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와 문/디아이홈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개안 수술을 하고 병원을 나왔는데 보이는 세상이 하도 어지러워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종일 집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포기하고 주저앉았을 때 '아 참, 그렇지'하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그때부터 눈을 감고 머리 속으로 기억을 더듬어서 집을 찾아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 개안 수술로 앞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당분간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더구나 선천성으로 보이는 세상이 어떻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 혼란은 더욱 심할 것이다.

8월 24일 MBC 주말의 명화 시간에 '디 아이(The eye)'라는 영화가 방영되었다. 이 영화는 2002년 8월에 개봉된 홍콩 영화인데 귀신이 등장하는 이른바 공포물이다.

문이라는 19살 아가씨가 각막이식수술로 눈을 뜨는데 붕대를 풀고 그녀가 처음 본 것은 검은 그림자 즉 귀신이다. 검은 그림자를 보게 되면 항상 누군가가 죽게 되고 즉 그녀 눈에는 는 죽음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이다.

'내 성적표 못 봤어'라며 따라 다니는 소년, 엘리베이터 속의 얼굴 반쪽이 없는 노인, 식당 앞에서 푸른 혓바닥으로 고기를 핥고 있는 여인, 글씨를 배우는데 거긴 내 자리라고 소리치는 여인, 자신의 얼굴이 거울에 비쳤을 때 '너는 누구냐'고 외치는 낯선 여자.

결국 문은 각막의 기증자를 찾아 나선다. 태국의 어느 마을에 화재가 발생하여 300여명이 불에 타 죽었는데 화재가 나기 전 링이라는 여자가 이 비극을 미리 알렸음에도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화재 직후 링은 자살을 했고 기증 된 링의 각막으로 문이 수술을 하였던 것이다.

자살한 링은 자신이 자살한 것을 모른 채 밤마다 자살 즉 목매는 장면을 되풀이하는데 문은 그런 링의 영혼을 달래주고 돌아오는 차속에서 또다시 검은 그림자를 보게 되고 연이은 차량의 폭발사고로 파편을 맞은 문은 다시 실명을 하게 된다.

'디 아이'는 개봉 후, 최근 10년간 홍콩 최고의 흥행을 거두며 스타워즈와 스파이더맨 사이에서 '디 아이 신드롬'을 일으켰다는데 필자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주인공 문이 개안 수술을 하고 검은 그림자를 보면서 공포에 떠는데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단 한사람 개안 수술 후 그녀를 담당하는 심리 상담사가 있었는데 심리 상담사는 그녀의 말을 믿어 주었다. 그래서 문의 이야기를 믿지도 않을 뿐더러 기증자의 신상에 관해서는 절대 비밀이라는 의사를 설득하여 문과 함께 기증자를 찾아 나섰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 심리 상담사가 없었다면 문은 어떻게 되었을까?

태국 북부 '라곤'에서 대형 화재로 마을 주민 300여명이 불에 타 죽는 대 참사가 발생했다. 현지 소방당국은 아직 화재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나, 인근 주민의 말에 따르면 한 소녀가 이 비극적 사건을 미리 예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링'(21세)으로 알려진 이 소녀는 평소 주민들로부터 저주받은 마녀로 불렸으며 화재 직후 자살을 했고 그녀의 시신 중 손상되지 않은 유일한 장기인 각막은 그녀의 어머니에 의해 어딘가에 기증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내용은 2001년 4월 의 기사로 이 실화를 바탕으로 '디 아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처럼 귀신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개안 수술로 갑자기 눈을 뜨고 보는 세상에 대해서 물리적인 것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재활 프로그램이 있어야 될 것 같아서 관련 단체 몇 군데에 알아보았으나 아직 우리 나라에 그런 프로그램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필자가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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