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 반시설과 장애인자립생활보장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9명의 장애인이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23일간 부산을 시작으로 창원, 울산, 대구, 대전, 인천 등을 거쳐 오는 9월 4일 서울에 입성하게 된다. 전국을 돌며 장애인 시설의 문제점과 인권침해·유린 등의 현실과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장애인자립생활보장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국토대장정을 공동주관한 한국장애인연맹(DPI)의 자료협조를 받아 긴 여정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지난 2일 국토대장정 대원들이 인천을 향해 행군하는 모습. ⓒ한국DPI

9월 1일, 작성자: 이권희(서울장애인인권포럼 대표) 대원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한 다음 15명의 경자연 구간대원과 서울지역 구간대원 1명, 스텝 겸 활동보조인 1인 등 총 17명의 추가대원이 대열에 합류한 채 오늘의 목적지인 안산을 향해 행군을 시작했다.

토요일이기도 하고 아침 이른 시간이라 거리가 한산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많았고,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정류장에도 시민들이 많이 있었다. 모두들 신기해하면서도 가끔씩 응원을 보태주는 시민들이 적잖이 많았다.

그러나 대열은 얼마가지 못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속도가 너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길이 그렇게 험하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밤새 충전에 문제가 생겨서 오전에 방전되는 경우와 완충은 되었으나 전동휠체어 기종이 좋지 않아 기본속도가 너무 느린 경우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대열 중에 모업체 A기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대원들만 행군할 경우 1시간당 약 12~13킬로미터 행군이 가능하였으나, 출발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났음에도 총 행군거리는 3킬로미터 에 불과했다.

행군 20일 만에 처음으로 대장과 대원들의 의견이 완전 일치하는 처음이자 유일한 순간이었다. 화물차들이 쌩쌩 달리는 국도변을 시속 3킬로미터도 안되게 달리는 것이 위험하기도 했거니와 대원들이 내리쬐는 땡볕에 졸음운전을 피할 수 없는 위험천만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여기저기서 대원들간 서로의 졸음을 깨우기 위해 이름도 부르고 노래도 부르고 일부러 살짝 충돌하기도 하면서 몰려드는 잠을 깨우느라 안전에 상당한 위험이 닥쳤다.

그 모업체 A기종을 운전하는 대원과 함께 스텝차량에 실은 후 출발했다. 행군속도는 장난 아니게 빨라졌다. 당연히 행군대열은 활기를 되찾았고, 안전도 확보되었다.

약 1시간 정도의 충전을 한 다음 안산으로 향했다. 또다시 대열은 거북이걸음을 했다. 안산시 거의 다 와서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여느 때 같으면 문제가 될 것이 이렇게 반가운 소식이 될 줄이야. 그 문제의 모업체 A기종이 방전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차량에 실렸다. 1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30분 조금 넘어 도착했다.

내일이면 본대원으로써 전체 일정을 소화하시는 문경희 대원(인천 DPI 회장)의 지역인 인천으로 향한다.

오늘은 조대희 스텝을 대신한 성현석 스텝이 10일 만에, 윤지영 활동보조인이 5일 만에 컴백했다. 이기영 대원(노적성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이 새로 결합하였다.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12인승 승합차를 9월 4일까지 지원해주기로 해서 스텝차량으로 이용했다.

오늘의 행군거리는 약 30킬로미터이다.

9월 2일, 작성자: 이권희(서울장애인인권포럼 대표) 대원

오전 8시 30분에 에스코트를 위한 경찰들이 도착하였고, 이내 출발신호가 떨어졌다.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곧장 달리는 강행군을 감행했다. 경찰차 한 대에 오토바이가 3대가 붙어서 교차로 신호까지 미리미리 변환시켜 주는 친절 덕분에 최대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별 탈 없이 2시간을 달렸을 뿐인데 벌써 인천광역시 소래포구에 다다랐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대열이 당황스러웠는지 대장은 점심식사와 충전을 위해 휴식을 하자고 했고, 대열은 문경희 대원을 따라 이동했다.

최종목적지인 숙소는 인천광역시 계양구 개산동 경인장애인자립생활센터였지만 그 거리가 인천시내에 들어와서도 약 17~8킬로미터나 돼서 인천시청에 1차 도착한 다음 휴식을 취하고, 지하철로 움직이기로 했다. 인천시청에 도착했을 때 인천DPI 회원들이 환영을 해주었고, 대원은 지하철을 이용하여 이동했다.

내일 오전 10시에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형식의 결의대회와 아태장애인대회 인천지원단 발대식이 진행되기 때문에 숙소에서 오전 8시에 지하철로 이동하면 되는데 월요일 오전 8시면 지하철이 워낙 복잡해서 대규모의 전동휠체어 탑승에 어려움이 있어, 오히려 오전 7시 이전에 출발하여 미리 도착한 다음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전동휠체어 충전을 확인한 후 부족한 휠체어는 보충하는 것으로 해서 오전 10시 행사에 늦지 않도록 도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일부 대원은 오히려 내일 과천까지의 35킬로미터 이상의 강행군이 점심이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중간휴식 시간이 부족할 경우 대원들의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오히려 지하철 이용이 한산한 오전 9시 이후에 이용하여 최대한 빨리 도착하자는 의견을 제안하였으나 다수결로 일찍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 났다.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나 마지막 이틀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더욱 고삐를 당기자는 제안이 더 힘을 받은 듯하다.

내일은 4시에 기상하여 6시 30분에 지하철로 인천시청으로 출발해야 한다. 다들 서둘러 잠을 청하는 모습이다. 제발 내일 행사 잘 마치고 과천까지 무사히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의 행군거리는 약 30킬로미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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