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행군 ⓒ한국장애인연맹

지난 8월 19일 반시설과 장애인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13명의 장애인이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12일간 강원도 강릉을 시작으로 강원, 원주, 춘천, 남양주 등을 거쳐 오는 30일 서울에 입성하게 된다. 전국을 돌며 장애인 시설의 문제점과 인권침해·유린 등의 현실과 ‘장애인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국토대장정을 공동주관한 한국장애인연맹(DPI)의 자료협조를 받아 긴 여정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8월 26일, 작성자: 이종욱 제3기 국토대장정 부대장

아침이 밝았다. 내가 제일 늦게 일어났다. 7시인데.. 벌써 이동준비를 끝낸 대원도 있고 일단 다들 씻은 듯하다. 이런 부지런한 사람들 같으니라구, 나도 얼른 씻고 나갈 채비를 했다.

이곳 춘천장애인종합복지관 부근에는 식사를 할 곳이 없어서 간단하게 해결하기로 했다. 바나나와 초코바 등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출근하시다 우리를 본 관장님이 삶은 달걀을 해주신단다. 유정란이라고 꼭 다 드시라고.. 엄청 많이 삶아주셨다. 대부분 한두 개씩 먹었는데 막내 김정호대원은 6개를 해치웠다. 그렇게 먹는데 살 안찌는 것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오늘은 행진을 별로 안한다. 대신 오후 2시에 강원도청 앞에서 지역결의대회를 진행한다. 그래도 시내를 가로질러 가야 하므로 한적한 길을 달릴 때보다 더 위험하므로 긴장을 해야 한다. 휠체어와 휠체어의 간격이 멀어지면 차가 끼어들기도 한다.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출발했다. 확실히 시내가 차들의 열기 때문에 더 푹푹 찐다. 같은 날씨라도 한적한 곳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우리는 긴장을 하며 서로에게 밀착해서 달렸지만 선두 차와 내가 간격이 조금 벌어진 것을 보고 봉고차가 끼어들어 지나갔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는 와중에 우리는 강원도청에 도착했다. 오전이라 그런가.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람만 많으면 구호도 외치려고 했는데...

도청에 도착하여 우린 휴식을 취하며 식사시간을 기다렸다. 도청 장애인과 주무관이 휠체어 이용하는 장애인이란다. 그분 말로는 점심시간에는 너무 복잡하니 일찍 와서 먹으라기에 일찍 갔다. 잠시 후 그분과 인사를 하고 밥을 먹었는데 왜 이렇게 싱거운지 꼭 병원 밥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휴게실로 들어가 커피한잔 하려는데 휠체어 진입로에 주차구역도 아닌데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돌아서 들어갈 수 있었다. 커피를 마시다보니 서울에서 한국DPI 김대성 회장님이 오셨고, 조금 후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양원태 대표님과 박장우 차장님도 지지방문 겸 지역결의대회 참여하기 위해 오셨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흡연을 즐기기 위하여 나왔는데 아까 그 차 때문에 또 돌아가야 했다. 날도 덥고 짜증이 확 밀려와 대원 중 한명이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차 빼라고 했는데 어이없게도 공무원 차였다.

난 “주차구역도 아닌데 이런데 주차하면 어쩌잔거에요.”하고 소리쳤다. 미안하다며 다른 곳에 주차를 했고 우리는 잠시 더 있다가 지역결의대회 장소로 이동했다.

역시나 거리에는 사람이 없었다. 춘천의 명동이라 불리는 곳인데도 사람이 이리 없다니.. 그래도 다행인 게 강원KBS와 몇 곳의 언론사에서 취재를 나왔다. 이곳 역시 그늘 없는 땡볕 이였고 사람들도 간혹 지나가는 정도다.

어쨌든 지역결의대회는 시작되었다. 아까 그 복지 담당 공무원은 길 건너 그늘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 이영석 대장의 진행으로 여는 발언을 시작하여 김대성 회장의 지지발언, 그리고 김문공 대원의 선언문 낭독까지 간단하게 끝냈다.

바로 우리는 강원KBS 앞까지 행진을 하였다. 날이 더워서 그런가. 진짜 사람이 없다. 강원지역 장애인 단체들도 참여 한다고 했다가 안한다고 하고 솔직히 오늘 지역결의대회는 좀 썰렁했다. 시민도 없고, 함께하는 단체도 없고... 다음 결의대회 때는 함께하는 단체가 많길 바란다.

오늘은 예상보다 일찍 일과가 끝나서 할 일도 없고... 일찍 쉬기로 했다. 내일은 가평으로 이동한다. 약 31km기 때문에 일찍 쉬는 것도 좋을 듯하다.

참고로 KBS 9시뉴스 강원지역 방송순서에 오늘 진행한 지역결의대회가 10여초 방송에 나왔다.

강원도청 점심식사 전 휴식 모습. ⓒ한국장애인연맹

강원도청 식당 매뉴. ⓒ한국장애인연맹

점심식사 후 한국장애인연맹 김대성 회장의 지지방문. ⓒ한국장애인연맹

춘천지역 결의대회 한 장면. ⓒ한국장애인연맹

지역결의대회 지지방문 해주신 한국인권포럼 양원태 대표과 정립회관 박종호 관장. ⓒ한국장애인연맹

지역결의대회 여는 발언 하는 김대성 회장. ⓒ한국장애인연맹

선언문 낭독하는 김문공 대원. ⓒ한국장애인연맹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