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부를 위한 임신·출산 매뉴얼 ‘40주의 우주’ 표지. ⓒ에이블뉴스DB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단위이며,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16조에 담긴 문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장애인 부부는 임신과 출산, 양육과정에서 사회적 편견, 정보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립재활원,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장애인 부부를 위한 임신·출산 매뉴얼 ‘40주의 우주’를 제작·발간했다. 책에는 임신과 출산에 이르는 40주의 시간 동안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기다려야하는지에 대한 의학정보가 담겼다.

이 가운데 장애인 부부가 임신·출산 시 눈여겨봐야 할 정보들을 Q&A로 정리해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Q: 지체장애 임신부가 숨 쉬기 불편해질 때 어떻게 해야할까?

A: 장애유무와 관계없이 태아가 자라면 임신부의 가슴과 배 사이에 있는 횡격막을 밀어올리고 이에 따라 폐가 눌리면서 임신 전보다 숨 쉬기가 더 힘들어진다. 특히 척수 중 높은 쪽에 장애가 있는 임신부는 더욱 숨 쉬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왜소증 임신부 역시 태아의 성장에 따른 횡격막 문제로 호흡이 힘들어지거나 심한 경우 심장박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임신 전부터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있었다면 26주 이후부터는 병원을 방문할 때 태아안녕 평가와 산모 평가를 더 자세하게 받아야 한다.

숨이 답답한 경우 상체를 약간 높여 눕거나 호흡보조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호흡곤란이 심한 경우 임신 후반부에 입원해 의료진으로부터 케어를 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Q: 지체장애 임신부도 자연분만이 가능할까?

A: 지체장애 여성도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 지체장애 여성은 자세잡기와 힘 주기 모두가 가능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 자연분만에 성공할 수 있다. 만일 다른 여성처럼 분만대에 똑바로 누워 분만자세를 취하기 어렵다면, 의료진과 상의해 다양한 변형 자세로 분만을 진행할 수도 있다.

다만 하반신 장애를 가진 척수장애인은 주변의 도움으로 자세를 잡더라도 원활한 힘주기가 불가능해 자연분만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진통 과정 중 진행이 잘 되지 않거나 산모나 태아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 제왕절개를 해야 할 수 있다.

Q: 지체장애 임신부가 무통분만을 하거나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 척추마취를 할 수 있는가?

A: 조건만 충족되면 척추마취를 할 수 있다. 무통분만 또는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 흔히 척추마취를 한다. 척추마취는 척추뼈 사이에 긴 바늘을 찔러 척추와 척수신경 사이 공간에 마취약을 주사해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척수 뼈 사이 공간이 바늘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넓어야 한다. 뇌성마비·왜소증 등으로 척추의 크기와 배열이 많이 변형됐다면 척추마취가 어렵거나 불가능 할 수 있다.

또한 옆으로 누워 ‘새우등 자세’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척추뼈 사이를 최대한 넓게 벌려 마취주삿바늘이 지나갈 자리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척수 손상 또는 경력이 있는 산모가 이 자세를 취하기 어렵다면 척추마취는 불가능할 수 있다.

Q: 척수장애 유전여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A: 척수장애의 대부분은 사고로 인한 중도장애다. 사고에 의한 척수장애는 대부분 유전과 관계가 없다. 다만 유전적 척수성 근위축증, 척추이분증, 기타 사고로 발생하지 않은 척수장애의 경우 유전 가능성이 있는지 상담해야 한다.

이 경우 병원은 우선 가족 중 비슷한 병을 앓는 사람이 있는지 가족력을 확인하고, 유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가족력이 있다면 산모에게 유전자 검사를 권하기도 한다.

Q: 척수장애 임신부는 방광을 어떻게 관리해야할까?

A: 임신초기에는 호르몬이 변화하면서 방광이 더욱 예민해지고 방광 괄약근이 느슨해진다. 임신 중기 이후에는 태아가 자라면서 방광을 누르고, 소변이 신장 쪽으로 역류해 방광염과 신우신염이 더 잘 생기기도 한다.

특히 척수장애 임신부는 아예 소변줄(도뇨관)을 달고 살아야 하는 상황을 겪어야 할 수 도 있다. 임신 후기 거대해진 자궁이 방광을 누르고 방관의 크기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소면줄을 달아둬야 하는 경우 방광염이 나타나는지 살펴야 한다.

소변을 볼 때 아프거나 소변을 보고도 소변이 마렵다면 의료진과 상의해야한다. 필요하다면 의사가 태아에게 덜 해로운 항생제를 처방할 수 도 있다. 소변줄 사이로 소변이 새면 피부가 짓무르지 않도록 피부를 더욱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Q: 척수장애 여성이 임신하면 대변보기가 더 어려워질까?

A: 척수장애인 여성이 임신을 하면 대변보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에는 안전한 변비약을 복용하거나 좌약을 사용할 수 있다.

여러 노력을 했는데도 대변을 볼 수 없다면, 손가락으로 딱딱해진 변을 긁어내는 방법도 있다. 대변은 앉은 자세에서 더 쉽게 나오는 만큼, 변기에 앉아 대변을 긁어내는 게 좋다. 앉기가 불편하다면 한쪽으로 누운 자세에서 시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변이 질이나 요도구에 묻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변의 세균이 방광염, 신우신염 같은 요로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Q: 뇌성마비 임신부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무엇인가?

A: 뇌성마비 여성이 임신을 하면 체형과 무게중심이 바뀌면서 근육의 경직과 강직, 관절 운동, 통증 등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부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배가 불러오면서 근육 강직으로 복통, 다리 뒤로 뻗치는 좌골신경통, 허리 통증 등이 새로 생기거나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몸의 균형을 잡거나 이동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태아의 움직임이 경직을 자극하기도 한다.

뇌성마비 여성은 척수 손상 여성에 비해 배뇨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계속해서 방광 경련 억제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함께 방광염, 신우신염 등의 요로계 감염이 자주 나타나 적절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임신 중 신체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상의해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Q: 뇌성마비 임신부가 근육경련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A: 많은 여성들이 임신 중 근육 경련을 경험한다. 임신 전 근육 경련과 경직이 있었던 여성은 근육 경련의 횟수와 강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안전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육 경련 및 경직을 감소시킬 수 있다. 스트레칭, 근육 이완 운동, 유산소 운동(수영·자전거 타기·걷기) 등이 좋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때 긴장한 상태로 몸을 급하게 움직이다 보면 강직이 심해지거나 근육 경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임신부와 의사 모두 여유를 갖고 진료에 임한다면 산부인과 검진대를 오르내리거나 진찰할 때 강직이나 근육 경련이 심해지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Q: 뇌성마비 장애는 유전될까?

A: 뇌성마비는 대부분 유전되지 않는다. 뇌성마비는 주로 출생 전후에 생기는 뇌 손상 때문에 나타나고 이 가운데 조산이 가장 흔해서 뇌 손상 원인의 약 35~40%를 차지한다.

그러므로 산모는 아기의 뇌성마비 예방을 위해 산전 진찰을 잘 받고, 엄마에 게 질병이 있거나 신체 증상이 나타날 때 이를 잘 관리해 태아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유전적 원인으로 뇌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부모에게 이와 관련된 가족력이 있다면 임신하기 전이나 임신한 후 유전 상담을 통해 아기에게 같은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Q: 뇌성마비 임신부도 자연분만이 가능한가?

A: 뇌성마비 임신부가 자연분만 또는 제왕절개 분만을 결정하는 기준은 비장애인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분만을 원한다면 임신부에게 근육 경련과 경직이 나타난다 해도 미리 의사와 상의해 다양한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허벅지 고관절을 움직이는 다리근육이 심하게 뻣뻣하다면 옆으로 눕는 등 분만 자세를 변형해 자연분만을 시도 할 수 있다. 근육이 심하게 굳어 분만 자세를 취하거나 힘 주기가 어렵다면 환자와 의사는 제왕절개 분만의 가능성에 대해 미리 상의하고 준비할 수 있다.

만약 산도(아기가 태어날 때 지나는 길)를 이루는 골반과 고관절, 주변 근육의 경직이 심하다면 제왕절개 수술을 고려한다.

Q: 왜소증 임신부가 체중이 많이 늘면 위험한가?

A: 체중이 지나치게 늘면 왜소증 임신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임신 중 체중 증가량은 평균 11~15kg 정도다. 왜소증 임신부와 같이 엄마의 체격이 작을수록 부담이 된다.

배가 상대적으로 많이 불러오고 무게중심이 더 많이 이동할수록 척추에 부담이 커지고 쉽게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골형성부전증 등으로 골절 위험이 높은 왜소증 임신부는 넘어지면 뼈가 부러질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Q: 왜소증이 있는 임신부는 조산 위험이 높은가?

A: 엄마에게 왜소증이 있으면 조산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산모의 배에 비해 아기가 크면 자궁 근육이 지나치게 당겨지고, 이것이 자극이 돼 만삭이 되기 전에 진통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조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궁 수축이 느껴질 때 충분히 안정을 취해야 한다. 특히 임신 중기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산전 진찰을 받고, 만삭이 되기 전에 규칙적인 자궁 수축을 느낀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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