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이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탈시설화 논쟁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번 논쟁의 특징은 지금까지 시설화냐, 탈시설화냐는 식의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탈피해 ‘이제 제대로 된 토론을 벌여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탈시설화 논쟁이 불이 댕겨지게 된 것은 서울시립대 이성규(사회복지학) 교수가 운영하는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이 ‘장애와 사회’라는 계간지를 창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장애와 사회’(편집주간 최성이)는 창간호에서 ‘시설․탈시설화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특집을 편성해 이성규 교수를 비롯해 청음공방 정재원 원장, 동의대 유동철(사회복지학) 교수,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사회복지학) 교수 등의 논객의 글을 실었다.

특히 장애와 사회에서는 청음공방 정 원장은 시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맹목적인 탈시설화의 위험성에 대해서 지적했으며, 동의대 유동철 교수는 시설화와 탈시설화의 역사적인 경험들을 세계사적으로 조망하며 탈시설화를 위한 변론을 펼쳤다.

이와 함께 서울시립대 이성규 교수는 북미 중심의 편향적인 탈시설화 이론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한국적 상황에 대한 접목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시설·탈시설화를 넘어서 한국적 상황속에서 탈시설화에 대한 논지를 전개했다. 한편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 교수는 장애인 분야에서의 탈시설화 논쟁을 넘어서 아동복지계에서의 탈시설화 논쟁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한 흐름을 소개했다.

장애와사회가 탈시설화 논쟁을 점화시켰다면 지난달 25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03 삼육재활센터 심포지엄은 탈시설화 논쟁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삼육재활센터는 장애인생활시설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에서 홍콩 RI 의장이자 홍콩시립대 교수인 조셉 콱씨를 초청해 ‘장애인생활시설과 탈시설화-국제적 동향’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하게 했으며 ‘장애와 사회’에서 발표됐던 이성규 교수에 대한 글에 대한 토론을 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정립회관 김동호 기획팀장이 토론자로 나서 최근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자립생활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탈시설화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강한 논지를 펼쳤으며 서울시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최종길 관장은 이 교수의 글의 취지를 대부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보완될 사항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앞서 진행된 ‘장애인생활시설의 사업방향 및 향후 전망’을 주제로 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연구위원의 주제발표와 그 글에 대한 토론에서도 자립생활 패러다임의 확산에 따른 생활시설의 개선방향이 다뤄지는 등 탈시설화 논쟁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논쟁 주제임을 실감케 했다.

특히 삼육재활센터 심포지엄에 관련한 본지의 보도이후 전국장애아보육시설연합회 이계윤 회장과 정립회관 이광원 자립생활팀장이 탈시설화 논쟁과 관련한 글을 보내오는 등 탈시설화 논쟁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의 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계윤씨는 통합이냐 분리냐 하는 이분법적 논쟁을 탈피해 장애인과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이 보장돼야한다고 강조했으며, 이광원씨는 “자립생활을 원하는 절박한 장애인들을 위해 탈시설화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20~70만명의 재가장애인들을 제외하고, 시설에 입소해 있는 2만명의 탈시설화을 논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아니냐 ▲중증장애인의 케어(care)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 소재부터 분명히 해야 하지 않은가 등의 논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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