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강연자로 나선 김효진 활짝미래연대 대표.ⓒ에이블뉴스

“장애여성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입니까?” 비장애인들은 이 생소하고도 난감한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실제로 비장애인들이 포스트잇에 붙인 답은 ‘약자, 비교대상, 사람, 대하기 어려운 사람, 잘 보이지 않는 존재, 익숙하지 않은’ 등입니다. 참으로 솔직하지 못한 ‘착한’ 답입니다. 혹시 머리로는 ‘천사, 놀림, 옆집아이, 못생김’ 등을 떠올리진 않으셨는지요.

장애여성, 우리사회에서 어떤 존재일까요? 우리사회의 장애여성들에게 김효진 활짝미래연대 대표가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여성네트워크 주최 ‘장애여성과 젠더 강연회’에 선 김 대표는 강연을 통해 장애여성들에게 또 하나의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오래전 학교에서 배웠던 박씨부인전 기억하시죠? 박씨부인은 ‘얼굴은 이끼로 덮인 돌덩이처럼 빡빡 얽었고 눈은 실 드나드는 바늘귀만’한 흉측한 외모를 가졌습니다. 오늘날 같으면 안면장애인이겠죠.

흉측한 외모지만 그녀는 양반집 딸이라 결혼은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과 시어머니의 모진 박대를 당했죠. 그러던 어느 날 박씨부인이 허물을 벗은 뒤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오랑캐들을 물리쳤다는 그런 전설적인 이야기입니다. 병자호란 때 조선이 패배했던 것을 위로하고자 썼던 전쟁소설이죠.

이 박씨부인전을 읽으며 무엇을 느끼셨나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 겉모습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과 실력?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임금과 신하들이 책임져야 한다? 김 대표는 이 모든 것이 교훈이라고 합니다.

박씨부인은 우리사회 장애여성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별당’이라는 위치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던 그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제화되죠. 때로는 혐오스럽다고도 합니다. 개개인의 개성이 무시당하고 ‘장애여성’의 집단으로 가치가 절하되기도 하는 서글픈 현실이죠. 이를 재평가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용기’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여성네트워크 주최의 ‘장애여성과 젠더 강연회’ 모습.ⓒ에이블뉴스

“누가 자기를 놀리거나 무시하는 말을 할 때, 자기가 어떤 기분인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누구든지 기분 나쁘고 화가 날 거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둬! 라고 말하는 거죠.”

용기가 필요한 장애여성에게 김 대표는 ‘지렁이’라고 새로운 정의 내려 주고 싶다네요. ‘아니 왜 징그러운 지렁이야?’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지렁이는 참 착한 괴물입니다. 징그럽다고 밟아버리지만 우리 환경에게는 이로운 존재죠.

땅속을 돌아다니며 흙 사이사이에 터널을 만들고요, 터널 덕분에 빗물이 빠지고 흙이 숨을 쉴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식물이 쑥쑥 잘 자라게 됩니다. 한 두 사람이 ‘징그러워!’ 하니까 모두가 다 징그러운 존재로 인식해버린거죠.

이제 지렁이가 달라보이십니까? 징그러운 존재가 아닙니다. 장애여성도 마찬가지죠. 자주 보던 모습이 아니라고, 괴물은 아닙니다. 다만 차이가 있을 뿐, 우리사회가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김 대표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말은 ‘꿈틀’입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감을 갖고 지렁이처럼 ‘꿈틀’한다면 세상은 바뀐다는 거죠. 우리 함께 세상을 향해 꿈틀할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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