 입 모아 말했다. “다시는 그 끔찍한 곳에 돌아가지 않겠다.”

펜허스트 뿐만이 아니었다. 뉴햄프셔 주 400명 도, 코네티컷 1356명도, 북 캐롤라이노 주 1100명 등도 일치했다. 적응행동에 개선을 보였고 자기 통제 능력도 강화됐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의 기회까지 많아졌다. 심지어는 수명까지 훨씬 더 길었다.

“사람과의 관계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도 탈시설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과의 관계, 유대에 신경 써야 합니다. 이것이 금연하는 것보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콘로이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시도 중인 그룹홈에 대해서도 “실수”라고 언급했다. 6명이 넘는 그룹홈의 경우 집단 보호시설이 되고, 위계질서가 있는 경우 그저 감옥 죄수 마인드에 불과하다는 것. 친밀하고 따스함만이 바로 진정한 탈시설이라는 주장이다.

“2차 대전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달성점은 바로 발달장애인을 퇴소시켜서 지역사회에 정착시킨 것, 가장 행복했던 일이 아닐까요. 대형화 된다고 효율화가 높아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는 절대 시설에 대입할 수 없습니다. 작은 집, 소소한 일상이 발달장애인이 원하는 겁니다.”

특히 콘로이 박사는 한국 사회에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시설 개선을 위한 노력은 결실을 이룰 수 없다”고. 150년간 미국이 온몸으로 느낀 뼈아픈 추억이었기 때문이다.

2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개발원 주최 ‘2015 장애인정책 국제포럼’ 전경.ⓒ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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