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대장정 7일차 홍천에서 출발. ⓒ한국장애인연맹

지난 8월 19일 반시설과 장애인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13명의 장애인이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12일간 강원도 강릉을 시작으로 강원, 원주, 춘천, 남양주 등을 거쳐 오는 30일 서울에 입성하게 된다. 전국을 돌며 장애인 시설의 문제점과 인권침해·유린 등의 현실과 ‘장애인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국토대장정을 공동주관한 한국장애인연맹(DPI)의 자료협조를 받아 긴 여정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8월 25일, 작성자: 이종욱 제3기 국토대장정 부대장

오늘은 조금 여유롭다. 23km만 행진하면 된다. 그래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오전에는 자유롭게 쉴 수 있었다. 모텔에서 각 방에서 잤기에 뭘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류현진 선수의 야구를 본 듯하다. 우리 방은 야구팬이 아니라 재방송으로 예능프로그램을 봤다.

한참 웃다보니 모이는 시간이 되어 짐을 정리하고 나가야 했다. 너무 여유롭게 있다 보니 씻을 시간조차 놓쳐서 오늘은 눈곱만 띄고 움직이기로 했다. 짐 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가 차에 짐을 실고, 바로 숙소 밑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 팀의 막내인 김정호 대원의 휠체어를 충전해야 했다. 간밤에 충전 잭이 빠졌었나보다.

오전에 행군을 안하다가 한낮에 뜨거울 때 행진을 하려니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여러분도 공감하시리라...느낌 아니까~

푹 쉰다고 쉰 건데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 것 같다. 점심 식사 직후라 춘곤증이 대원들을 덮쳤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졸릴 때의 눈꺼풀이라고 했던가? 우린 그 무거운 것을 각자 짊어지고 땡볕을 행진했다. 황석재 대원이 분명 “우리가 가는 길은 다행이 그늘이에요.”라고 얘기했는데 우리는 또 황석재 대원에게 속았다. 첫 날에도 식사장소가 “요 앞이에요” 해놓고 한참을 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몇 개 더 있다. 우리한테 황석재 대원은 거짓말쟁이로 통한다.

태양과 싸우고 졸음과 싸우다보니 춘천 조양파출소에 도착하였다. 분명 춘천파출소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정표에는 춘천 십몇킬로 더 가야한다고 적혀있다. 뭐가 맞는 거야? -_-;;

제법 큰 고개를 넘어오느라 휠체어 밧데리가 줄어들기 시작했었다. 우리는 휴식을 취하며 충전을 하기로 했다. 냉커피와 초코바 하나씩을 먹으며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음악도 듣고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잠을 자는 대원들도 있었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행진을 이어가기 위해 대열을 정리 했지만 최종식 대원이 자다 깨서 비몽사몽이다. 차량에 탑승시키고 내 활동보조인인 임민철 대원이 전동휠체어타고 행군대열에 합류하였다. 파이팅을 하고 출발!!

임민철 대원은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아니라서 나는 자주 돌아보며 동태를 살폈다. 잘 따라온다. 한참 달리다 ‘김유정문학촌’이란 이정표가 보인다. 예전에 견학? 같은걸 왔던 적이 있었는데 특별한 추억도 없었는데 괜히 그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싶은 걸 나중에 시간 내서 한번 오리라 마음을 먹고 참으며 달려왔다.

어느 덧 오늘의 목적지인 ‘춘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도착했다. 이곳은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관장님, 사무국장님, 각 부서별 팀장님들이 나와 우린 배웅하셨다. 관장님이 ‘노엘(한영희)’수녀님의 인사말씀을 듣는데 이곳은 우리 말고도 여러 대장정 팀이 쉬고 갔던 곳이란다. 3층 강당에서 쉬기로 안내를 받았는데 올라와 보니 강당에서 탁수, 보치아 등 체육시설에 되어 있었다. 관장님께서 체육시설 같은 것도 마음대로 이용하라고 허락해주셔서 우리는 저녁식사 후 보치아 경기를 하기로 하고 편을 짜서 통닭내기 시합을 하기로 했다.

복지관 관계자분께 여러 가지 안내사항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그동안 함께 해왔던 조대위대원이 서울에 다른 급한 일정으로 올라가고 이한준(한국DPI 기획재정국 팀장) 대원이 새롭게 합류하기로 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며 서울 가서 보자는 약속과 악수를 나누곤 빠이 했다.

남은 대원들은 쉬지도 않고 오랜만에 하고 놀 것들이 생겨서 그런지 탁구와 보치아를 열올려가며 했다. 결국 우리는 4명씩 팀을 짜서 통닭내기를 하기로 하고, 오늘 저녁엔 지난 원주에서 인연을 맺었던 강원물리치료사봉사단 춘천지역 봉사자분들이 오셔서 마사지를 해주시기로 하여 저녁식사 후 봉사자분들과 만나 대원 모두 마사지를 받았다. 그리고 마사지를 받는 동안 서울에서 도화지 이재순 사무국장이 지지방문을 오셨다.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확실히 받고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보치아 경기를 진행하였다. 전직 선수도 있고 전국 3위를 했던 대원도 있어서 그 둘을 중심으로 네 명씩 나눠서 했다. 2:2(이영석, 이종욱, 심규봉, 임민철 대 최종식, 김정호, 김문공, 황석재) 편을 만들어 경기를 진행하였는데 첫판은 우리 편이 역전 패 했다. 두 번째 판은 우리가 이겼기에 결승전 한 번 더 했다. 결과는 우리가 이겼다.

치킨을 세 마리 시켰는데 내기와 상관없이 이재순 사무국장님이 결재를 해주셨다. 우리는 야식을 먹으며 내일 있을 일에 대한 일정공유 등을 하며 담소에 시간을 가졌고, 야식 시간이 끝난 후 이재순 사무국장님과 작별을 하였다.

내일은 춘천지역결의대회가 진행될 예정이고 대신 행진은 많이 없다. 조금은 편한한 하루가 될지 싶다.

줄 맞추는 건 기본. ⓒ한국장애인연맹

국토대장정 대원들은 충전 중. ⓒ한국장애인연맹

충전 중 달콤한 꿈나라. ⓒ한국장애인연맹

국토대장정 7일차 목적지인 춘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한영희 관장과 함께. ⓒ한국장애인연맹

스포츠마사지를 받고 있는 임민철 대원. ⓒ한국장애인연맹

대원 모두 마사지 중. ⓒ한국장애인연맹

강원물리치료사봉사단과 함께. ⓒ한국장애인연맹

보치아 경기 중인 이종욱, 김정호, 심규봉, 최종식 대원. ⓒ한국장애인연맹

공 던지는 최종식 대원. ⓒ한국장애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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