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후 장애아동 입양학개론팀과 애나 마롤의 기념촬영. ⓒ윤민혁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외교부가 후원하는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장애아동 입양학개론팀이 지난달 16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서부 포틀랜드와 시애틀에서 '국내 장애아동 입양 활성화'이라는 주제로 연수를 진행했다.

연수 기간 중 국제 입양을 당사자가 실제로 어떤 아픔과 어려움을 겪어왔는지에 대해서 알기 위해 애나 마롤(Anna Marl)을 인터뷰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바랍니다.

A. 20살이고, 포틀랜드 오리건에 살고 있습니다. 3개월일 때 입양되었고, 미국으로 입양 왔을 때는 캐롤(양어머니)과 스티브(양아버지) 부부한테 입양되었습니다. 지금은 예술전문대학에서 예술 전공하고 있습니다.

Q. 학교에 다닐 때 입양아라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거나 차별, 편견으로 피해 받은 것은 없었나요?

A.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그런 걸로 많이 괴로워했었습니다. 이 동네는 백인들이 많은 동네입니다. …… (중략) …… 저는 유일한 여자 입양아, 동양인이기 때문에 매일 놀림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너는 다르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내가 여기에 속해지지 못하고 고립된 외톨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저를 가장 고독하고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Q. 현재 가족과의 관계는 어떠하신가요?

A. 지금은 굉장히 좋은데 12살에서 19살까지, 특히 작년까지만 해도 부모님이랑 많이 싸웠습니다. 저를 낳은 부모가 아닌 입양한 부모이기 때문에 분리된 느낌이 있었고, 저는 정말로 부모님과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12살부터 어머니와 진짜 너무 많이 싸웠습니다.

그 이유가 사춘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입양아라서 더 싸운 게 많습니다. 어머니도 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저도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끝에 가서는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걸 가만히 보면 근본적으로 우리가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학교에서 집에 와서 가족끼리 오랜만에 저녁을 먹고, 혼자 동네를 걷는데 한 20명의 고등학생 떼거지가 저를 쫓아오면서 모욕하는 말, 인종차별 발언을 계속 가까이에서 했습니다.

그 자리에선 애들이 너무 많고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일 있었다고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는데 어머니가 백인이다 보니까 “설마 그랬겠어? 우리 동네엔 그런 일 없어”라고 하는 겁니다.

어머니가 그걸 이해 못 해주는 게 너무 화나고 속상했습니다. 어머니가 저와 같은 인종이었으면 이해했을 것입니다. 제가 한국 입양아라서 겪는 것을 말하면 어머니는 “그래, 이해해. 하지만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그걸 겪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대화하려고 노력했고, 저도 어느 정도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어머니도 이제는 어느 정도, 내가 어디서 왔고, 내가 느끼는 게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약간 이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Q. 현재 어떤 고민거리가 있나요? 혹시 있다면 그 고민거리를 누구와 나누나요?

A. 지금은 친구들과 관계를 끈끈하게 맺고 있는데,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계속 바뀌고 노는 그룹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는 마음 둘 때도 없었고, 친구들이 원하는 게 다 다르고 해서 친구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때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대학교 때는 다들 미술 하는 애들이니까 우선 마음이 맞았습니다. 또 이곳은 도시이기 때문에 인종이 많이 섞여 있고, 서로 지지하는 친구 그룹이 생겨서 고민을 나눕니다.

예전에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남자친구였으나 지금은 아닙니다. 현재의 고민은 여러분하고 똑같습니다. 대학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진로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술은 분야가 너무 넓어서 졸업하면 막상 뭘 해야 할지, 미래에 대한 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지금 당장 막 고민되고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일하고, 학교 다니고, 돈 충분히 있고, 친구들이 있어서 지금은 정말 좋습니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입양아라서 겪은 아픔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경험담을 통해서 이해하기 쉽게 대답해주었다. 여기서 느낀 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애나는 양부모님을 부모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캐롤과 스티브 부부에게 입양되었다고 했다. 이러한 사소한 부분만 살펴보아도 아픔을 겪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방황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나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친구들과의 감정교류로 이러한 상황들을 극복하였다. 여기서 지지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셋째, 인터뷰 내용을 보면 부모님은 “그래, 이해해. 하지만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러한 말을 한다. 이때 애나는 말로만 이해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에 양부모에게 지속적인 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이글은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장애아동 입양학개론팀'의 윤민혁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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